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린 것은 위장 자극…물 충분히 마셔야

평소 변비로 고생하는 회사원 한송이 씨(27)는 화장실을 잘 가지 못하다보니 배가 더 나오는 것만 같아 음식을 꺼렸다. 그러나 최근 입맛을 돋우는 봄나물을 몇 끼 먹었는데, 속이 편하고 변비가 완화되는 증세를 보였다.

이정은 한솔병원 대장항문외과 과장은 "봄에 나는 제철 봄나물은 질이 좋은 식이섬유로 구성돼 있어 대장을 말끔히 청소해주고 대장활동을 원활하게 만들어 변비 완화 및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제철 봄나물은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하고 입맛을 돋우는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질 좋은 식이섬유를 많이 함유해 변비와 대장암을 예방하는 데 매우 좋다.

그중 대표적인 봄나물인 냉이와 달래는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해 신진대사를 촉진시킨다. 특히 냉이에 함유된 무기질은 끓여도 파괴되지 않아 영양 손실이 적어 변비로 인한 만성피로와 무력감에 도움이 된다. 미나리는 수분 함유량이 높아 소장ㆍ대장 활동을 원활하게 해준다.

이 밖에 버섯, 죽순, 아욱, 두릅, 돌나물 등이 부드럽고 수분 함유량이 높은 식이섬유로 손꼽힌다.

그러나 봄나물 섭취가 모두 좋은 것만은 아니다.

식이섬유는 물에 녹는 수용성과 녹지 않는 불용성으로 나뉘는데 변비에 좋은 것은 반수용성 식이섬유로 자신의 무게보다 40배나 많은 물을 흡수해 변을 부드럽게 만들어 배변 활동을 돕는다.

비수용성 섬유질도 대변 부피를 늘리는 작용을 해서 장운동을 도와 변비에 도움이 되지만 과다하게 섭취했을 때 가스 형성이 많아져 오히려 복부 팽만감이 증가할 수 있다.

따라서 섭취량을 점차적으로 늘리고 자신에게 맞는 식이섬유 식품을 찾는 것이 위장관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말린 쑥이나 말린 고사리는 식이섬유 입자가 거칠어져 위장을 자극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변비가 있다면 말린 봄나물보다는 갓 수확한 신선한 것을 먹는 것이 좋다. 여기에 현미나 보리로 지은 잡곡밥과 충분한 물을 같이 섭취한다면 변비 해소에 효과 만점이다. 현미밥과 보리밥은 백미밥보다 7배가 넘는 식이섬유가 함유돼 있다. 율무, 귀리도 식이섬유가 풍부해 같이 넣어 먹으면 좋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식이섬유를 많이 섭취했다고 해서 무조건 장운동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식이섬유는 그 자체로서 장운동을 촉진시키는 것이 아니라 몸속에 들어온 수분을 흡수함으로써 변의 양을 늘리고 부드럽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이정은 과장은 "식이섬유 섭취량만 늘리고 물은 마시지 않는다면 오히려 변이 딱딱해져 변비를 악화시킬 수 있다"며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먹더라도 충분한 수분 섭취가 꼭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하루 식이섬유 권장량인 25~30ｇ을 섭취한다고 하면 물은 1.5~2ℓ, 즉 7잔 정도를 마셔야 변비에 도움이 된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