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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세기의 특허소송을 벌이며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최근 들어 상반된 평가를 받아들고 있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애플은 ’세상에 없는’ 혁신성을 바탕으로 난공불락의 요새로 여겨졌지만 스티브 잡스의 사망과 아이폰5의 흥행 부진으로 애플을 칭송하던 외신들조차 고개를 연신 갸우뚱거리는 양상이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삼성전자가 애플의 트레이드마크인 ’Coolness’(멋진 제품) 간격을 좁혀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혁신과 제품 편의성으로 무장한 애플 제품의 ’쿨’함을 좇기 위해 여러 정보기술(IT) 회사들이 시도했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런데 삼성은 독특한 기술력과 제조역량, 마케팅을 복합적으로 구사해 아이폰 호감도에 버금가는 스마트폰을 만들고 있다는 게 이 신문의 평가다.
스마트폰 판매 실적이 이러한 평가를 뒷받침한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에 6370만대의 스마트폰을 팔아 1위를 고수했다. 애플이 4780만대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삼성의 판매량이 단연 돋보인다.
김진형 KAIST 교수는 애플 아이폰5에 대해 "아이폰3나 아이폰4가 나올 때의 설레는 느낌이 없다"고 평가했다. 이전 제품의 혁신성에 길들여져 있던 소비자들이 애플의 환상에서 깨기 시작한 것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갤럭시S와 갤럭시노트를 앞세워 6개월마다 전략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새로움에 대한 갈망’을 애플이 아닌 삼성이 채워주기 시작했다고 IT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특히 펜을 사용한 갤럭시노트의 독특한 사용자경험(UI)과 넓은 대화면의 장점, 가격과 크기가 다른 다양한 제품 라인업 등은 아이폰에서 삼성폰으로 갈아타게 만들고 있다.
전자업계 고위 임원은 "3.5인치 화면 크기를 고수하던 애플이 아이폰5의 크기를 4인치로 키우고 7.9인치 화면의 아이패드 미니를 출시한 데 이어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를 검토하는 것은 다분히 삼성의 성공을 의식한 고육지책"이라고 말했다.
또 외신들은 삼성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애플에 비해 떨어지지만 디스플레이, 반도체, 카메라모듈 등 주요 부품을 자체 조달해 생산비를 절감하는 몇 안 되는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주대영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애플 소비자들을 열광하게 만든 스마트폰 기능의 차별화 포인트가 점차 희석되는 반면 배터리를 밀봉하거나 화면이 작은 아이폰의 단점들이 부각되면서 삼성에 추격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스마트폰의 진화가 전반적으로 거듭되면서 애플 제품의 우월감이 사라지고 있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는 스티브 잡스 사망 이후 새로운 ’한방’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다고 있다는 IT업계의 평가와도 일치한다.
애플의 쿨한 이미지를 저하시키고 있는 또 하나의 요인이 삼성에 대한 무차별적인 특허소송이다. 최준균 KAIST 교수(IT융합연구소 소장)는 "광범위한 특허소송은 애플의 성장성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방증"이라며 "서로 경쟁하면서 협력하는 IT생태계의 구조를 파괴하면서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IT 전문가들은 삼성이 애플을 추격할 호기를 잡은 것은 사실이지만 또 다른 위험 요소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한다. 화웨이, ZTE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부상이다.
중국이 가격경쟁력과 제조력을 앞세워 스마트폰 점유율을 빠르게 높일 경우 지금의 애플이 삼성에 당하고 있는 고통을 삼성이 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황인혁 기자]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