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이우인 기자] '국민 엄마'라는 타이틀을 가진 중견 여배우는 많다. 그러나 고두심은 흔한 국민 엄마가 아니었다. 다양한 엄마를 연기했을 텐데도 매번 다른 감동을 주니 말이다.
지난 14일 KBS2 주말 드라마 '부탁해요, 엄마'(윤경아 극본, 이건준 연출)가 엄마 산옥(고두심)의 죽음으로 마지막 회를 장식했다. 그러나 슬프기만 한 새드엔딩은 아니었다. 산옥의 크나큰 사랑을 깨달으며 모두가 행복해지는 결말을 그렸고, 그 중심엔 고두심의 연기가 있었다.
산옥은 남편이지만 연하에다 철없는 동출(김갑수)과 사느라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혹독한 시집살이를 살았고, 동출 대신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열심히 산 덕에 큰아들 형규(오민석)를 변호사로 만들었고, 형규는 산옥의 큰 자랑거리였다.
진애(유진)는 형규밖에 모르는 산옥 때문에 많은 걸 포기하고 살았다. 독립하고 싶을 정도로 형규만 위하는 산옥이 야속했다. 다행히 막내 형순(최태준)은 형규보다 한참 못난 아들. 열등감은 있었지만 동출의 심성을 쏙 빼닮아 욕심이 과하지 않고 착했다.
그런데 되짚어 보면 산옥의 사랑은 형규에게나 진애에게나 형순에게나 크기가 다르지 않았다. 형규에겐 어릴 적 사고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아들이지만 미안하고 어려웠던 것이고, 진애나 형순에게도 형규가 있어서 사랑이 작게 느껴졌을 뿐, 산옥의 사랑은 거대했다.
자녀들은 산옥의 이 같은 마음을 이별을 눈앞에 두고서 뒤늦게 깨달았다. 산옥은 죽음을 앞두고서도 하나부터 열까지 가족 걱정뿐이었다. 자신이 떠난 뒤 홀로 남아서 천덕꾸러기가 될 동출과 자신이 죽은 뒤 후회할 형규 진애 형순 생각에 되도록 병을 밝히는 것을 늦췄다.
산옥은 또한 자신의 병이 모두 밝혀진 뒤엔 아픔을 혼자서 참아내며 건강한 듯 이전보다 더 크게 웃었다. 앞으로를 살아갈 가족에게 자신의 행복한 모습을 남겨주고 싶었던 것. '부탁해요, 엄마'는 눈물보다 웃음으로 엄마와의 작별을 그렸다. 그러나 참아내는 슬픔은 시청자들에게 전달됐고, 눈물샘을 넘치게 했다.
고두심은 산옥을 입체적으로 연기했다. 이 세상 엄마들이 느낄 수 있는 모든 희로애락을 표현해냈다. 자녀를 위해선 누구보다 강하고 억척스럽지만, 자녀 앞에선 누구보다 여린 엄마, 그래서 더 애잔한 우리 어머니들의 모습이 고두심에게서 보였고, 시청자들은 고두심의 연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이우인 기자 jarrje@tvreport.co.kr / 사진=KBS2 '부탁해요, 엄마'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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