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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매듭과 인연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4.02.07일 13:30
  (연대) 리화

  실 한오리가 민간수공예사의 손끝에서 요리조리 쏙쏙 넘나들고 꼬아지면서 아름다운 매듭이 만들어지고 그 매듭들이 한데 이어져 하나의 멋진 수공 공예품으로 탄생한다. 이리 비틀고 저리 꼬아 현란한 묘기를 자랑하는 수공예사의 솜씨를 보노라니 찬탄이 저절로 나가며 한오리 실이 저렇게 다양한 모양의 매듭 수공 공예품으로 바뀌여 태여나는 것이 그저 너무 신비롭기만 하다.

  설이면 실내에 커다란 빨간색 중국매듭(中国结)을 걸어 명절분위기를 내고 결혼 때도 두 사람의 사랑의 결실을 상징하는 하트모양의 매듭을 만들어 신혼방을 장식해 길상과 경사와 행복의 분위기를 내는것을 많이 보아왔지만 매듭 제작과정을 현장에서 내 눈으로 직접 견학하기는 처음이다.

  매듭은 몇천년의 력사를 가지고 있는 중국의 특유한 수공공예품으로서 상고시대부터 기원했다고 전해진다. 그후 매듭 예술은 당나라와 송나라때 크게 발전하였으며 명나라와 청나라때 가장 많은 인기를 얻었고, 현재에 와서는 다채롭고 풍부한 민간예술의 하나로 이미 그 매력을 세계 각지에까지 널리 알려 자랑하고 있다.

  기계문명으로 점점 절주가 빨라지는 현대인들의 삶에 한 매듭 한 매듭 꼭꼭 매여가는 그 기법으로 촉촉한 윤활제 같은 역할을 하며,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그 각광을 받고 있다. 이전엔 시골 장터에서나 볼수 있던 중국 매듭 공예품이 이젠 대형백화점의 메인 코너에 턱 하니 자리 잡을 정도로 그 매력을 충분히 과시하고 있다.

  중국매듭에는 고대로부터의 중국인들의 문화신앙이 숨어있다고 봐야 당연할것이다. 진실하고 선량하며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념원을 체현하고 있어 5000년 중국전통문화의 지혜와 깊이를 감지할수 있다.

  일찍 상고시기 중국 고대 사람들은 매듭을 가지고 일을 기록하였는데 이는 원시적인 문자가 나타날 때까지 지속되였다고 한다. 동한시기 '주역주'에 따르면 큰일이면 큰 매듭을, 작은 일이면 작은 매듭을 노끈으로 매서 사건을 기록하고, 꼭 지켜야 할 약속같은것을 '기록'하는 수단으로도 매듭짓기를 사용했다고 한다. 매듭 하나를 지을 때마다 인간사이의 약속 하나가 이루어졌던것이다. 어쩌면 현대인들이 조목조목 따져서 적는 계약서의 역할을 매듭 하나 짓는 것으로 완성했을것이다. 그렇게 매듭은 계약을 대표하는 법률기능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그러한 사건을 기재하는 역할도 해왔던것이다.

  뿐만 아니다. 매듭은 또한 끝부분을 뜻하기도 한다. 옛날부터 녀성들은 긴 머리를 땋아 예쁜 댕기로 끝부분을 매듭지어 나붓는 바람에 팔랑거리면서 다녔다. 그 매듭이 풀리면 예쁘게 한데 꼭 뭉쳐져 있던 머리카락이 막 풀어져 뒤엉켜 엉망이 되여 헝클어진 모습을 보여주게 되는것이다. 그래서 녀성들에게 머리 매듭을 꽉 조여서 매여줄수 있는 머리댕기는 이제 단순히 머리 끝부분을 꽉 매여주는 역할보다도 녀성의 미를 자랑하는 치장용품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액세서리로 그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액서서리 매장에 가면 너무 현란하게 화려한 머리댕기들, 어느것 하나 미운것이 없다. 다 한 번씩 내 머리에 달아보고싶다.

  요즘은 일의 한 단계를 마무리 짓거나 그 일을 깨끗이 종말 지을 때 매듭을 잘 지으라고 말하기도 한다. 매듭을 잘 지어야 끝부분이 깔끔하고 그 매듭에서 다시 새로운 시작으로 활기차게 이어갈수 있기때문이다.

  결국 인간은 매듭을 떠나지 못하는듯싶다. 인간은 고대나 현재나 일생동안 수많은 매듭을 만들면서 살아가고 있다. 스스로 만들고 남에게도 맺어주는 매듭 만들기…

  외로움 한가닥으로 꼬은 매듭, 그리움 한가닥으로 꼬는 매듭, 불행 가닥, 행운 한가닥, 배신 한가닥, 믿음 한가닥, 증오 한가닥, 사랑 한가닥, 수많은 한가닥 '실오리'들이 꼬아져 매듭으로 이어지고 있다.

  가끔은 비뚤비뚤, 덕지덕지, 칙칙하게 매여진 매듭들이 꽁꽁 조여지고 응어리지기도 하고 때로는 곱게 균일하게, 하늘하늘하게 매여진 매듭들이 살풋이 부풀어 오르기도 한다. 이렇듯 한번 맺어지면 풀려지지 않는 독한 매듭이 있는가 하면, 풀기 어려운 힘든 매듭도 있고 쉽게 풀리는 착한 매듭도 있다. 모든 매듭들은 인간의 희로애락으로 표현이 되며 인간으로 살아가는 한 매듭과 희노애락은 갈라놓고 이야기 할수가 없다.

  결국 인간세상은 인간사이의 인연의 매듭으로 시작되고 그 매듭과 매듭이 이어지고 한데 꼬여져서 복잡한 인간관계의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세상은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속에서 만들어가는 인간사...결국 얼기설기 엉킨 매듭속의 한 매듭에 지나지 않는 인간이라는 존재...

  인간끼리 만나서 정을 주고 미워도 하고, 사랑을 하고 배반도 하는 이 모든것도 결국은 인간이 이 세상에서 만들어가는 매듭에 다름 아니다. 특히 남녀가 만나서 혼인하는것은 어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매듭을 맺는 일일것이며, 그 맺을-결(结)이 결국은 결혼의 결(结)로 이어진다. 결혼은 두사람의 결합을 의미하며, 그 결합한 두 당사자를 중국어로 결발부처(结发夫妻)라고 한다. 옛날엔 결혼시 남녀의 영원한 사랑을 상징하는 동심결(同心结)로 사랑의 징표를 나누었다. 남녀의 머리 한줌씩을 한데 매여 영원한 사랑을 표현한 옛날 사람들의 고사...그외에도 결(结)자로 만들어진 어휘들은 많고도 많다. 결의, 결배, 결맹 등 모두다 함께 한다는 뜻을 담고 있는 낱말들이다.

  수공예품 매듭의 연장선으로 이어지는 매듭단상에 잠간 빠져있는데 수공예사가 얘는 길상결(吉祥结)이요, 쟤는 여의결(如意结)이요, 이쪽은 반장결(盘长结)이요, 저쪽은 쌍선결(双线结)이요… 하면서 여러가지 매듭들을 들어보이고 가리키면서 설명을 해준다. 모든 매듭들이 그 형태와 뜻에 따라 각이한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모두 길상과 축복의 뜻이 슴베어 있다고.

  이 매듭은 사서 부모님께 드려야지, 건강장수를 뜻하니깐. 저 매듭은 사서 남편에게 선물해야지, 길상여의를 뜻하니깐. 저기 보이는 저 매듭은 친구에게 선물해야지, 전도유망을 뜻하니깐… 여러가지 매듭들을 보면서 속으로 좋은 뜻과 함께 선물해줄 사람들을 체크해보았다.

  내가 이 세상에 왔으므로 맺은 수많은 소중한 인연들, 그 인연들에 감사한 마음을 매듭수공예품으로 전달하는것도 나쁘진 않으리라.

  건강장수, 태평무사, 풍요로움, 행복 등 길한 뜻을 가지고 있는 매듭, 매듭 자체가 그런 뜻을 가지고 있을 리 없지만, 아름다움과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의 소박한 소망이 담겨서 꼭 그런 신비의 힘으로 그 매듭들이 꼭꼭 맺어지고 이어지리라.

  지금까지 내가 이 세상을 살아오면서 만든 수많은 매듭들을 머릿속에 떠올려 본다. 행복만을 떠올릴수 있는 대목이 아니다. 슬픈 인연의 매듭들도 더러 있고, 아픈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매듭들도 더러 있다. 그러나 지나온 세월의 그 매듭들에 너무 후회하거나 연연하지 않으며, 지금 내가 매여가고 있는 매듭들이 가장 소중한 매듭들로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 매듭들에 미안하지 않은 삶을 살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 올해는 착한 매듭으로 부드럽게 모든 사람을 꼭 안아주는 그런 매듭으로 거듭나리라 하는 소박한 소망을 스스로에게 약속처럼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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