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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민의 축구話] 맨유도 금전만능주의에서 자유롭지 않다

[기타] | 발행시간: 2012.04.05일 12:58
[스포탈코리아] 맨체스터 라이벌의 희비가 엇갈리자 세상의 목소리는 하나가 되었다. 알렉스 퍼거슨은 천하제일의 명장이고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는 금력(金力)만 믿다가 망신을 당할 거라는 내용이다. 슬슬 "성공은 돈으로 살 수 없다"라는 스포츠계 미덕이 등장할 법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소리 없이 강하다는 것은 뻔한 사실이다. 20년 동안 절반 이상을 챔피언으로 살아왔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을 줄 안다고 맨유가 딱 그런 '놈'이다. 맨유와 맨시티는 승점 동률 상태로 새해를 맞이했다. 맨유는 12경기에서 10승1무1패(승점 31점)을 기록했다. 반면 맨시티는 8승2무3패(26점)로 주춤했다. 5점의 차이가 났다. 앞으로 7경기, 승점 21점이 남은 상태에서 맨시티는 격차를 줄여야 한다. 쉽지 않은 미션이다.

↑ 사진=ⓒBPI/스포탈코리아

현 상황은 맨유를 사랑해마지 않는 대부분의 영국 언론을 신나게 한다. 맨유와 알렉스 퍼거슨의 위대함을 찬양하고 맨시티와 로베르토 만치니의 실패를 비아냥거린다. 최근 두 시즌간 두 팀의 선수 영입 지출액은 세 배 이상 차이가 난다. 맨유는 7천620만 파운드(한화 약 1368억원), 맨시티는 2억4천4백만 파운드(한화 약 4384억원)를 각각 썼다. 아스널의 연매출 총액과 맞먹는 금액을 맨시티는 선수 영입에 썼다. 자기 매출보다는 당연히 크다. 그런 만큼 선수들의 액면가에서는 맨시티가 맨유에 앞선다. 맨유 팬들의 공감을 얻진 못하겠지만 이런 가정을 해보자. 맨유 1군에서 바르셀로나 또는 레알 마드리드의 주전감이 몇이나 될까? 웨인 루니 정도뿐이다. 하지만 맨시티에는 그럴 만한 후보가 여럿이다. 세르히오 아구에로, 다비드 실바, 야야 투레, 카를로스 테베스 등은 어느 팀에서도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역량의 소유자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앞선 쪽은 맨유다.

맨시티는 어쩔 수 없이 첼시와 자주 비교된다. 2003년 첼시를 인수한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천문학적인 투자로 스타플레이어들을 사들였다. 첼시 탓에 유럽 축구 노동시장의 질서는 심하게 왜곡되었다. 맨유의 제안을 뿌리치고 첼시로 가는 선수들이 속출했다. 아브라모비치 등장 이전까진 상상도 할 수 없는 현상이다. 다행히(?) 아브라모비치의 자금은 첼시를 단박에 유럽 강호로 탈바꿈시켰다. 프리미어리그 우승 3회, FA컵 우승 3회, UEFA챔피언스리그 준우승 1회의 성적을 거뒀다. 2008/2009시즌(3위)을 제외하곤 첼시는 항상 프리미어리그에서 1위 또는 2위로 시즌을 마쳤다. 돈으로 성공을 제대로 산 것이다.

그렇지만 맨시티는 아직까지 첼시가 되지 못하고 있다. 2007년 탁신 치나왓 태국 전 총리의 구단 인수로 시작된 변혁은 2008년 현 구단주인 만수르(아부 다비 왕가)의 소유권 획득으로 박차가 가해졌다. 2008/2009시즌부터 맨시티는 매년 한 단계씩 올라갔다. UEFA유로파리그에 명함을 내밀었고 올 시즌 드디어 UEFA챔피언스리그의 일원이 되었다. 구단을 맡은 지 1년만에 만치니는 팀을 강력한 우승 후보로 만들었다. 하지만 구단 인수 2년만에 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첼시에 비해 발걸음이 더디다. 올 시즌이 현 순위표 대로 마감된다면 팬들은 만치니의 능력을 의심하고 아부 다비 왕족의 방법론을 비웃을 것이다. 영국 언론이 앞다투어 부르는 맨유와 퍼거슨 찬가가 벌써부터 귀에 들리는 듯하다.

그런데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이 있다. 맨시티가 프리미어리그를 정복하는 일은 시간문제라는 점이다. 첼시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프로스포츠에서 성적은 돈과 직결된다. 첼시와 맨시티의 도드라진 돈 씀씀이에 가려져있지만 맨유도 결국 성공을 돈으로 산 팀이다. 2003년 아브라모비치의 등장 전까지 프리미어리그에서 돈을 가장 많이 썼던 팀은 '당연히' 맨유였다. 맨유는 1995년 앤디 콜, 2001년 후안 세바스찬 베론, 2002년 리오 퍼디낸드를 각각 영입하면서 영국 축구 이적료 기록을 경신했다. 10년 전 수비수 한 명 사려고 3천만 파운드를 지출했던 팀이 바로 맨유였다. 천하의 퍼거슨이라도 그런 지출이 없었다면 지금의 '맨유제국'은 존재할 수 없다. 2000년대 들어서도 맨유의 인건비(이적료+연봉) 지출 규모는 항상 리그 1, 2위였다. 인건비 순위와 실제 순위표는 거의 비례한다. 첼시와 맨시티를 보면서 "돈밖에 모르는 녀석들"이라는 맨유 팬들의 비웃음은 대단한 착각이다. 지금 그들은 과거 돈을 주고 샀던 성공의 위대한 유산을 즐기고 있을 뿐이다.

금전주의 비판에서 맨유가 자유로울 수 있는 결정적 이유는, 앞서 말했듯이, 퍼거슨의 존재다. 퍼거슨은 조크 스타인, 맷 버스비, 빌 섕클리와 함께 영국 축구사에 길이 남을 영웅이다. 우승 트로피만 따지면 가장 위대한 감독으로서도 손색이 없다. 선수단 장악, 상대 분석, 전술 능력, 심리전까지 프로축구팀 지도자의 완전체에 가깝다. 그의 거대한 아우라가 맨유의 속세적 모습을 교묘히 가려준다. 생각해보자. 지금 당장 그가 맨시티의 지휘봉을 잡았다는 가정이다. 글레이저 가문과는 차원이 다른 만수르의 야망에 맞서 퍼거슨이 맨유에서처럼 당당히 자기 주장을 펼 수 있을까? 퍼거슨은 최근 테베스의 재기용을 예로 들며 "그게 뭐 하는 짓이야?"라며 한껏 비웃었다. 만약 퍼거슨 자신이 맨시티의 사령탑에 앉아있었다면 테베스가 기회를 얻지 못했을까? 단지 만치니가 우유부단하고 조급해서 테베스를 끌어안을 걸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맨시티는 올 여름 이적시장에서 테베스를 반드시 팔아야 한다. 1년 가까이 쉰 선수를 제 값에 사갈 팀은 이 세상에 없다. 맨시티로선 테베스를 진열대에 내놓아야 했다. 테베스의 기용 여부는 만치니의 권한 밖에서 결정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 상황 하에서 퍼거슨이고 해서 다른 결정을 내렸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맨시티는 앞으로도 계속 강해진다. UEFA의 '파이낸셜 페어플레이(FFP)' 정책도 아부 다비 왕가의 재력 앞에선 무용지물에 가깝다. 에티하드항공의 스폰서십으로 맨시티는 FFP 규정을 간단히 우회했다. 경쟁자들은 본 스폰서십 계약의 정당성 심의를 UEFA에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FIFA나 UEFA의 조직 특성상 아부 다비 왕가의 방법론에 철퇴를 가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아부 다비 왕가의 투자가 지속되는 한 맨시티는 계속 강해져 갈 것이다. 프로스포츠 시장에서 승자는 결국 돈을 가진 쪽이다. 이런 시장 속성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독자께는 맨시티를 제친 맨유보다 에버턴을 권한다. 매 시즌 거의 예외 없이 인건비 순위보다 앞선 성적을 거두는 팀이기 때문이다.

글. 홍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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