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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네모꼴 밖에 있는 희망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4.02.07일 13:27
  (할빈) 구용기

  직장 정문에 이르렀는데 그 녀자가 보였다. 오십 중반의 그녀는 역시 그러루한 차림이였다. 늘 새옷 같은것을 입었지만 자세히 보면 양식이 때지난 옷을 입곤 하는 그녀였다. 나는 곧 전화기를 꺼내 상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 녀자가 또 왔음. 지금 막 정문을 들어가고 있음.”

  나의 메시지를 받은 상사는 바로 사무실 문을 걸든가, 2층의 커피숍으로 피하든가 할것이였다. 저 녀자를 보면 절로 머리가 흔들렸다. 어쩌면 저렇게 근기가 좋을가. 그녀는 벌써 3년째 저렇게 매일이다싶이 우리 직장을 찾아오고 있었다.

  성이 오씨인 그녀는 30년 전 우리 직장 소속 대집체(大集体)의 직원이였었다. 그 시절은 참 등급도 많아서 로동자들도 직장이 있는 정식공 농사를 하는 농민, 그 사이에 또 농민도 아니고 정식공도 아닌 대집체 직원이 있었다. 대집체 직원은 대우가 정식공들보다 훨씬 못했다. 후에 우리 직장 대집체가 불경기로 해체되였다. 전국적으로 거의 다 해체되는 상황이였다. 오씨는 별수없이 집으로 들어앉게 되였으며 국가에서 나오는 보잘것 없는 보조비로 생활해야 했다. 참 순진한 편이기도 했다. 나라에서 집으로 들어가라고 하니 집으로 공손히 들어갔고 나라에서 주는 보조금이 적다고 불평도 하지 않고 조용히 살았다.

  그런데 3년전부터 더 참고 살수가 없었던지 직장 지도자를 찾아오기 시작하였다. 그의 요구도 별것이 아니였다. 첫째는 800원이라는 월급으로 살수가 없으니 보조금을 인상해달라는것이고 둘째는 일년에 3000 여원 하는 겨울난방비용을 대달라는것이였다.

  나의 상사는 국가 규정을 조목조목 해설하면서 어찌어찌하여 당신의 요구를 만족시켜줄수 없다고 거듭거듭 얘기를 했지만 그녀는 그냥 찾아와서 머뭇거렸다. 기회만 있으면 상사의 사무실 소파에 앉아 떠나지를 않았다. 비록 류행이 지났지만 그래도 깨끗하게 차려입고 매일 찾아오는 그녀, 어이없는것은 그렇게 찾아오는 그녀가 얼굴에 늘 미소를 담고있는것이였다. 목적을 달성하든 못하든 이렇게 지도자를 찾는 일이 그래도 속편한 일인 모양이였다. 어떤 때 상사가 피해버리면 혼자 상사의 사무실 소파에 비스듬이 누워 쿨쿨 자기도 했다. 속이 타서 찾아온것일건데 어쩌면 저렇게 태평스러울수가 있을가.

  저런 열성이면 차라리 파출부를 하거나 가정도우미 같은 일이라도 찾아할것이였다. 지금 도우미를 하면 적어도 2000원 월급은 벌수 있는 현실인데도 말이다. 적어도 국가에서 나오는 돈이 그래도 진짜 돈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니면 국가에 기대고 ‘당의 품에 안기는것’이 그녀의 타성일가.

  그러나 당은 바야흐로 ‘자식’에게 ‘눈먼사랑’을 주지 않으려 하고있다. ‘시장이 결정적 작용을 하는’ 경제사회로 나아가려는것이다. 시장사회에서 개개인은 그 누구에게 기대여 살수가 없게 된다. 자기 자신의 힘으로 생존해야 하고 자신을 지켜야 하며 가정을 지켜야 한다. 삶을 자신이 판단하고 법률로 자신을 보호하고 경쟁으로 앞길을 헤쳐나가야 한다.

  오씨처럼 지도자를 찾아 기대려고 하는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다. 지도자들을 지금은 부모관(父母官)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공무원이고 복무자일뿐이다. 언제나 지도자가 나타나서 이렇게 하시오, 저렇게 하시오 하면서 품어주고 보살펴주기만을 기다려서는 안된다.

  왜 무엇이든 자연생이 좋은가. 자연경쟁을 하며 사는 야생동물은 뛰기도 잘 뛰고 건강하고 사람이 먹기에 고기도 맛있다.

  지금 중국이 하는것을 보면 우리가 더 빠릿빠릿해지지 않을수 없다. 독립적으로 생존하는 그런 ‘야생적기질’이 필요하다.

  기회가 된다면 오씨 녀자에게 이런 말을 해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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