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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조선족 할머니의 간곡한 부탁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4.07.09일 07:53
지난 5월말 오전 서울에서 중국 지린 성 옌볜조선족자치주의 주도인 옌지(연길)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의 일이다.

비행기에 탑승하니 내 좌석의 복도 쪽 옆자리에 몸집이 좀 큰 할머니가 이미 앉아 계셨다. 내 자리가 안쪽이라고 하니 그분은 '내가 다리가 아파서' 하시며 일어서지 않고 몸을 옆으로 돌려 내가 간신히 들어갈 수 있게 해 주셨다. 그러고 보니 좌석 옆에 지팡이가 놓여 있는 것이 보였다.

곧 간단한 기내식이 나왔는데, 옆에 앉은 내가 할머니 자리의 식기 받침대를 펴 드리는 등 가벼운 시중을 들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가게 되었다.

중국 옌지시에 사시는 정이 많고 인자한 동포 할머니였다.

그 할머니는 부산의 한 식당에서 일하는 딸을 만나기 위해서 난생처음 한국에 왔다가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딸은 민족학교(조선족학교)를 나오지 않아서 한국말이 서툴기 때문에 좀 더 나은 직장에서는 일하기 어렵다고 하시며 아쉬워했다. 그러다가 조심스럽고 간곡한 표정으로 나에게 부탁을 하나 들어달라고 했다. 자신이 한국에서 겪었던 고마운 경험을 꼭 신문사에 투고를 해서 그 감사함을 전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그 할머니는 이른 아침에 부산에서 비행기로 인천공항으로 와서 옌지행 비행기로 갈아탔다고 했다. 그분이 감사해 하는 것은, 부산공항에서 비행기를 탈 때부터 항공사 직원이 휠체어에 태워 비행기 좌석까지 자신을 모셔다 주었고 인천공항에서도 다시 휠체어로 옌지행 비행기까지 모셔다 주더라는 것이다. 너무나 감사한 일이라고 하면서 꼭 이 감사한 마음을 신문을 통하여 항공사에 전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자신이 김봉주라는 이름의 78세라는 것을 중국여권을 꺼내어 보여주시고, 사상구에 사는 딸 이름이 이춘옥이라고 하면서 거듭 간곡히 부탁하셨다. 비록 할머니에게는 내가 그리 노력해보겠노라고 약속드리지 않았지만, 그 일이 내가 이 글을 투고하게 된 동기이다.

그 할머니의 부탁 말씀에서 내가 생각한 것은, 그분이 '감사하다고 느끼는 능력', 그리고 '감사함을 표현하려는 능력'을 가졌다는 것이다.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바로 그러한 힘과 태도가 아닐까?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한 새로운 노력을 지지해주는 것은 바로 그러한 감사표현이다. 우리는 감사한 일을 감사한 일로 느끼지 못하거나, 감사하면서도 감사 표시하지 않는 것을 오히려 예사롭게 생각하는 습성에 젖어 있는 것이 아닐까?

옌지가 가까워지자 승무원이 와서는 할머니에게 비행기가 도착하더라도 자리를 뜨지 말고 그대로 앉아 계셔야 한다고 새삼 다짐을 받았다. 내리실 때에도 휠체어로 모셔다 드리려고 하는 것이다. 새삼 감사한 일이다. 그 할머니를 만나서 이야기 나누고 그분의 생각을 엿본 것 또한 나에게는 감사한 일이다.




박광준 일본 북쿄대학 교수 사회복지학부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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