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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빙벨' 본 아들의 첫마디, '아빠 우리 이민가자'"

[기타] | 발행시간: 2014.10.27일 09:59
[오마이뉴스 성하훈 기자]

▲ 26일 일요일 오후 예술영화전용관 아트나인에서 영화 <다이빙벨> 상영 후 이상호 감독과 세월호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들이 나와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갖고 있다.

ⓒ 성하훈

"4월 16일부터 도언이 엄마에서 유가족이 됐다. 당시 119에 신고했지만 구조자체가 없었다. 오전 9시 50분에 "전원 구조 중이고 구명조끼 입었다"고 문자가 왔다. 그렇게 믿었다. 그런데 배는 침몰 중이었다. 11시 전원구조 됐다고 하기에 믿었다. 아이 친구가 전화 와서 '구조하고 있다니 걱정하지 마세요' 해서 믿었는데, 아무런 구조도 안했다. 그런데 언론은 몇 백 척이 나섰고 몇 백 명이 구조중이라고 거짓말만 했다." (세월호 단원고 희생자 김도언 학생 어머니)

관객 앞에 선 유가족은 나름 차분하게 말하려 애썼지만 답답한 듯 토해내는 울분을 감추기는 어려워 보였다. 일부 관객은 자식 잃은 부모의 한에 가슴이 아픈 듯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도 보였다.

26일 저녁 영화 <다이빙벨>이 상영된 서울 사당동 예술영화전용관 아트나인. 영화가 끝났지만 아무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착잡한 듯 내뱉는 한숨이 답답함을 대변하는 듯했다. 무거운 분위기만이 극장 안에 가득했다. 세월호 참사 직후의 상황에 대해 익히 들어서 알고 있던 사람들도 영상으로 드러나는 진실에 할 말을 잊은 분위기였다.

잠시 뒤 <다이빙벨>을 연출한 이상호 감독이 나와 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이 자리에는 유가족들도 함께해 그들의 답답함을 관객들에게 하소연했다. 희생자 유가족들은 개봉일인 23일부터 이상호 감독과 함께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중이다.

이상호 기자는 "<다이빙벨>이 세월호의 진실을 찾는 실마리라고 생각한다"며 "이 영화가 마중물이 돼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는 단초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관객들은 질문을 통해 해경의 무능함을 지적했고, 계획적인 학살로 보인다고 울분을 나타내기도 했다. 왜 죽게 한 것인지를 못 밝혀낸 것에 아쉬움을 표하는 모습이었다. 이상호 감독은 공감을 나타내며 체계적인 구난체제가 미흡한 점과 함께 언론의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왜 죽였나'보다는 '왜 못 구했나'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영화를 주변에 권유해 달라며 박근혜 대통령도 영화를 보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영화를 봐 주는 것만 해도 큰 힘, 세월호 진실 밝힐 수 있게 도와달라"

▲ 26일 영화 <다이빙벨>을 관람한 관객들이 상영 후 극장 밖에서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 시네마달

이날 관객과의 대화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희생자 유가족들이었다. 자식들의 학생증과 명찰을 달고 나온 단원고 희생자 김도언, 정예진 학생의 어머니는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다.

김도언 학생의 어머니는 지난 9월 30일 발생한 홍도 유람선 좌초 사고에서 희생자가 한 명도 없었던 것은 정부와 해경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민간어선이 승객들을 전부 구조했음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당시 구조된 승객들이 죽는 줄 알았다, 미치는 줄 알았다고 하던데, 우리 아이들은 오죽했겠냐"며 목이 메여 했다. 이어 관객을 향해 "우리 힘이 없다. 국민들이 도와주셔야 한다. 진실을 밝히는 데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영화를 봐주시는 것만 해도 큰 힘이 됩니다. 우리는 특별법이 왜 필요한지 진실을 알리기 위해 여야 국회의원들이 영화를 보기를 원합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영화를 꼭 보게 해줬으면 합니다. 아이들이 죽어간 진실 밝힐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함께 자리한 정예진 학생의 어머니도 같은 부탁을 했다. 그는 "아이가 12월 생으로 16년 4개월을 살다 갔다"면서 참사 현장에서 구조해 달라고 하니 "안 되는 이유가 뭐 그리 많고 무슨 절차가 그토록 많은지…"라며 사고 당시 구조에 미온적이었던 현장의 상황을 전했다. 이어 "특별법은 내 새끼 죽은 이유를 알려달라는 거다. 남은 사람들 안전하게 살게 해 달라는 거다"라며 "그런데 특별법을 요구한다고 우리를 폭도 아닌 폭도로 만들고 있다"고 답답해 했다.

그는 "특별법 제정 요구를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당신 아이한테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떻 것 같냐고 말하고 싶지만 말이 씨가 될까봐 차마 그렇게 말 못한다"면서, "우리는 진실을 밝혀달라는 거다. 유가족이 원하는 방향대로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여러분이 도와 달라"고 덧붙였다.

유족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에 자리를 지키던 관객들은 여기저기서 눈시울을 붉혔다. 내내 고개를 숙인 채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이상호 감독은 "나도 울보인데, 앞에 계신 아주머니 그만 좀 우세요"라며, 맨 앞자리에서 울고 있던 관객을 다독이기도 했다.

관객과의 대화를 마친 후 이상호 감독과 유가족들은 출입구에 서서 영화를 관람한 관객 한명 한명과 일일이 인사했다. 일부 관객은 유가족들의 손을 잡거나 안아주면서 위로했고, 다시 눈물짓기도 했다.

매진 행렬 이어지고 있지만 멀티플렉스는 외면

▲ 주말 <다이빙벨> 매진을 알리고 있는 대구지역 상영관 동성아트홀

ⓒ 동성아트홀

배급사 관계자는 제주와 진주에서 영화를 보러 일부러 서울까지 온 관객도 있다며 상영관을 열지 않는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에 서운함을 나타냈다. 주말 서울, 부산, 대구 등에서는 오후 시간대 상영이 대부분 매진됐다. 일부 지역의 경우 보조좌석까지 활용했지만 다 수용할 수 없어 돌아간 관객들도 많았다. 지방에서는 상영관이 많지 않은 탓에 다른 지역으로 원정 관람했다는 관객들의 소식이 SNS에 올라오기도 했다.

<다이빙벨>은 26일 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 15개 스크린에서 38회 상영돼 일일 2523명, 누적 9602명을 기록하고 있다. 독립영화 흥행기준 1만 관객 돌파를 목전에 둔 상태다. 좌석점유율이 44.9%로 다른 경쟁영화들을 압도하고 있다. 하지만 스크린이 좀처럼 열릴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날 자녀와 함께 극장을 찾은 여성 관객은 이상호 감독에게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현금이 들어있는 봉투를 건네기도 했다. 이에 배급사 관계자들이 "받을 수 없다"면서 "차라리 영화표를 구입해 주변에 나눠달라"며 간신히 사양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는 "다큐영화 <다이빙벨>은 정말 권하고 싶은 영화"라며, "우리가 오해하고 있던 진실이 보여주는 먹먹함도 그렇지만 영화적 구성도 좋고, 전개도 빠르고, 정말이지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고 봤다"고 호평했다.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이랑 <다이빙벨>을 봤다는 한 관객은 SNS에 올린 글에서 "다 보고난 후 우리 아들이 하는 첫마디가 '아빠 우리 이민가자' 였다. 뭐라 대답해야 할까 고민만하다가 그냥 쓴웃음만 지었습니다. 모두 다 못난 어른들 탓입니다. 죄송합니다"라고 감상평을 남겼다.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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