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환자 35%가 여성…증가 속도 남성의 2배

간접흡연·미세먼지 탓…요리 연기도 영향 있어

가정부주 김영숙 씨(51·가명)는 목이 자주 쉬고 3주 넘게 기침과 가래가 지속되어 병원을 찾아 CT 검사를 했더니 폐암으로 진단됐다.

김씨는 평생을 살아오면서 담배를 입에 대본 적도 없는데 담배 피우는 사람에게만 생기는 줄 알고 있던 '폐암'이라는 진단을 받고 큰 충격에 빠졌다.

흡연자의 질병으로만 알고 있던 '폐암'이 담배를 피우지 않는 여성에게서도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폐암으로 인해 병원을 찾는 남성 환자는 2010년 3만8168명에서 2016년 5만1845명으로 36% 늘어난 반면에 여성 환자는 2010년 1만6806명에서 2016년 2만7884명으로 66% 증가했다. 2016년 전체 폐암 환자 7만9729명 중 35%가 여성으로 폐암 환자 3분의 1 이상이 여성인 셈이다.

또 2014년 국립암센터 통계에서 여성 폐암 환자의 87.8%가 흡연 경력이 없는 것으로 조사되어 폐암 여성 10명 중 9명이 평생 담배를 피우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여성의 폐암 증가 원인은 주방에서 요리할 때 발생하는 연기 및 대기오염, 미세먼지 등이 주범으로 지적되고 있다.

중국의 역학조사에서도 비흡연자 중 요리를 자주하는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폐암 발생률이 3.4~8배나 높았으며 덴마크의 한 연구에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5㎍/㎥ 상승할 때마다 폐암 발생 위험이 18% 증가하고, 미세먼지가 10㎍/㎥ 상승할 때마다 폐암 발생 위험이 22%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다.

비흡연자의 간접 흡연이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비흡연자가 오랜 기간 흡연자와 같이 생활하며 담배 필터에 의해 걸러지지 않은 담배 연기를 그대로 흡입하게 되며 발암물질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더 많은 발암물질이 몸속으로 들어와 흡연자에 비해 간접 흡연이 폐암 위험을 더 높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병준 중앙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비소세포성 폐암 가운데 편평상피세포암은 남성 흡연자에게서 호발하는 반면 최근 여성, 특히 젊은 비흡연자에게서 선암의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담배를 피우지 않는 여성이라고 하더라도 폐암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흡연 여성이 폐암을 예방하려면 우선 간접 흡연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가정에서 조리할 때 반드시 창문을 열고 환기를 하고 환풍기를 작동시켜야 한다. 또 생선이나 고기를 굽거나 볶고 가열을 할 때에는 뚜껑을 덮고 조리를 하는 것이 좋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