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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 향촌계렬수필 (9) 결혼잔치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6.08.08일 11:08
(흑룡강신문=하얼빈) 그때는 겨울이면 마을에 잔치집도 많았다. 누구네 집에서 잔치를 하면 온마을 사람들을 다 청하여 음식을 대접했다. 하여 마을에서는 어느날에는 누구네 잔치날이요 다음날에는 또 누구네 잔치를 하오 하면서 소문이 나군 했다. 어떤 때에는 두집이 동시에 잔치를 하는 날도 있었다. 그때는 잔치부조가 술 두병이 아니면 돈5원이 고작이였다. 하여 마을사람들은 별 부담도 없이 잔치집에 가서 술을 마시고 하루를 즐기군 했다.

  잔치날이면 한마을에 있는 신부라면 달구지로 꽃가마를 만들어 실어오고 외지에서 오는 신부들은 대부분 트럭을 타고 왔다. 신부를 태운 꽃가마나 트럭이 마을로 들어서면 마을 청년들이 길을 막아서는데 그때에는 길세를 내야 한다. 신부를 실은 차가 신랑집 골목까지 들어서면 마을 청년들이 길 중간에 나서 빨리 환영하는 사람이 나오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때면 신랑집에서 음식상을 차려 가지고 나와 청년들에게 술 한잔 권하고 신랑집 가족들이 호물대기 로친까지 동원하여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맞이해야 신부를 싣고 간 차가 들어갈수 있었다. 한마을에서 오는 신부는 그런대로 말이 통하여 길세를 인사로 조금 내면 되는데 외지에서, 그것도 외지총각이 마을의 처녀를 데리고 갈 때면 언제나 곤경에 빠지군 했다. 길세를 적게 내면 마을 청년들이 길을 막고 보내지 않았는데 밀고 닥치고 하다가 신부집에서 온 상객과 흥정을 부쳤다. 돈수자가 몇십원 심지어는 백원까지 올라가면 아웅다웅 싸움이 붙고 과하면 청년들이 신부를 감추기도 했다. 마을 청년들은 신랑쪽에서 온 상객에게서 받은 돈으로 고기며 술을 사가지고 신부집으로 가서 딸을 시집보내 섭섭하겠다고 밤중까지 술 마시고 바가지 장단에 춤을 추군 했다.

  잔치라하면 신부집에서 위망이 있는 사람을 상객으로 보냈는데 상객으로 오는 사람은 대부분 주량이 있고 언변도 좋은 사람이 왔다. 하지만 외지에서 온 상객들은 마을에 와서 골탕을 먹기가 일쑤였다. 상객으로 왔다고 처음에는 호기를 부리다가 마을 청년들에게 잘못걸리면 술벼락을 맞아 나가 너부러지는것이였다. 한번은 벌리에서 왔다는 40대 상객이 술상에서 마을에 있는 청년이 60도짜리 소주를 한사발 부어가지고 권하자 당신이 마시면 나도 마신다고 큰소리를 쳤다가 청년이 먼저 한사발술을 다 마시자 곤경에 빠져 못마신다고 나눕었다가 마을이 청년들이 들고 일어나 야단치는 바람에 한사발 술을 다 마시고도 벌주로 또 한사발을 마시지 않으면 안되였다. 결국은 외지에서 온 상객이 나가 너부러지고 사돈들이 들어와 업고나가 차에 태워서 보냈다. 어떤 상객들은 마을 청년들에게 잘못걸려 신발을 신지도 못하고 도망갔는가 하면 사돈집 변소에 가서 토하다가 변소에 빠진 상객도 있었다.

  그때는 잔치집이 많으니 집집마다 아이도 많이 낳았는데 마을길에 중대가리 아들을 안고 다니는 사람들이 푸술했고 마을 유치원에서도 아이들의 노래소리가 랑랑했다. 겨울만 되면 그렇게 많던 잔치집들로 하여 마을마다 가정이 늘어나고 오늘은 누구네 아들이 쌍둥이 아들을 보았고 누구네는 선녀같은 딸을 낳았다고 소문이 와자자했다. 새며느리를 삼는다고 수염을 날리며 으쓱으쓱 춤을 추던 우물집 최로인, 아들을 장가보낸다고 한복을 입고 아리랑을 열창하던 버드나무집 할머니 그들은 지금 모두 어디로 갔는지 마을에는 잡초만 무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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