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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로고? 필요 없다'···회사 36배 키운 男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6.03.19일 08:41
퀄리티 좋으면 로고 필요 없다…가죽끈 엮은 가방 자체가 로고



‘보테가 베네타’의 카를로 알베르토 베레타 회장은 “시대를 초월한 디자인, 현대적이면서 기능적인 용도, 장인정신과 최고의 품질을 한결같이 추구한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말했다.


명품 브랜드에서 로고는 생명이다. 로고는 명품 브랜드를 일반 제품과 구분하는 표식이자 몇 배의 가격을 기꺼이 더 지불하게 만드는 장치다. 브랜드 정체성을 보여주는 기호라고도 볼 수 있다. 명품 브랜드를 떠올리면 그들의 로고가 먼저 생각나는 이유다.

[사람 속으로] 창립 50주년 ‘보테가 베네타’의 베레타 회장


뜨거운 상표 경쟁에서 색다른 전략을 구사하는 명품 기업이 있다. 얇은 가죽 끈을 촘촘하게 엮은 디자인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보테가 베네타’다. 보테가 베네타는 로고가 없을 뿐 아니라 제품 외부에(때로는 내부에도) 어떤 표시도 하지 않는다. 오직 퀄리티와 디자인으로 승부하겠다는 단호한 메시지다.




보테가 베네타의 2016년 컬렉션 사진 남성 봄·여름(SS) 컬렉션의 액세서리.


이 같은 차별화 전략이 통했다.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보테가 베네타는 최고급 럭셔리 시장의 강자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영향을 명품 브랜드들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보테가 베네타는 이례적으로 수년간 두 자릿수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발표된 2015년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은 2014년보다 13.7% 증가한 12억8600만 유로(약 1조7000억원). 2000년 매출액 3500만 유로(약 463억원)에 불과했던 부실기업이 15년 만에 36배 성장한 것이다. 최근 방한한 보테가 베네타의 카를로 알베르토 베레타(52) 회장을 만났다. 그는 발렌티노 남성복, 에르메네질도 제냐 등에서 영업 경력을 쌓은 뒤 지난해 1월 취임했다.




홈 컬렉션의 도자기와 식기류(사진 왼쪽), 여성 SS컬렉션의 인트레치아토 문양 반지(오른쪽).



질의 :50년이라는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에 최고 명품 반열에 오른 비결은.

응답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와 원칙을 일관되게 따른 게 주효했다. 보테가 베네타는 1966년 이탈리아 북동부에서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탄생한 브랜드다. 주요 제품은 숙련된 장인이 수작업으로만 만들 수 있다. 유행을 타지 않는(timeless) 디자인을 추구하고 현대적이면서 실용적인 제품을 만든다. 이런 가치를 일관되게 추구했기 때문에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질의 :제품에 로고 등 브랜드 표시가 없는 이유는.

응답 :“스타일과 기능성·퀄리티가 있으면 로고는 필요 없다. 사람들은 훌륭한 디자인만으로도 브랜드를 알아볼 수 있다. 제품이 스스로 말하는 것이다. 로고 대신 필요한 건 고객의 이니셜이다. 보테가 베네타의 1970년대 광고 캠페인 문구인 ‘당신의 이니셜만으로도 충분할 때(When your own initials are enough)’가 브랜드 모토다. ‘노 로고(No Logo)’ 정책은 브랜드 개혁의 출발점이었다.”


질의 :무슨 얘긴가.

응답 :“보테가 베네타도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 2001년 케어링그룹에 인수되기 직전 회사는 파산 지경이었다. 그때 보테가 베네타는 브랜드 역사상 한 번도 시도한 적 없는 일을 저질렀는데, 바로 제품에 로고를 넣은 것이다. 그 때문에 브랜드 정체성을 완전히 상실했다. 당시 로고가 빅 트렌드였는데 남들 하는 대로 따라 한 것이다. 트렌드를 좇다 보면 자신의 가치와 타협하게 되고 결국 실패한다.”

질의 :한때는 ‘명품=로고’였는데.

응답 :“이젠 고객의 소비 성향이 한층 성숙해졌다. 패션업계가 진화할수록 고객들은 로고보다 그 이면의 가치를 더 이해하고 중시하게 됐다.”




여성 크루즈 컬렉션 목걸이

케어링그룹(옛 PPR그룹)은 구찌·보테가 베네타·이브생로랑 등을 소유한 프랑스 럭셔리 그룹으로, 루이비통·디올 등을 보유한 LVMH그룹과 함께 명품업계 양대 산맥이다. 케어링그룹은 보테가 베네타 인수 후 디자이너 토머스 마이어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하고 브랜드 재건에 나섰다.

마이어는 단순하면서도 고급스럽고, 기능성을 갖추면서 내부도 외부만큼 아름다운 가방을 만들고자 했다. 그는 브랜드 아카이브를 뒤져 가죽 끈을 꼬는(woven) 기법인 ‘인트레치아토’를 발견했다. 보테가 베네타의 시그니처 디자인이자 장인정신의 상징인 인트레치아토는 가죽 끈을 단단하게 십자 형태로 꼬는 디자인이다. 가방 전체에 봉제선이 전혀 없는 매끄러운(seamless)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혁신 기술이다.




보테가 베네타의 시그니처 백인 ‘카바’ 제작 과정 ① 두 장의 가죽을 합친 양면 페투체(가죽 끈)를 삼각형 모양으로 짠다. 인트레치아토 기법이다. ② 나무로 만든 형틀에 상부를 고정하고 균일한 강도로 엮어 가방 모양을 만든다. ③ 가방에서 유일하게 스티칭이 들어가는 부분은 바닥 면과 손잡이를 연결 할 때다. ④ 가볍고 부드러우면서도 형태가 유지되는 ‘카바’가 완성된 모습. [사진 보테가 베네타]


마이어는 인트레치아토에서 영감을 얻어 단순한 직사각형 토트백 ‘카바’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보테가 베네타 혁신의 출발점이 됐다. 솔기와 프레임이 없어 부드러우면서도 바닥에 놨을 때 형태를 유지하는 획기적인 핸드백이었다. 혁신적인 가치 덕분에 ‘카바’는 900만원대라는 높은 가격에도 열망의 대상이 됐다. 베레타 회장은 “창립 50주년도 뜻깊지만 토머스 마이어가 합류한 지 15주년이 되는 해라는 점이 더 의미 있다”고 말했다.


질의 :최고급 럭셔리 분야의 최근 트렌드는.

응답 :“‘유행을 타지 않는 스타일’이다. 한 시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시즌, 나아가 몇 년이 지나도 함께할 수 있는, 시대를 초월한 스타일이 진정한 명품이다. ‘앱솔루트 럭셔리(최고급 럭셔리)’ 고객들은 높은 수준의 디테일을 원한다. 디테일에 주의를 기울이는 게 바로 장인정신이다. 뛰어난 소재나 스타일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다.”

인트레치아토 기법으로 만든 가방은 안팎의 가죽의 부드러움이 똑같다. 안감을 쓸 경우에는 고급 스웨이드를 사용한다. 남들은 볼 수 없지만 사용자가 최상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디테일이다.




여성 SS컬렉션 플랫 슈즈(사진 왼쪽), 남성 크루즈 컬렉션 스니커즈와 에스파드류(오른쪽).



질의 :경기 침체 이후 고객들이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응답 :“구매 성향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충동 구매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우리 제품은 가격대가 높은 편이다. 이럴 때 고객들은 제품 그 자체보다 더 깊은, 진정한 가치를 얻기를 원한다. 퀄리티가 탁월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질의 :CEO로서 향후 과제는.

응답 :“브랜드를 다음 단계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그동안 보테가 베네타는 가죽 제품으로 앱솔루트 럭셔리 분야의 리더로 자리 잡았다. 이젠 다른 제품 카테고리를 아우르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도약하려고 한다. 매출액의 87%를 차지하는 가죽 제품은 지금도, 앞으로도 브랜드의 핵심이지만 동시에 슈즈·여성복·남성복·패션 주얼리 등으로 제품 카테고리를 확장할 계획이다. 특히 여성 부문보다 성장 속도가 빠른 남성 부문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질의 :성장 전략은.

응답 :“앞으로는 매장 수를 늘리는 게 아니라 매장 크기를 대형화할 계획이다. 한 매장 안에서 모든 제품 카테고리를 선보이는 ‘메종’을 2013년 이탈리아 밀라노에 처음 열었다. 올해 미국 베벌리힐스, 내년 뉴욕, 이후 아시아 도시로 확대할 계획이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장인들이 가죽끈 일일이 꼬아서 제품 만들어

기업가인 미켈레 타데이와 렌조 젠지아로가 1966년 이탈리아 북동부에 있는 베네토주 비첸차에 ‘보테가 베네타’를 설립했을 당시 패션 업계의 주류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중부 지방의 가죽 업체들이었다. 말 안장과 여행용 트렁크를 만들던 이들은 수요가 줄어들자 핸드백 등으로 눈을 돌렸다. 트렁크와 안장에 쓰던 견고한 가죽을 그대로 가방 재료로 사용했다.

타데이와 젠지아로의 생각은 달랐다. 북동부 지역은 직물과 남성복 산업이 중심이라 얇고 섬세한 작업에 쓰이는 재봉 장비가 많았다. 장비의 바늘이 얇아 두꺼운 가죽 바느질에는 사용할 수 없었다. 해법은 가죽 장갑을 만드는 얇고 부드러운 이탈리아산 가죽이었다. 문제는 부드러운 가죽은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연구 끝에 부드럽지만 견고한 가방을 만들기 위해 가죽 끈을 안팎으로 엮는 인트레치아토 기법을 고안했다. 모두 수작업이기 때문에 제품의 완성도는 결국 장인의 손끝에서 결정된다. 보테가 베네타가 직원 복지를 위해 애쓰는 이유다. 보테가 베네타는 2014년과 지난해 이탈리아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대기업 부문)으로 꼽혔다. 카를로 알베르토 베레타 회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회사에 대한 열정을 가지면 더욱 생산적이 된다. 이런 열정은 고객에게까지 전달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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