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를 멈춰라” : 16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앞에서 보호복을 착용한 한 남성이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일부 국가에서 오는 사람들의 미국 입국을 제한해야 한다며 “비행기를 멈춰라”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에볼라 바이러스가 미국 및 유럽 등지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중국 닝보(寧波)공항을 통해 입국한 나이지리아 남성이 미열로 격리돼 진료를 받고 있어 중국 보건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아직 확진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에볼라 양성 판정이 나올 경우 중국에서 발견된 첫 환자다.
17일 홍콩 펑황왕(鳳凰網)에 따르면 닝보위생국은 16일 공식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이날 오후 6시 비행기를 통해 닝보공항에 들어온 나이지리아 남자가 미열이 올라 닝보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관련 소식에서 펑황왕은 에볼라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나이지리아 남성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관련 기사로 에볼라 소식을 전하고 있다.
닝보위생국은 웨이보에서 나이지리아 남성의 입원 진료 소식과 함께 “긴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120(중국 구조요청 번호)으로 전화할 것, 바로 보고하고 연락처를 남길 것, 몸이 아파 약이 필요한 경우 반드시 규정 병원을 이용하라”고 안내했다. 현재 이 나이지리아 남성은 대만을 경유해 닝보공항에 도착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만약 이 남자가 에볼라 양성 판정을 받는다면 대만 역시 전염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여서 주목된다.
현재까지 중국은 물론 아시아에서는 에볼라 발병사례가 나오지 않고 있다. 몇 차례 유사 증세를 보여 격리돼 진료를 받은 사례가 있지만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지난 8월 22일 베트남 호찌민 공항에 나이지리아 남성이 미열 증세를 보여 병원에 격리돼 진료를 받았지만 음성 판정을 받았다.
미국의 CNN은 16일 전 세계 에볼라 감염자 수가 곧 1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경고를 인용하며 에볼라 균이 각국의 방역시스템을 시험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지난 2002∼2003년 창궐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악몽을 겪었다. 당시 중국에서만 5000명이 감염돼 340명이 사망했다. 이에 중국은 이번 에볼라의 경우 지난 7월 ‘에볼라 출혈열 예방 및 관리방안’을 발표하며 사전 대비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제1방어선’과 입국자가 에볼라 바이러스의 잠복 기간(21일) 발생하는 신체이상을 즉각 보고토록 하는 ‘제2방어선’, 전염 의심환자를 신속히 치료하는 ‘제3방어선’ 구축이 방안에 포함돼 있다. 또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지역에서 입국한 사람들에 대해 발열, 두통증상 등을 반드시 출입국 당국과 격리 당국에 신고토록 요구했다.
베이징 = 박선호 특파원 shp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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