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상 자문료·공사 리베이트 수수 등에 이어 이번엔
지인이 파는 건강식품 홍보…‘군 품위 떨어뜨려’ 지적
전역 뒤 무기수입업체에서 근무하는 등 도덕성 논란을 빚고 있는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과거 지인이 파는 건강보조식품을 홍보하는 후기를 남기면서 군 시절 직책을 명시해 ‘군의 품위를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 장 해독 작용 등을 돕는 건강보조식품을 만드는 ㅇ업체의 누리집을 보면, 김 후보자가 2009년 9월14일 실명으로 작성한 후기가 눈에 띈다. ‘불가사의한 효소식품’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김 후보자는 업체 대표인 박아무개씨와 대학원을 함께 다닌 인연을 언급하며 “발명가 박아무개 원우가 개발한 효소식품은 많은 사람들에게 확실한 효과를 주었고 고마움을 느끼게 해 준 놀라운 식품이다. 그 체험을 공유하고자 한다”고 적고 있다.
김 후보자는 이 글을 작성한 2009년 이미 예편한 뒤였지만 글 말미에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예비역 육군 대장 김병관’이라고 적어 군 복무 당시의 직책을 강조하고 있다.
직접 쓴 후기에서 김 후보자는 “저녁 회식시에 많은 원우들이 흥미삼아 효소식품을 한두 숟가락씩 시식했는데 술이 술술 들어가 평소보다 엄청난 양의 술을 마셔서 숙취걱정이 있는데 다음날 모든 원우들이 전혀 숙취의 불편을 느끼지 못하고 이구동성으로 ‘야! 이거 대박 나겠는데’라고 감탄한 바 있다”고 효험을 ‘간증’했다. “당시에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었던 본인은 연말에 직원 수백 명에게 연말 선물로 주었고, 주변 친구 선배 친척들에게도 연말인사로 선물하였다”고 적는 등 독자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 애썼다.
이어 김 후보자는 “여러 사람들로부터 ‘고맙다’는 극진한 인사를 너무 많이 받았다. 그들 중 상당수는 추가로 구입하여 주변에 나누어주기까지 했다면서 그 효과가 본인이 느낀 그대로 ‘불가사의’하다는 반응이었다”고 기술했다.
효능의 과학적인 분석도 직접 챙겼다. 김 후보자는 “특히 주목할 점은 균들의 치열한 전쟁터인 흙 속에서 당당히 생존하고 있는 균들 중에서 유해균을 능가하는 강력한 힘을 가진 유익균들을 선택하여 장내 생태계를 평정시킨다는 전략적 아이디어의 탁월성”이라며 “첫째로 적자생존의 ‘최강자’를 활용한다는 점, 둘째로 식물과 인체의 ‘신토불이’의 조화를 이루는 중요매개체인 흙 속의 균 공급을 통해 조화를 유지 보강한다는 점, 셋째로 장내 생태계를 모유를 먹을 때처럼 복원을 통해 인체의 건강을 유도한다는 점, 넷째로 항생제 과다 사용의 피해를 방지한다는 점” 등 건강보조식품의 장점을 하나하나 체계적으로 꼽기도 했다.
김 후보자의 장황한 후기는 “인류의 건강에 크게 기여할 이러한 쾌거를 이룬 박 원우에게 이 글을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앞으로 예견되는 대박과 이 기술의 발명이야기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말로 끝을 맺고 있다.
한겨레뉴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