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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his is it] 신해철, 언제나 철이 덜 들었던 형에게

[기타] | 발행시간: 2014.10.28일 11:40
아이즈 ize 글 강명석



서태지는 Mnet <슈퍼스타 K 6>에 출연했고, 그다음 날 이승환은 JTBC <히든싱어>에서 노래를 불렀다. 예정대로라면 신해철은 그다음 날 JTBC <속사정 쌀롱>의 MC로 나왔을 것이다. 서태지는 스타를 꿈꾸는 이들에게 ‘레전드’ 대접을 받고, 이승환은 자신의 요구로 <히든싱어> 사상 최초로 밴드를 대동하고 나와 멋지게 노래했다. 신해철도 마음만 먹으면 <히든싱어>든 KBS <불후의 명곡>이든 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대에게’, ‘내 마음 깊은 곳의 너’, ‘날아라 병아리’, ‘Here I stand for you’ 같은 곡만 불러도 <히든싱어> 레퍼토리는 충분히 채워진다. 하지만 신해철은 tvN <오페라스타>에서 심사위원이 아닌 참가자로 오페라에 도전했고, MBC에브리원 <부엉이>에서 아내와의 가정생활을 보여줬다. 얼마 전에는 체중이 불은 모습과 함께 ‘역변’한 스타 중 한 명으로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에 나왔다. 이봐요. 몇 년 만에 앨범 발표했잖아. 관리 좀 하지 그랬어.

하긴 이 아저씨는 참 마음대로 살았었다. 무한궤도 1집으로 최고의 밴드가 될 뻔했을 때 사고 치고, N.EX.T 1집 내고 김희선과 CF 찍고 나서 또 사고 쳤다. 그래도 N.EX.T로 다시 대박 내고 체조경기장에서 공연을 하더니 “이 밴드로는 더 할 게 없다”면서 팀을 해체해버렸다. 덕분에 내는 앨범마다 사면서도 맨날 투덜거렸다. 사고 칠 때는 주변 사람들에게 그를 옹호하느라 싸웠고, 반대로 N.EX.T 해체 때는 이게 무슨 시덥지 않은 말이냐며 PC 통신에서 싸웠다. 게다가 그건 시작이었을 뿐이었다. 세상을 떠난 옛 대통령을 위해 지지 발언을 하고, 노래를 할 때는 용감하다, 멋있다 생각되기도 했다. 반대로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을 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키보드를 두들기며 그를 옹호하거나 비판했다. 아 좀 제발 조용히 삽시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답했다. “내 마음대로 사는 거지! 씨발!”

신해철을 1988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처음 본 지 22년 만에 직접 보는 자리였다. 음악에 대한 글을 쓰고 뮤지션을 인터뷰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진 뒤 만난 첫 인터뷰 자리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는 ‘ㅈ’과 ‘ㅆ’이 들어가는 욕들을 쏟아냈고, 오프 더 레코드를 전제하고 가요계의 몇몇 쓰레기들을 씹기도 했다. 그러면서 말했다. 마음대로 살고 싶다고. 오지 오스본 같은 1980년대 로커처럼 나이 들어서도 내키는 대로 살고 싶다고. 20년 동안 우상이었고, 마왕이었고, 애증의 대상이었던 뮤지션은 사실 철 안 든 동네 형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렇게 욕을 하면서도 정작 인터뷰어에게는 존대하며 예의를 지키는 사람이었다. 훗날 좀 더 자주 연락을 주고받은 뒤 형·동생으로 지내겠냐는 말에 직업윤리상 그러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예의를 지켰고,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다. 가끔 전성기 시절 이야기를 꺼내며 같은 레퍼토리를 반복할 때는 이 아저씨가 나이가 들긴 했구나 싶었다. 하지만 음악에 관해 이야기할 때만큼은 늘 새로운 이야기를 했다. 스튜디오 대신 맥북으로 카페에서 믹싱을 하니 감이 완전히 다르다고, 새로 나올 N.EX.T 앨범에서는 드럼 녹음을 새로운 방법으로 할 거라고.

지금도 그를 형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하지만 그가 잘됐으면 하는 형 같다는 생각은 종종 들었다. 술 마시고, 욕하고, 싸움도 하고, 체중 관리 안 하고 살면, 좋잖아. 어차피 할 수 있는 것도 많지 않았다. 한창 잘 나갈 때는 젊은 뮤지션에게 무조건 고개부터 숙일 것을 요구하는 방송사의 관행에 “조만간 우리가 다 엎어버릴 거다”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서태지, 신해철, 이승환, 윤상, 정석원, 김동률, 이현도, 이적. 20대 초반의 남자들이 한 산업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하지만 다시 시절이 몇 번 지났고, 그때의 이름값만이 그림자처럼 긴 꼬리를 남기며 이어졌다. 아무리 좋은 음악을 내놓아도 기사 첫머리에는 ‘1990년대를 뒤흔든’이라는 말부터 나왔다. 몇 년 동안 고민해서 만든 앨범을 낼 때보다 자신을 모르는 이들에게 어떤 업적을 쌓았는지 일일이 설명해야 했다. 20대에 이미 한국 록밴드의 사운드를 바꿔놓은 주인공이었다. 그런데 그 시절에는 영향력만큼 권력을 쥐지 못했고, 그 뒤로는 일가를 이룬 결과물을 내놓아도 과거의 영화와 비교당했다. 좀 어떤가. 마음대로 사는 게. 어차피 세상을 바꿀 수도 없었는데.

이미 4년 전에도 N.EX.T 앨범이 나온다고 했었다. 작은 행사 제의 하나에도 “거기서 넥스트의 사운드를 감당할 수 있어?”라고 말하던 사람이었다. N.EX.T의 멤버가 몇 번이나 바뀌고, 앨범이 몇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해도 늘 N.EX.T의 앨범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래서 다짐했었다. 그가 깨어나서 N.EX.T 앨범을 안 낸다 해도 그러려니 하겠다고. 그건 멤버들끼리 대판 싸워서가 아니라, 그만큼 꼼꼼하게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 믿겠다고. 그럴 수 있다면, 그렇게 살아도 된다고. 그렇게 살라고. 마음대로 살라고. 그러면 된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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