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청각장애인 박사 탄생
오영준씨 숭실대서 학위…"농아인 과학자 양성에 노력"
[세계일보]
"미국과 일본의 농아인 사회를 보고 충격을 받았고 한편으로 오기가 생겼어요. 열심히 공부해서 한국 최초의 청각장애인 박사가 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한 커피숍에 한 뭉치의 이면지 봉투를 든 남자가 들어섰다. 청각장애인으로서는 한국 최초로 박사 학위를 받게 된 오영준(37·사진)씨다.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는 그는 의사 전달을 위해 항상 이면지를 들고 다닌다고 한다. 16일 인터뷰도 필담으로 진행됐다.
오씨는 17일 '장애인을 위한 다중 카메라 기반의 지능형 공간'이라는 논문으로 숭실대학교 대학원 미디어학과 박사 학위를 받는다. 1995년에 서울농아학교 고등부를 졸업한 지 꼭 17년 만이다. 오씨는 "미국에는 청각장애인 300여명이 박사 학위를 받고 보잉, IBM, 코닥 등 대기업에 근무하고, 일본 역시 농아인 기술대학을 통해 도시바, 파나소닉 등의 대기업에 진출한다는 사실을 알고 많이 놀랐다"며 이면지에 볼펜을 꼭꼭 눌러 썼다. 오씨가 한국 최초의 청각장애인 박사가 되겠다고 결심한 이유다. 오씨는 농아학교를 졸업한 뒤 한국폴리텍대학, 성공회대 정보신학과, 숭실대 대학원 컴퓨터학과, 카이스트 인간친화복지 로봇 연구센터 연구원 등을 거치며 끊임없이 도전했고 꿈에 그리던 박사 학위를 취득하게 됐다.
오씨는 "우리나라 교육계에는 농아인 인재 양성을 뒷받침하는 교육제도가 없고, 농아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하다"며 "우리 사회에서 청각장애인이 중요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농아인) 후배들을 가르쳐 청각장애인 과학자를 양성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