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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세 은사와 83세 제자의 70년만의 상봉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23.05.30일 09:44
저명한 작사가 허동철선생과 그의 소학교 담임교원 김철만옹 상봉



70년만에 만난 담임교원 김철만선생(오른쪽)과 학생 허동철

5월 17일 쾌청한 봄날, 연길시 팔도강락장수원(康乐长寿院) 102호실에서는 70년전의 학급담임교원이였던 김철만선생과 소학생 허동철선생(조선족 저명한 작사가)이 서로 만나는 경사가 있었다.

두손을 맞잡은 두사람은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야!-야!-야!-” 하며 서로의 만남에 경탄을 쏟고 있었다. “이게 정말 얼마만이요? ” “꼭 70년만입니다!” 두사람은 서로 잡은 두손을 놓지 못한 채 “야!- 정말 오랜만이요!” “야!-정말 반갑습니다!” 하며 서로의 얼굴을 뚫어지게 들여다 보고 있었다.

“동철이도 많이 늙었구만!” 70년전의 애된 소년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는 김철만선생이 하는 첫마디였다. “은사님의 밝은 모습 보니 정말 기쁩니다!” 뜻밖에 정정하고 눈빛이 빛나고 기력이 왕성해보이는 92세 은사님을 바라보며 허동철선생은 탄복을 한다.

1951년부터 화룡현 서성구 고성소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던 김철만선생은 학급장이며 학생회 회장이였던 허동철학생을 무척이나 총애하였다. 그것도 그럴 것이 6년동안 줄곧 개근생이고 최우등학생이며 졸업시에는 화룡현 현장상까지 수상한 이 〈특수한 영재〉를 김철만선생은 귀여워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1954년 7월 29일 화룡현 서성구 고성소학교 졸업사진. 앞 두번째줄 왼쪽 일곱번째 김철만교원, 뒤줄 왼쪽 아홉번째 허동철학생

당시 고성소학교에는 근 700명 학생에 20여명의 교원이 있었다고 한다. 그중에서 허동철학생은 공부를 잘하고 성품이 우수하며 여러 방면의 재능이 있는 특수한 학생이였다.

그런데 최근 마침 신문사에 근무했던 김대혁 제자가 “우리 형제자매들을 극진히 보살펴주신 스승”이라며 김철만선생을 방문하러 팔도강락장수원으로 찾아갔던 것이다. 그 자리에서 김철만선생은 역시 마음에 걸려 있는 이왕지사를 터놓았다. 그러자 김대혁선생은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학생들을 다 잘되라고 엄격히 요구하셨고 또 학급을 전 현적으로 소문나게 잘 꾸려오지 않으셨습니까? 그러면서 꼭 허동철선생과의 만남을 주선하겠다고 약속을 올렸던 것이다.

그 약속이 김철만선생의 큰딸 김신숙씨를 통해 이뤄지게 되였다. 효심이 깊은 김신숙씨는 아버지 생전에 만나뵙고 싶은 모든 분들을 만나 옛정을 나눌 수 있도록 해드리려고 여러 모로 애쓰고 있었다. 뜻밖에 오매에도 그리던 제자를 만난 김철만선생은 “오늘에야 동철이를 만나 내 마음을 전했으니 이제는 시름을 놓게 됐소. 이제야 내 가슴이 시원히 뚫린 것 같구만!”라고 하며 감개를 터놓는다.



소학교졸업사진에서 담임교원과 학생을 확인하며 즐거운 회포를 나누고 있는 사제간

제자에 대한 스승의 사랑은 끝도 한도 없다. 은사님은 양로원에서 한주에 두번씩 있는 노래시간에는 언제나 허동철 작사(방룡철 작곡)로 된 그 노래 〈오래오래 앉으세요〉를 지정곡으로 부른다고 하셨다. 스승과 제자는 손에 손을 맞잡고 그 노래를 3절까지 가사 한구절 틀림없이 열창하였다.

“말 그대로 내가 건강하게 오래 살고 있는 것도 동철이 같은 제자가 있는 덕분이 아니겠소. 나는 이 노래를 부를 때면 힘이 솟구치군 하오. 영광이지 영광이구말구!” 김철만 선생은 이어 허동철 작사로 된 〈첫날의 노래〉며 〈명절놀이〉, 〈축배를 들어라〉,〈로년을 잘 보내시라〉 등 노래를 신명나게 부르고 또 불렀다.

허동철선생은 지칠 줄 모르고 노래를 부르는 은사님을 놀랍게 쳐다보았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건강관리지식을 열심히 듣고 보며 딸의 도움으로 검은쌀, 검은깨, 대추 등 가루를 하루를 거를세라 복용하면서 건강관리를 하신 은사님은 워낙 새하얗던 머리발이 새까맣게 변했다고 한다. 게다가 얼굴피부가 윤기 돌고 눈빛이 밝았으며 어성이 높았다.

“내가 건강해야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스승의 생활신조였다.

“나 때문에 딸이 고생이 많소. 그리고 우리 팔도강락장수원의 홍명옥 원장은 지칠 정도로 우리 로인들을 위해 봉사하다가 몸져 눕기까지 했소. 전송란 주임은 또 우리 룡수 화수골 태생의 친구 딸인데 나를 ‘아버지’라 부르며 친딸 못지 않게 공대를 하오. 임직원들 모두 가족처럼 돌봐주는가 하면 한 숙소에 있는 저 친구분도 항미원조전쟁에서 부상을 입은 분이라 거동이 불편하면서도 늘 나를 거들고 있소. 그러니 내가 늙을 리유가 뭐가 있겠소.”



자리를 함께 한 큰딸 김신숙씨(왼쪽 첫사람)과 팔도강락장수원 전송란 주임(왼쪽 두번째)

모든 것에 감사하며 사시는 은사님의 심태, 그 마음가짐을 고스란히 읽은 허동철선생은 “은사님은 저의 인생의 본보기입니다.”라고 하며 준비해 갖고 간 감사장과 선물, 소학교졸업사진을 꺼내놓았다.

“김철만 은사님, 하루만의 스승도 평생의 스승이라 하였거늘 선생님의 후원을 업고 자란 저에게 은사님은 일생의 스승이십니다.”소리 높여 감사패를 읽어드리는 허동철선생은 감격에 목이 메여 말끝을 흐렸다.

“감사하오. 뭐 이렇게까지야” 스승도 울먹인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저의 오늘이 있게 된 것도 모두 선생님의 덕분입니다!” 83세 허동철선생은 무릎을 꿇어 92세 은사님께 큰절을 올렸다. 허동철선생은 드디여 이름할 수 없는 감격에 울음을 터치기도 하였다.

다시 부여잡는 두손, 70년만에 상봉하여 석별의 정을 나누는 사제간, 다음을 기약하며 자리를 뜨는 순간, 허동철선생은 경건한 심정으로 차렷자세를 하고 은사님께 거수경례를 올렸다.

“은사님, 그제날 붉은넥타이를 메고 소선대 대례를 올리던 허동철이 오늘 푸른넥타이를 메고 은사님께 경례를 올립니다!”

/김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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