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곳곳에 립춘축 써 붙여
'립춘대길 건양다경', '국태민안 가급인족' '개문만복래 소지황금출'...
오늘(3일)은 24절기 가운데 첫 번째 절기이자 봄의 시작을 알리는 립춘(立春)이다.
립춘은 봄으로 접어드는 절후로 음력으로는 섣달에 들기도 하고 정월에 들기도 하며, 정월과 섣달에 거듭 들기도 한다. 정월은 새해에 첫 번째 드는 달이고, 립춘은 대체로 정월에 첫 번째로 드는 절기라 새해를 상징하는 절기이기도 하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립춘을 맞을 때 집안 곳곳에 립춘축(립춘첩)을 써 붙여 집안의 안녕과 번영, 길상, 장수 등을 기원하는 풍습이 있었다.
립춘을 맞아 립춘축에 쓰는 최고의 문구 '립춘대길 건양다경' 뜻은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기를 기원한다는 의미를 함축한다.
립춘인 3일 한국 전북 전주시 전주향교문화관에서 유옥균 전교(왼쪽)와 김승방 유도회 전주회장이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등 입춘방을 쓰고 있다.
그 외 립춘문으로 쓰이는 문구로는 나라는 태평하고 백성은 편안하며 집집이 넉넉하다는 의미를 가진 '국태민안 가급인족'(國泰民安家給人足), 문을 열면 복이 들어오고 땅을 쓸면 황금이 나온다는 '개문만복래 소지황금출'(開門萬福來掃地黃金出), 부모는 천년을 장수하시고 자식은 만대까지 번영하라는 '부모천년수 자손만대영' (父母千年壽子孫萬代榮)' 온갖 재앙은 가고 모든 복은 오라 '거천재 래백복' (去千災來百福),등이 있다.
한편 한국세시풍속사전에 따르면 립춘은 새해의 첫째 절기이기 때문에 농경의례와 관련된 행사가 많다. 립춘이 되면 도시 시골 할 것 없이 각 가정에서는 기복적인 행사로 립춘축(立春祝)을 대문이나 문설주에 붙인다. 립춘축을 달리 춘축(春祝)·립춘서(立春書)·립춘방(立春榜)·춘방(春榜)이라고도 한다. 립춘축은 글씨를 쓸 줄 아는 사람은 자기가 붙이고, 글씨를 쓸 줄 모르는 사람은 남에게 부탁하여 써서 붙인다. 립춘이 드는 시각에 맞추어 붙이면 좋다고 하여 밤중에 붙이기도 하지만 상중(喪中)에 있는 집에서는 써 붙이지 않는다. 립춘축을 쓰는 종이는 글자 수나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가로 15센티미터 내외, 세로 70센티미터 내외의 한지를 두 장 마련하여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외에 한지를 마름모꼴로 세워 ‘용(龍)’자와 ‘호(虎)’자를 크게 써서 대문에 붙이기도 한다.
립춘날 립춘시에 립춘축을 붙이면 “굿 한 번 하는 것보다 낫다.”고 하여 립춘축이 벽사로 붙여짐을 알 수 있다. 전북에서는 립춘축 붙이는 것을 “춘련(春聯)붙인다.” 하고, 이를 붙이면 “봉사들이 독경하는 것보다 낫다.”고 한다. 또 써 붙이지 않고 그냥 글귀를 외워도 좋다고 한다. 전남 구례에서는 립춘축 붙이는 것을 ‘방악(防惡)한다.’ 또는 ‘잡귀야 달아나라.’고 써 붙인다고 한다.
립춘날 립춘절식이라 하여 궁중에서는 오신반(五辛盤)을 수라상에 얹고, 민가에서는 세생채(細生菜)를 만들어 먹으며, 함경도에서는 민간에서 명태순대를 만들어 먹는다.
오신반은 겨자와 함께 무치는 생채요리로 엄동(嚴冬)을 지내는 동안 결핍되었던 신선한 채소의 맛을 보게 한 것이다. 또 이것을 본떠 민간에서는 립춘날 눈 밑에 돋아난 햇나물을 뜯어다가 무쳐서 립춘 절식으로 먹는 풍속이 생겨났으며, 춘일 춘반(春盤)의 세생채라 하여 파·겨자·당귀의 어린 싹으로 립춘채(立春菜)를 만들어 이웃간에 나눠먹는 풍속도 있었다고 수록돼 있다.
/흑룡강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