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시스】구용희 기자 = 제18대 대선에서 민주당에 90% 이상의 몰표를 준 호남 표심을 가볍고 충동적인 선택이라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킨 박준영 전남도지사의 발언과 관련, 9일 광주·전남 시민사회단체 및 정치권이 도지사의 사죄와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먼저 광주시민단체협의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박준영 전남지사는 국민 앞에 사죄하고 전남도지사직을 당장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시민협은 "박 지사가 무겁지 못하고 충동적인 선택이라는 표현으로 지난 대선에서 야권단일후보에 대한 압도적 지지표를 던졌던 호남지역민을 비롯, 48%의 국민을 폄훼했다"고 주장했다.

또 "박 지사가 무겁지 못하고 충동적이라 판단하는 야권단일후보에 대한 압도적 지지는 새정치와 일방통행을 일삼은 MB정권에 대한 심판, 그리고 변화에 대한 열망이었다"며 "호남 지역민은 전국 어느 곳보다 더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했고 변화 요구를 표명했다"고 덧붙였다.

시민협은 "이 같은 호남민의 깊은 뜻을 헤아려야 할 지역의 대표 행정수장이 오히려 호남 표심을 왜곡하고 충격적인 망언으로 지역민 전체에게 씻을 수 없는 모욕을 안겨줬다"고 말했다.

끝으로 시민협은 "박 지사는 즉각 지사직을 사퇴하고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의정감시연대도 이날 입장 발표를 통해 "박 지사가 일부 언론 인터뷰에서 문재인 후보에 호남의 압도적 표심을 두고 충동적이라고 한 발언은 전남도민의 선택으로 지사에 당선된 공복(公僕)으로서 감히 할 소리가 아니다"며 "박 지사의 발언이야말로 평소 그가 가진 대민관의 바로미터다"고 밝혔다.

또 "호남의 압도적 지지가 자신이 당선될 때는 위대한 선택이고, 정권 창출에 실패했을 때는 무겁지 못한 감정적 선택인가 감히 할 말이 있고 못할 말이 있다"며 "더구나 호남 고립 우려에 '시도민들이 스스로 선택한 결과' 라고 한 발언은 민주당 소속 단체장으로서 야비하기까지 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동안 도정 운영 행태로 볼 때 내실을 기하기보다 정치적 행동에 기민하게 반응해 온 박 지사의 이번 발언이 예측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도가 지나치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 전남도당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박 지사는 총리는 커녕 전남도지사 자격도 없음을 분명히 해두며, 조속히 도지사직을 사퇴하고 조용히 귀향해 여생을 보냈으면 한다"고 밝혔다.

파문이 확산되자 박 지사는 하룻만에 "이는 민주당 변화를 요구한 원론적 발언"이라고 직접 해명하고 나섰다.

또 박근혜 정부 첫 총리 기용설에 대해서는 "남은 임기동안 도지사직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소명"이라고 밝혔다.

박 지사는 이날 광주CBS 시사프로그램인 '시사매거진'에 출연, 이른바 '충동적 몰표' 발언과 관련해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이 변화해야 한다는 시도민의 열망을 담아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지사는 또 "이제는 광주시민과 전남도민이 무조건 민주당을 찍을 것이 아니라 민주당의 잘못된 행태에 대해 채찍을 들어야 한다"며 "이제는 민주당이 잘 되도록 지역민들이 역할을 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한편 박 지사는 지난 8일 광주MBC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인 '시선집중 광주'에 출연해 18대 대통령선거에서 보여준 민주통합당 후보에 대한 '호남 몰표'에 대해 "무겁지 못하고 충동적인 측면이 없지 않다"고 발언,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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