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고급 남성 화장품 시장, 한국이 40% 차지… 업계선'시험대'로 통해 아이돌 보며 자란 20~30대, 외모 가꾸는 소비에 능숙
화장품 브랜드 SKⅡ가 최근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남성 기초화장품을 내놨다. 작년 10월 내놓은 남성 에센스가 고가정책(16만원)에도 불구하고 4일 만에 한달치 물량이 동이 나자 내린 결정이었다. SKⅡ 측은 "한국이 전 세계 고급 남성화장품 시장의 40%를 차지한다. 업계에서 한국 남자들은 '시험대'로 통한다"고 했다.
남성이 쇼핑 주력 부대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화장품으로,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은 매년 15%씩 성장해, 업계에서는 올해 1조원 돌파를 예상하고 있다. 최근엔 기초화장품보다 컨실러(잡티 수정 제품)나 모공관리·미백 제품 성장폭이 크다고 했다. 아모레퍼시픽이 서울 홍대 근처에 문을 연 남성 전용 메이크업 상담소 '맨스튜디오'에는 하루 평균 300명이 찾는다.
옷도 마찬가지다. 지난 1월 롯데백화점 전점에서 여성의류 매출은 1년 전에 비해 5%가 줄었지만 남성의류는 오히려 7%가 늘었다. 지난해 백화점 업계 최초로, 최대 규모로 개장한 신세계백화점 남성전문관의 남성 편집매장(다양한 브랜드를 모아놓은 매장) '멘즈컬렉션'은 개장 이후 매출이 450%나 증가했다.
화장품·옷·미용 등 남성의 '외모 가꾸기'와 관련된 소비가 성장한 것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로이터에 따르면 2011년 미국 남성들은 옷 사는 데 84억달러를 썼는데 이는 지난 20년간 최고 수치다. 2010년에 비해 8%가 늘어난 것으로 여성의 의류 소비 성장률(2%)보다 높았다.
남성 소비의 중심축은 20~30대로, 로이터는 "맞벌이 증가로 남자들이 부인에게 쇼핑을 미루지 않게 됐고, 이혼한 싱글맘 아래서 성장한 남자들이 늘어나면서 어머니의 쇼핑습관을 그대로 물려받게 된 것"이라 분석했다. 국내 유통업체들은 "현재 20~30대 남성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아이돌 그룹의 등장을 지켜보며 성장한 세대라 자신을 가꾸는 소비에 능숙하다"고 했다.
최근 온라인몰에서 '남성 뽕 삼총사'란 이름의 몸매교정 제품이 히트를 친 것도 한 예다. '뽕 삼총사'란 어깨에 붙여 어깨를 넓어 보이게 하는 패드, 입으면 가슴근육이 나와 보이게 하는 보정속옷, 힙업(hip-up)을 시켜주는 엉덩이 밴드를 가리킨다.
지난 1~2월 온라인몰 11번가에서 이런 남성용 몸매보정 상품 매출은 지난해와 비교해 170%나 늘었다.
조선비즈 | 김남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