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자 앱 | | 모바일버전
뉴스 > IT/과학 > 게임
  • 작게
  • 원본
  • 크게

디아블로 복사 사건...문화부 처방은 틀렸다

[기타] | 발행시간: 2012.06.13일 14:03
'밤의 대통령'이라 불리며 1920년대 미국을 풍미했던 조직 폭력배 두목 알 카포네. 그가 1927년 한 해에만 1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기네스북에 '세계 최고의 시민'으로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은 당시 미국의 금주법 때문이었다. 전국적으로 술 제조와 판매가 막히자 지하시장을 통해 밀주가 유통되었고 카포네는 이를 장악해 큰 돈을 벌었다.


합법적인 시장이 사라지니 암시장에서는 저질 술이 난무했다. 술 가격도 비싸져 저소득층 사람들은 공업용 메탄올로 제조된 싼 술을 먹고 실명하기도 했다. 카포네의 일화는 유효 소비자가 존재하는 시장을 정부가 강제로 막았을 때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를 잘 설명해준다.


최근 한국 내 서비스 되는 온라인 게임에서도 이와 유사한 풍경이 나타나고 있다. PC방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온라인 게임 '디아블로3'가 그 주인공이다. 최근 서버 오류를 이용한 아이템 복사 사건이 불거지며 이 게임은 아이템 현금 거래관련 논란의 중심에 섰다.

'디아블로3', 하루 아이템-현금 거래액 12억 원


'디아블로3'는 남자 또는 여자 캐릭터를 만들어서 게임 내 주어진 퀘스트를 해결하며 몬스터와 전투를 벌이는 액션 롤플레잉게임(RPG)이다. 게임 진행시 몬스터와의 전투가 필수이기 때문에 방어력을 높여주는 갑옷이나 공격력을 향상시키는 무기 등 고성능 아이템의 비중이 큰 것이 특징이다. 몬스터를 처치하면 게임 내 화페인 '골드'나 아이템이 땅에 떨어지는데 이를 주워 상점에서 거래하거나 직접 착용할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 게임의 이용자는 아이템 수집에 심혈을 기울이게 된다. 좋은 아이템을 착용하고 있으면 그만큼 게임이 쉬워지고 다른 이용자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는 골드가 많아도 마찬가지다. 골드가 있으면 캐릭터에 아이템을 갖춰줄 수 있지만 이제 막 게임을 시작한 이용자는 당연히 골드가 없다. 그래서 한국의 이용자들은 현금을 주고 게임 속 화폐인 골드를 구매하기 시작했다. 게임 속에서 해야 할 노동의 대가를 현실의 현금으로 치르는 셈이다. 심지어 고레벨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돈을 받고 게임 내 어려운 퀘스트를 대신 깨 주는 '버스' 아르바이트도 있다.


디아블로3 이용자 노종갑(가명)씨는 "주변을 살펴보면 20~30% 정도는 게임 속에서 사용하기 위해 현금으로 골드를 산다"며 "치킨 값 번다고 자기가 직접 거래 사이트에서 골드를 파는 친구도 있다"고 말했다.


출시 하루만에 세계적으로 350만 장이 팔렸으며 국내서는 지난달 15일 출시 이후 일주일 동안에만 63만 장이 팔린 이 게임의 인기는 아이템 현금거래 사이트 거래액에서도 확인된다. 국내 2대 아이템 거래 사이트인 '아이템매니아'와 '아이템베이'를 통해 거래된 디아블로3 관련 거래액은 5월 28일 하루 동안에만 12억 원 이상을 기록했으며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아이템 복사 동영상' 사실로 드러나... 이용자 불만 폭주


문제는 10일 오전에 터졌다. 한 인터넷 방송 BJ가 게임 내 버그를 이용해 좋은 능력치를 제공하는 희귀한 아이템을 무한으로 복사하고 있다는 동영상 제보가 디아블로3 커뮤니티에 올라온 것이다.


이 BJ가 사용한 방법으로 고가의 아이템을 복사해 상점에 팔면 골드를 복제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 한 번 보면 누구나 따라할 수 있을 정도로 복사 방법도 쉽다. 무료 동영상 사이트인 유투브에 올라온 이 영상은 7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에 디아블로3의 국내 서비스를 맡은 블리자드 코리아에서는 부랴부랴 서버 접속을 막고 진상조사를 벌였지만 이미 많은 아이템과 골드가 복제된 후였다. 경제학 화폐 이론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되는 화폐의 양이 많아지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서 돈의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디아블로3 속 경제가 현실 경제와 아이템 거래라는 끈으로 이어져 있는 만큼 현금을 주고 골드를 구입한 이용자는 게임 접속도 못 해보고 앉아서 손해를 본 셈이다.


아이템을 바로 현금으로 바꿀 수 있으니 방법을 아는 이들 사이에서 대규모 아이템 복사가 이뤄졌다. 블리자드 코리아는 서버 점검기간 이틀간 "전체 아이템들 중 0.01% 가량의 복사 아이템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이용자 커뮤니티에서는 '복사 아이템이 지워지지 않았다', '정상적으로 거래한 아이템이 지워졌다' 등의 불만 사례가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복제한 게임 아이템을 내다팔아 현금 이익을 챙긴 소수 이용자들에게는 책임이 지워지지 않고, 다수의 무고한 이용자들만 아이템 피해를 보고 억울해진 상황이다.


이번 일로 이용자 간 환전 행위의 불법 소지도 커졌다. 현행 게임산업진행에 관한 법률은 도박성 게임 화폐의 환전이나 게임 프로그램 자체를 해킹하는 등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획득한 게임 화폐의 환전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합법화된 시장이 이용자 피해 막는다


디아블로3에는 '경매장' 이라는 거래 시스템이 있다. 일정 수수료를 내고 아이템을 사고 팔거나 아이템을 현금으로 환전할 수 있는 서비스다. 아이템 거래 시장이 세계적으로 성장하는 추세임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국내 서버에서는 현금 환전 기능이 막혀 있다. 게임이 수입되는 과정에서 게임물등급위원회에서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이 기능을 뺄 것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이 기능이 아쉽다. 어차피 거래 수요가 있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 이뤄지고 있는 아이템 거래 방식보다 사용자들에게 훨씬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경매장 시스템에서는 거래 시 문자 인증방식을 사용하고 거래 기록이 그대로 남기 때문에 불법 복제 아이템 거래를 시도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거래 수수료도 거래액의 15%로 아이템 거래 사이트 수수료의 세 배 수준이라 사행성 거래를 지금보다 감소시키면 시켰지 조장한다고는 보기 어렵다.

디아블로 3 이용자인 김승하(가명)씨는 "현금경매장 기능을 삭제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아이템 현금거래를 안 하는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어차피 아이템을 사려는 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현금거래는 이뤄진다는 얘기다. 김 씨는 "국가에서 게임 시스템 내의 시장을 막으니 형성된 암시장이 구매자의 불편함과 추가 비용을 가중시키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블리자드 측에서는 계속 현금경매장 허가를 요청하고 있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여기에 문화체육관광부는 16일까지 현행보다 규제가 한층 강화된 아이템 현금거래 관련 내용을 담은 개정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시행령의 내용을 확정하고 바로 공포할 방침이다. 애초 정부는 사업자등록증을 가진 사람이나 법인이 아이템 현금거래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한 적이 있다. 디아블로3에 현금경매장 설치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또한 이번 시행령에는 문화부가 추진해왔던 반기 매출 1200만 원 이상 거래자의 아이템 현금거래를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거래금액 제한을 통해 게임 아이템을 전문적으로 공급하는 '일반인'의 수도 줄이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시장 수요를 무시한 규제 강화가 과연 통할지는 의문이다. 꼭 현행 아이템 거래 사이트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거래 방법은 다양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주법이 숱한 부작용을 남기며 13년 만에 폐지됐던 이유는 언제나 시장에 술을 사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게임 아이템 현금 거래 역시 국내 게임시장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현상이다. 규제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 ohmy news

뉴스조회 이용자 (연령)비율 표시 값 회원 정보를 정확하게 입력해 주시면 통계에 도움이 됩니다.

남성 86%
10대 0%
20대 43%
30대 29%
40대 0%
50대 0%
60대 14%
70대 0%
여성 14%
10대 0%
20대 14%
30대 0%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네티즌 의견

첫 의견을 남겨주세요. 0 / 300 자

- 관련 태그 기사

관심 많은 뉴스

관심 필요 뉴스

지난해 8월 비연예인과 결혼했던 가수 백아연이 이번에는 임신소식을 전해 많은 축하를 받고 있다. 지난달 30일, 백아연은 자신의 SNS를 통해 임신 5개월 차 초음파 사진을 공개했다. 그녀는 "저희 가족에게 선물같은 아기천사가 찾아왔다"며 임신소식을 전했다. 이어
1/3
모이자114

추천 많은 뉴스

댓글 많은 뉴스

1/3
"브리트니 스피어스, 남친과 몸싸움 끝에 구급대 출동" 무슨 일?

"브리트니 스피어스, 남친과 몸싸움 끝에 구급대 출동" 무슨 일?

"브리트니 스피어스, 남친과 몸싸움 끝에 구급대 출동"[연합뉴스] 미국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42)가 호텔에서 남자친구와 몸싸움을 벌이다 가벼운 상처를 입어 구급대가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고 미 CNN 방송과 연예매체 페이지식스 등이 2일(현지시간) 전했다.

"5살때 母 교통사고, 얼굴 몰라" 선예, 안타까운 가정사 고백

"5살때 母 교통사고, 얼굴 몰라" 선예, 안타까운 가정사 고백

원더걸스 출신 선예가 자신의 가정사를 언급해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방송된 KBS2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 시즌3' 에서는 2000년대를 강타한 걸그룹 '원더걸스' 출신 선예가 출연했다. 이날 선예는 자신의 가정사를 언급하며 할머니의 손에 자랐다고 해

"자식들이 날 돈으로 봐" 전원주, 금 10억원치 있지만 '마음은 공허'

"자식들이 날 돈으로 봐" 전원주, 금 10억원치 있지만 '마음은 공허'

재테크 고수로 알려져 있는 배우 전원주가 "가족들이 나를 돈으로만 보는 것 같아 속상하다"는 고민을 털어놔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일 방송된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서는 억대 자산가 국민 배우 전원주가 방문해 근황을 전했다. 이날 전원주는 오은영 박

모이자 소개|모이자 모바일|운영원칙|개인정보 보호정책|모이자 연혁|광고안내|제휴안내|제휴사 소개
기사송고: news@moyiza.kr
Copyright © Moyiza.kr 2000~2024 All Rights Reserved.
모이자 모바일
광고 차단 기능 끄기
광고 차단 기능을 사용하면 모이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모이자를 정상적으로 이용하려면 광고 차단 기능을 꺼 두세요.
광고 차단 해지방법을 참조하시거나 서비스 센터에 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