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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스럽다고 감추던 사투리, 이젠 대중문화 주류로 부상

[기타] | 발행시간: 2013.11.30일 11:58
다시 주목받는 지역 방언

사투리가 안방극장을 장악했다. 최근 케이블방송 tvN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얘기다. ‘응답하라 1994 다음편이 방송될 때까지 끙끙 앓으며 기다린다’는 의미의 ‘응사앓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을 정도다. 이 드라마의 흥행코드 중 하나는 서울로 갓 올라와 같은 하숙집에 살게 된 영남, 호남, 충청 출신의 1994년 대학 신입생들이 중심이 돼 거침없이 뱉어내는 사투리다.

정부의 표준어 정책에 밀려 사라져간 사투리의 ‘부활’은 최근 유행하는 복고형 드라마, 영화뿐 아니라 사투리 활용을 권장하는 각종 지방자치단체의 사업에 힘입은 바 크다. 지역 특색을 살리고 옛것을 보존하는 차원에서 지자체의 기념사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사투리 방송 전성시대

TV 속에서 사투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은 ‘응사’와 같은 드라마뿐만은 아니다.

경남 마산 출신의 방송인 강호동과 같이 사투리를 쓰는 출연자들이 진행하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이 주말 황금 시간대를 점령한 지는 오래다. TV 홈쇼핑 채널에서 특산품 판매 때 해당지역의 사투리를 사용해 이 지역이 원산지임을 강조하기도 한다. 지역방송에서는 아예 사투리로 진행되는 프로그램도 흔하다.

TV 속에서 사투리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은 2004년 방송위원회의 심의규정이 개정되면서다. 이전 규정에서는 ‘방송 언어는 원칙적으로 표준어로 하며 특히 고정진행자는 표준어로 진행해야 한다’는 부분 외에도 ‘사투리나 외국어를 사용할 때 국어순화 차원에서 신중해야 한다’고도 명시했다. 그러나 규정에서 사투리 부분은 제외됐다.

방송에서 사투리가 등장하는 빈도는 점차 늘었고 사투리 비사용자의 귀에도 어느덧 익숙해지고 있는 것이다. ‘교양 있는 서울 사람들이 두루 쓰는 말’이 아니라 서러웠던 사투리가 점차 대중문화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사투리 보존도 활기

방언학을 연구하고 있는 경북대 김덕호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이러한 현장에 대해 “한국 사회가 언어의 다양성을 점차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수도권 중심의 사회가 형성되면서 지방 인구의 이동 등으로 점점 도태될 위기에 처했던 방언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며 “방송과 같은 대중이 친숙한 매개체를 통해 다양한 지역의 방언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순경음 비읍(ㅸ), 반치음(ㅿ) 등 15세기에 이미 사라진 고어(古語)들이 각 지역 방언에서 발견되는 등 방언의 언어학적 가치도 학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각 지역의 특색이 반영된 문화적인 가치도 주목받고 있어 이를 통해 국가와 지방에서 사투리 보존에 나서고 있는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다.

선두 주자는 제주도다. 제주도는 2007년 9월 ‘제주어 보전 및 육성조례’를 제정했다. 제주어보전육성위원회와 제주어연구소를 개설·운영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펼쳐가고 있다.

울산은 이달 중순 정명(定名) 60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울산방언사전을 펴내기도 했다. 강원도 강릉은 강릉문화재단에서 1993년 강릉사투리보존회를 결성하고 사라져가는 강릉 지역 방언들을 수집, 정리해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경남사투리보존회와 같은 민간단체에서도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광주, 경북 안동 등 전국 각지에서는 사투리 경연대회를 열거나 유명 관광지에 지역 사투리로 푯말을 설치하는 등 사투리를 관광자원으로도 앞세우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

국립국어원도 2004년부터 국어문화 유산 보존을 위해 ‘지역어 조사 사업’을 추진, 매년 방대한 자료들을 수집해 연구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경북대와 함께 ‘전국 사투리 상품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어 각 지역의 사투리를 상품화하는 정책도 펼치고 있다.

◆사투리 편견은 여전

이러한 현상에도 불구하고 사투리에 대한 편견은 남아 있다.

시장 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8월 온라인을 통해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사투리 사용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을 조사한 결과 ‘특정 사투리를 쓰는 사람에게 편견이 있다’는 답변이 전체의 27.2%로 집계됐다. 특히 이러한 인식은 연령대가 높을수록 더 강했다. 조사에는 실제 사투리 사용이 면접이나 프레젠테이션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인식도 각각 58.7%, 75.3%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편견은 사투리 사용자 측에서도 도드라진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서 ‘현재 사투리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답한 사람 중 ‘원래 쓰지 않았다’(73.0%), ‘학교 직장을 옮기면서 자연스레 바뀌게 됐다’(16.2%)는 답변 외에 ‘사투리를 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비율은 10.8%를 차지했다. 이들 중 대부분이 ‘비즈니스나 업무 때문’이라고 하거나, ‘학교나 직장에서 따돌림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이러한 현상을 반영하듯 부산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대학가를 중심으로 사투리 교정 학원이 생겨났다. 일부 지방대학에서는 표준어 특강을 운영하고 있다.

김덕호 교수는 “언어는 자연스럽게 습득되는 것인데 사투리와 표준어의 대립관계로 계층이 형성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며 “표준어라는 규정보다는 일본과 유럽 국가들처럼 방언까지 두루 수용하는 ‘공통어’ 개념으로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 사회적 분위기 조성은 물론 사투리 보존·계승을 위한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대구=임성준·이정우 기자, 전국종합 jun2580@segye.com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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