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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떨어뜨렸는데 자신의 아이폰5가 엿가락처럼 구부러졌다는 천모씨는 구부러진 반대 방향으로 힘을 가하자 휴대폰이 감쪽같이 펴졌다고 말했다. (사진=한국아이닷컴 김민정 기자)
살짝 떨어뜨렸는데 엿가락처럼 휘어… 전화도 먹통
애플 AS센터 "무상수리 불가… 수리비 29만9000원"
아이폰5 사용자인 천모(25)씨는 며칠 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새로 산 범퍼를 갈아 끼우는 도중 실수로 떨어뜨린 휴대폰이 마치 엿가락처럼 구부러진 것. 활처럼 둥글게 휜 뒷면과는 달리 액정은 멀쩡해 보였으나 통화 음성이 들리지 않는 '먹통 폰'이 돼 버렸다.
당황한 천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반대 방향으로 힘을 가하자 휴대폰이 감쪽같이 펴졌다. 먹통이던 전화도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천씨는 "그렇게 정상으로 돌아온 줄 알았는데 며칠 지나니 또 통화가 끊기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럴 때면 구부러진 반대 방향으로 다시 힘을 가하면 멀쩡하게 소리가 들린다"며 나름대로 터득한 응급처치 방법을 소개했다.
천씨는 "지금까지는 자가조치로 버텨왔는데 이제는 카메라도 초점을 못 잡고 말썽을 부려 어쩔 수 없이 AS센터에 가봐야 할 것 같다. 아이폰4를 2년 넘게 쓰면서 여러 번 바닥에 떨어뜨렸지만 아무 이상 없었는데 이렇게 미세한 충격에도 말썽이니 정말 황당할 뿐"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아이폰5 사용자 중 천씨처럼 휴대폰이 휘는 현상을 경험 한 사람들은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다. 일본, 중국, 미국 등에서도 아이폰5가 휘었다는 경험담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사용자 대부분은 뒷주머니에 아이폰5를 넣고 무심코 의자에 앉았다가 봉변을 당했다. 천씨와 같이 '살짝 구부러졌기에 다시 펴줬더니 멀쩡해졌다'는 웃지 못할 후기도 쉽게 눈에 띈다.
이렇게 아이폰5가 쉽게 구부러지는 이유는 애플이 케이스 재질을 새롭게 도입했기 때문이다. 애플은 무게와 두께를 줄이려고 패널과 프레임의 외관 재료로 기존 재료보다 상대적으로 부드럽고 얇은 알루미늄을 사용했다. 알루미늄에 강한 힘을 가하면 쉽게 휘어지게 되는데 음료수 캔을 힘껏 누르면 어그러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여기에 디스플레이 길이를 더 늘인 것도 쉽게 휘어지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그렇다면 휘어진 아이폰5에 대한 보상은 어떻게 이뤄질까? 휜 디스플레이는 애플 측이 정한 서비스보증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자비로 수리받아야 한다. 애플 제품을 전문으로 수리하는 AS센터의 한 수리 기사는 "휴대폰의 상태를 직접 확인해 봐야 알겠지만 일반적으로 이런 경우에는 29만9,000원 정도의 수리 비용을 예상해야 한다. 규정상 무상수리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애플 제품은 외형상의 불량에 대한 AS기준이 국내 제조사 및 이동통신사와 다르다. 이 때문에 소비자가 구매 직후 단말기에서 흠집이나 훼손된 부분을 발견해도 대부분 소비자 부주의로 간주돼 교환 및 환불을 받을 수 없다.
이 같은 애플의 정책을 놓고 소비자들은 강한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이렇게 쉽게 디스플레이가 휘어지는 건 고객 과실이 아닌 제조사 측의 과실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도 아니고 쓰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휘는 현상을 지적하고 있는데 고객 과실이니 수 십 만원을 내고 수리하라는 게 말이나 되냐"고 불쾌감을 토로했다.
아이폰4 출시 초기에는 안테나가 내장된 제품 아랫부분을 잡으면 수신율이 떨어지는 이른바 '데스그립(death grip)' 현상이 발생한 바 있다. 애플은 수많은 소비자의 성토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공식 대응을 피한 채 특별한 문제가 아니라는 태도를 고집했으나 문제가 커지자 뒤늦게 범퍼 케이스를 지급해 논란이 일었다. 일각에서는 애플이 또다시 이 같은 과정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국아이닷컴 김민정 기자 mj0407@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