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라 김영철 전현무. 사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12.29.
[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2015 MBC 방송연예대상은 이른바 '비호감' 예능인들의 반란이었다.
지난 29일 오후 방송된 연예대상에서는 김구라가 유재석과 대상 후보로 경쟁을 벌인 끝에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올 한해 김구라는 터줏대감으로 활약하고 있는 '라디오스타' 외에도 '마이 리틀 텔레비전'과 '일밤- 복면가왕', '능력자들' 등의 진행자로 나서 신규 예능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큰 역할을 했다. 그야말로 MBC 예능을 책임졌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인터넷 방송으로 시작해 연예대상까지, 비주류에서 가장 대중적인 위치까지 올랐다는 점이 눈길을 모은다. 김구라는 과거 인터넷 방송에서 수위 높은 발언들로 화제가 됐지만, 지상파 방송으로 넘어오면서 이것이 뒤늦게 논란이 돼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독설 캐릭터를 고수하면서 '비호감 연예인' 1순위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었지만, 많은 사과와 반성의 길을 거쳐 이를 자신만의 강점으로 승화시켰다.
김구라 뿐만이 아니다. 이날 김영철과 전현무 등 과거의 비호감 딱지를 뗀 예능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대상 후보로 알려져 한 껏 들떴던 김영철은 자신이 후보가 아님을 알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지만, 버라이어티 부문 최우수상에 호명된 뒤, 남다른 감회를 드러냈다. 전현무 또한 버라이어티 부문 우수상으로 시상식의 주역이 됐다.
김영철은 특유의 과장스러운 면모 때문에 '비호감'이라는 악플을 얻기도 했으나, 올 한해 '진짜 사나이'와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자신의 진솔한 면모를 숨김없이 드러내며 시청자들과 간격을 좁혔다. 수상소감에서 김영철은 "'진짜 사나이'로 비호감 딱지를 뗀 것 같다고 하니 작가가 '비호감이 있는 게 아니고 시청자가 네게 익숙해지는 게 오래 걸릴 뿐이었다'고 말해줬다. 욕도 많이 먹고 오버했는데 이제 시청자들이 제게 익숙해지고 예뻐하는 것 같다. 상이 너무 받아보고 싶었다. 재석이 형, 구라 형을 보면서 언제쯤 저 형들처럼 할까 생각했다. 과분한 상이라는 생각도 든다"고 털어놓았다.
전현무 또한 '국민 비호감'이라는 악플을 딛고 '국민 비타민'으로 활약하고 있는 예능인. 전현무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종종 자신이 '비호감' 낙인에 대해 토로한 바 있다. 앞서 자신이 출연 중인 JTBC '비정상회담'에서는 "나는 한 프로그램에서 비호감 전현무라고 자막으로 설명하기까지 했다. 기분이 나쁘기보다는 비호감이라는 말을 들으니까 내 자신이 더 비호감으로 행동해야 할 것 같다, 규정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누군지 모르겠다"고 토로해 예능인으로서의 고충을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전현무는 부단한 노력으로 밉상 캐릭터를 자신만의 개성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특히 올해 '나 혼자 산다'에서 자신의 생활을 과감없이 공개하는가하면, 라디오 '굿모닝FM'에서 '무디'라는 애칭으로 사랑받는 등 MBC 예능을 통해 대중들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갔다.
이는 또한 MBC 예능의 강점을 다시금 입증하는 결과이기도 했다. '비호감'이라는 딱지가 붙은 예능인이 기용을 두려워 않고, 오히려 이들의 진솔한 면모를 이끌어내 대중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한 것. 이를 통해 김구라, 김영철, 전현무는 예능계 새로운 거성으로 빛날 수 있었고, 더불어 MBC 예능 또한 이들의 활약 덕에 빛을 보며 윈-윈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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