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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의 신작, 우리에겐 너무 불편한…

[기타] | 발행시간: 2013.07.28일 20:45

[한겨레] 일 애니메이션 ‘바람이 분다’ 9월 개봉

일 과거사에 비판 쏟아내면서도

작품에선 전투기 설계자 미화 논란

감독 “주인공, 시대 잘못 만난 죄

아버지도 전쟁 가담했지만 좋은 분”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72) 감독이 5년 만에 내놓은 신작 <바람이 분다>(9월 한국 개봉)는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논란이 많은, 문제적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군의 2차대전 주력 전투기이자 ‘가미카제 특공대’의 자살공격에 쓰였던 ‘제로센’의 실제 설계제작자 호리코시 지로를 소재로 삼은 이 영화를 두고 군국주의 부역자를 미화했다는 비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 26일 이례적으로 한국 기자들과 도쿄도 고가네이시 자신의 작업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현지 시사회를 한 것도 다분히 ‘역사의식 논란’을 의식한 탓으로 보인다.

“가미카제 특공대가 생겼을 때, 제로센은 이미 구식이어서 별 역할을 하지 않았습니다.”

영화 논란에 대한 미야자키 감독의 답변은 뜻밖이었다. 그는 “주인공 호리코시는 군의 요구를 더 많이 받았지만 나름대로 대항하며 살아온 인물이다. 그 시대를 살았기 때문에 무조건 죄를 업고 가야 한다고 말해야 할까? 우리 아버지도 전쟁에 가담했지만, 좋은 아버지였다고 생각한다. 그 시대가 어디로 가는가가 중요한 문제다”라고 말했다. 미야자키 감독은 최근 소책자 <열풍>에서 국가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비행기 등에 부품을 대는 군수공장 운영에 열중했던 자신의 아버지 얘기를 한 적 있다. 그는 또 “<이웃집 토토로>는 어린이들이 밖에서 뛰어놀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제작했는데, 결국 아이들이 텔레비전을 더 보게 만들었다. 열심히 한다고 의도대로만 결과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있었다”는 말도 했다.

하지만 전쟁과 꿈을 좇는 개인의 아이러니를 그렸다고 보기엔 영화는 아쉽다. 붙어 있던 일장기가 전부 떨어지는 장면 등은 시대비판을 암시하지만 전쟁 동원에 대한 개인의 고뇌도 잘 드러나지 않고 소재 자체도 너무 민감하다. 영화에서 호리코시가 제작에 참여한 전투기 ‘하야부사’(1식 전투기)는 실제 한국인 조종사들이 가미카제(자살특공대) 작전에 동원될 때 쓰였던 비행기다. 제로센 역시 이미 지난 2009년 국내 한 걸그룹이 앨범 표지에 소품으로 썼다가 “가미카제의 아픈 역사가 서린 소재”라며 논란이 일자 표지 전량을 폐기한 적이 있을 만큼 예민한 소재다. 또 주인공이 근무한 미쓰비시는 전쟁물자를 생산하던 당시 강제동원한 한국인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에 대한 배상을 거부한 악연이 있는 곳이다.

영화는 설계사 호리코시가 2차대전 당시 일본 해군의 요청에 따라 전투기 ‘제로센’을 개발하는 모습을 그렸다. 그는 어린 시절 책에서 이탈리아의 세계적 비행기 제작자인 잔니 카프로니 백작과 만난 뒤 ‘아름다운 비행기’를 만들겠다는 다짐을 한다. 결국 전쟁을 앞두고 미쓰비시에서 비행기 설계팀장을 맡아 2차대전이 한창이던 1939년 항속거리와 선회각도 등에서 연합군을 능가하는 전투기를 완성한다. 호리코시의 개인사를 중심으로 그리며 제로센과 연합군의 공중전은 등장하지 않는다. 제목 <바람이 분다>는 프랑스 작가 폴 발레리의 시 ‘해변의 묘지’ 가운데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는 대목에서 따왔다고 한다.

미야자키 감독은 전작에서 반전, 평화, 환경 등의 가치를 동화적 판타지 속에 구현해왔다. 일본 정치권의 헌법개정 움직임을 강력히 비판하는가 하면, 이날도 “위안부 문제를 한국과 중국에 사죄해야 한다” “일본이 역사감각을 상실했다”고 거침없이 발언했다. 역사의식과 별개로 자신의 작품은 이런 역사 문제에서 예외로 두고 싶은 걸까?

그는 앞서 한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이 어리석은 전쟁을 일으켜 아시아 전역을 초토화시키고, 해를 끼쳤다”면서도 “(전쟁에서 일본의) 작전능력이 낮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역사뿐이지만, 그 가운데 ‘진 것만은 아니다’라고 할 존재가 제로센이다. 사고력과 기술력을 뛰어넘는 호리코시의 천재적 영감의 성과물이고, 제로센의 조종사들은 굉장한 힘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반응은 확연히 갈린다. 일본 내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감동했다”, “명장의 영화 세계를 집대성했다”는 등의 칭찬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부 비평가는 “아름다운 비행기가 동시에 살인무기도 될 수 있다는 모순을 이야기 속에서 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미야자키 감독의 첫 ‘어른용 애니메이션’이란 말도 나온다.

9월 초 개봉이 예정된 국내에서도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국내 누리꾼들은 이미 “감독의 전작에 우익 성향이 없었는데 제로센이 나온다고 무조건 군국주의로 몰아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 “순수한 꿈이 누군가에게는 슬픔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의견이 갈리고 있다.

<바람이 분다>는 지난 20일 일본 개봉 뒤 올해 영화 가운데 개봉일 매출액 1위를 기록하며 전작 <벼랑 위의 포뇨>의 155억엔(1722억원) 흥행을 넘어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의 감독 안노 히데아키가 주인공 호리코시의 목소리 연기를, 미야자키 감독의 전 작품에 함께해 온 히사이시 조가 음악감독을 맡았으며, 새달 열리는 제70회 베네치아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고가네이(도쿄도)/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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