[오마이뉴스 김성규 기자]
KBS 월화드라마 <학교 2013>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이 작품에서 주목해야 할 배우가 있다. 바로 교사 정인재 역할을 자연스럽게 그려내고 있는 배우 장나라다. 예전보다 한층 여유로우면서도 성숙한 느낌의 배우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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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학교 2013>의 여주인공을 맡은 배우 장나라
ⓒ KBS
장나라 신드롬, 그리고 긴 슬럼프
한 때 대한민국 연예계는 장나라로 들썩일 때가 있었다. 박경림, 양동근과 호흡을 맞춘 시트콤 <뉴 논스톱>의 대성공과 데뷔 앨범의 메가 히트, 연이어 4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 <명랑소녀 성공기>의 대박으로 장나라는 당대 최고의 청춘스타로 급부상했다. 이른바 '양순이 신드롬'으로 대표되는 '장나라 신드롬'의 시작이었다.
장나라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그녀가 출연한다는 이유만으로 시청률이 급상승했고, 그녀가 부르는 노래는 장나라의 노래이기 때문에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이토록 '장나라 시대'는 찬란하고 영광스러웠다. 그 누구도 그녀가 쉽사리 정상의 자리에서 내려올 것이라 고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만큼 장나라의 인기 가도는 상당한 파괴력과 임팩트가 있었던 일종의 사회현상이었다.
그러나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신드롬은 한 번 불붙은 만큼 꺼지기도 쉬운 성질의 것이었다. <명랑소녀 성공기>의 대박 이후 장나라의 인기세는 끝없는 하락의 길을 걸었다. 2003년 충무로 데뷔작이었던 <오! 해피데이>가 저질 코미디라는 혹평 속에 평작 수준에 머무르고, 2004년 출연했던 <사랑을 할거야>와 2005년 출연했던 <웨딩>이 모두 흥행 부진의 늪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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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장나라
ⓒ KBS
이런 상황에서 그녀는 본격적인 중국 진출을 시도한다. 중국에서 그녀는 한국 이상의 인기를 구가하며 엄청난 성공을 거두게 된다. 드라마 출연작인 <띠아오만 공주>의 대성공으로 중국의 '소천후'로 군림하게 된 장나라는 철저한 현지화 작업을 통해 거부감 없이 중국 대중문화계에 자연스럽게 편입했다. 성공적인 해외 활동을 통해 연예계 생활에 활로를 모색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한국 내 분위기는 장나라의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실상 장나라의 전략은 중국에서의 대성공을 한국으로 그대로 옮겨 와 내림세였던 분위기를 반전시키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중국에서 치솟는 인기와 상관없이 한국 내 '장나라 브랜드'는 수습하기 어려울만큼 추락했다.
예상했던 전략이 제대로 구사되지 못하자, 장나라는 한국 연예계 복귀를 선언했다. 죽으나 사나 한국에서 활동해야 하는 대한민국 연예인으로서 한국 내 대중에게 외면받는 것은 '사형선고'와 다름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2009년 장나라 측이 직접 제작한 영화 <하늘과 바다>는 한국 내 인기 회복을 원하는 장나라의 염원과 소원을 담은 작품이었다.
하지만 한번 추락한 브랜드를 회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늘과 바다>는 여러 가지 논란 속에서 관객의 싸늘한 외면 속에서 흥행에 실패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장나라가 <내사랑 내곁에><해운대>의 하지원 대신 대종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라가면서 구설에 시달리기까지 했다. 잘 해보려고 시작한 작품이 오히려 발목을 붙잡은 작품이 된 것이다. 장고 끝에 악수를 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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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KBS <동안미녀>로 장나라는 오랜만에 흥행에 성공했다
ⓒ KBS
배우 장나라가 살아남는 법
<하늘과 바다>의 실패 이후, 장나라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이 절체절명의 시기에 남은 선택은 바로 드라마 출연이었다. 잃어버린 대중성을 회복하기 위해서 드라마만큼 좋은 수단도 드물기 때문이다. 결국, 장나라는 2011년 KBS 월화드라마 <동안미녀>를 통해 브라운관에 복귀한다.
시작은 불안했다. 첫회부터 경쟁작 <짝패>와 <내게 거짓말을 해봐>에 밀려 한 자릿수 시청률을 받아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극이 진행될수록 시청률이 반등하기 시작한 <동안미녀>는 놀라운 상승세로 시청자층을 규합하며 같은 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장나라로선 실로 오랜만에 흥행의 단맛을 본 것이다.
<동안미녀>의 성공으로 자신감이 붙은 장나라는 2012년 <학교 2013>에서도 한층 여유롭고 노련하게 극을 이끌고 있다. 기간제 교사인 정인재 캐릭터를 과장되지 않으면서 실감 나게 표현하고 있는 그녀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연기력으로 그간의 경력이 헛된 것이 아님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배우 장나라'의 저력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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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나라는 <학교 2013>에서 기간제 교사 역할을 실감나게 연기하고 있다.
ⓒ KBS
올해로 연예계 데뷔 11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장나라는 <동안미녀>의 성공과 <학교 2013>에서의 좋은 연기로 배우로서 새로운 분기점을 마련했다. 예전보다 훨씬 성숙하고 안정된 연기력에, 주위를 차분히 돌아볼 줄 아는 여유로운 시선까지 겸비하게 된 이 여배우는 인제야 과거 '장나라 신드롬'의 허명에서 벗어나 진정 대중 앞에 떳떳하게 설 수 있는 진정한 연기자로 거듭나고 있다.
아마 그녀의 앞날도 과거처럼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영광과 좌절, 성공과 실패가 교차했던 시기에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달려나갔던 그녀다. 남은 연예계 생활도 묵묵히 나갈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 이유다. 누구보다 노력했을 '배우 장나라'에 박수를 보내며, 그녀가 오랫동안 좋은 연기자로 또 좋은 가수로 대중 곁에 남아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