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버밍엄에 사는 자흐라 사디크(15)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영국 메트로 등 외신들에 따르면 최근 자흐라는 친구들과 만나기 위해 버스에 올랐다. 그는 이날 친구들과 한 극장에서 영화를 보기로 약속한 상태였다.
화장도 잘 됐고, 기분도 좋았다. 친구들과 만나 즐겁게 수다 떨 일만 남아있었다. 자흐라의 입에서는 흥얼거리는 콧노래도 흘러나왔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버스를 탄 자흐라에게 차장이 다가오더니 “정말 열다섯 살이 맞느냐”고 물어본 것이다.
놀란 자흐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네”라고 답했지만, 차장은 자흐라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가 자흐라가 나이를 속이고 학생용 티켓을 산 뒤, 버스에 탑승한 거라 생각했다. 학생용 티켓은 열여섯 살 이하만 살 수 있다.
자흐라는 나이를 증명하려 친구들과 찍은 사진을 보여줬다. 그러나 차장은 막무가내였다. 그는 자흐라의 화장한 얼굴을 보더니 “버스에서 내려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에게 35파운드(약 6만원)의 벌금도 물렸다.
자흐라는 메트로에 “학생증이 없어서 내가 학생이라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했다”며 “학교에 다니는 사실과 몇 장의 사진을 보여줬지만, 차장은 내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모든 승객이 나를 쳐다봤다”며 “무임승차한 승객을 바라보는 듯한 눈빛에 죄인이 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자흐라는 “차장은 출생증명서나 여권을 보여달라고 했다”며 “세상에 누가 그런 것들을 갖고 버스에 타겠느냐”고 되물었다.
버스에서 쫓겨난 자흐라는 친구들과 만나기로 한 장소까지 4마일(약 6.5km)을 걸어야 했다. 그는 다른 버스를 탈 수도 있었지만, 똑같은 일을 다시 당할 것 같은 두려움에 차마 그러지 못했다.
자흐라는 “겨우 열다섯 살인 소녀가 홀로 길에 버려진다는 것은 너무나 무서운 일”이라며 “화장품 몇 개를 갖고 있었지만, 난 내 나이에 맞게 보인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자흐라의 삼촌 나비드 사디크는 “그날 우리 조카는 큰 충격에 빠졌다”며 “마치 범죄를 저지른 것 같은 기분에 울상을 지었다”고 말했다. 그는 “차장이 여권을 요청했다는 말이 어이가 없었다”며 “조카는 버스를 탄 것이지, 비행기를 탄 것이 아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버스회사 관계자는 “당시 버스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관련자들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메트로 캡처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