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에서처럼 확진 환자가 대규모로 쏟아져나올 가능성은 낮아졌다. 다만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양상은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수개월 이상 메르스 사태가 지속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오명돈 서울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17일 “지난해 중동의 봄철 메르스 유행은 3∼4개월이 지나 수그러들었다”면서 “병원 안에서 환자와 환자 사이, 병원에서 병원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끊지 못하면 더 오래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역학 고리가 완전히 확인되지 않은 환자들이 산발적으로 나타날 경우를 걱정하고 있다”면서 “적어도 몇 주는 지나야 사태 종료에 대한 전망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엄중식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유행 종료를 이야기하려면 짧게는 4주, 길게는 3개월 정도는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병원 밖 대규모 확산’ 가능성은 낮게 봤다.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토착화’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오 교수는 “우리나라는 낙타 같은 ‘자연 숙주’가 없어 중동과 환경이 다르다”며 “이번 유행이 끝나면 모든 게 끝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건 당국은 이달 말까지 사태를 진정시킨다는 목표를 밝혔다. 권준욱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브리핑에서 “6월 말까지 집중의료기관, 집중관리기관에서의 산발적 발생을 끝으로 메르스 사태가 잦아들게끔 하는 것이 1차 목표이자 노력의 방점”이라고 말했다.
메르스 환자는 8명이 추가돼 모두 162명이 됐다. 추가 감염자 가운데 5명은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됐다. 42번 환자(54·여)가 숨져 사망자는 20명이 됐고 격리자는 922명이나 늘어 6508명이 됐다. 10세 미만 첫 감염 사례로 의심됐던 경기도 성남지역 초등학생(7)은 최종 6차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