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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 25일' 주스, 60일 지나도 멀쩡 왜?

[기타] | 발행시간: 2012.11.28일 13:30

[J report] 엄마, 이거 날짜 지났는데 … 먹어도 괜찮아요?

60일까진 멀쩡한 주스, 유통기한 25일로 내놓는 까닭

빙그레는 10월 냉장용 오렌지 주스 '따옴'을 출시하면서 유통기한 설정실험을 했다. 우선 8월에 생산해 놓은 제품을 섭씨 10도·25도에 각각 20개씩 보관했다. 그러고는 겉으로 보기에 주스의 색·탁도 같은 것이 변하는지를 봤다. 미생물이 생기는 시점도 관찰했다. 40일이 지나자 높은 온도에 보관한 것에서 변화가 먼저 생겼다. 20개 중 3개 제품에서 곰팡이가 생기기 시작한 것. 냉장 온도에서 보관된 제품은 60일이 지나서야 변질됐다. 냉장보관을 제대로 한다면 60일 이전에는 안전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빙그레는 이 제품의 유통기한을 25일로 정해 판매하고 있다. 최대한 안전하게 유통기한을 줄인 것이다. 또 같은 제품 중 사과 주스는 부패속도가 더 느렸지만, 유통기한을 오렌지에 맞춰 짧게 맞췄다. 빙그레 마케팅실의 황지현 과장은 “대부분의 식품회사들이 실험을 통해 품질유지기간을 얻은 뒤에 이를 줄여서 유통기간을 정한다. 안전계수 0.7~0.8을 곱해 기간을 줄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먹을 수 있는 기간보다 20~30% 짧게 유통기한이 정해진다는 뜻이다.

 이런 식으로 라면·과자·만두 같은 제품의 유통기한도 정해진다. 풀무원의 냉장제품 '칼국수 생면'은 섭씨 10도에서 40일이 지난 후 원래 상태에서도 존재하는 일반세균이 g당 10만 마리 이상으로 늘어났다. 풀무원 식문화연구소의 권보영 연구원은 “자연상태에서도 존재하는 세균이라 크게 문제 되지는 않는 수준이었지만 유통기한은 30일로 정했다”며 “냉장 보관의 조건인 섭씨 0~10도 중에서도 10도를 선택해 보관하는 식으로 가장 가혹한 조건에서 실험해 짧게 정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구입한 식품을 먹을 수 있는 기간은 제품에 적힌 유통기한보다 길다. 한국소비자원은 우유·냉동만두·치즈 같은 식품 10종이 유통기한 이후에도 품질을 유지하는지 지난 2월 실험했다. 그 결과 유유는 개봉하지 않고 냉장 보관했다면 유통기한 후 50일까지도 미생물 검출이 없었다. 냉동만두는 유통기한이 지나고 25일, 슬라이스 치즈는 70일까지도 괜찮았다. 잘만 보관하면 유통기한이 지났더라도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식품회사들이 유통기한을 짧게 잡는 가장 큰 이유는 소비자들의 심리적 저항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김우선 책임연구원은 “그동안 식품 관련 사고가 많이 났던 만큼 국내 소비자들은 유통기한에 특히 민감한 문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의 조사에 따르면 설문대상 1500명 중 25.4%는 “식품에 적힌 표시사항 중 유통기한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고 답했다. 가격을 중요시하는 사람(15.8%)보다 많았다.

 한 라면 회사는 신제품이 섭씨 25도에서 7개월 동안 놔둬도 아무 변화가 없는 실험결과를 얻었지만 유통기한은 5개월로 정했다. 이 회사는 “라면의 유통기한을 6개월 이상으로 잡으면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커질 것으로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유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제조 후 3~4주까지도 먹을 수 있는 기간이라고 본다. 하지만 현재 국내 우유 중 가장 긴 유통기한은 불과 13일이다. 이마저 다 지키지 않는다. 유통기한 2~3일 전에 판매처에서 제품을 회수한다. 어차피 소비자들이 찾지 않기 때문이다. 한 우유 업체 관계자는 또 “유통기한을 늘려 잡을수록 소비자와 분쟁의 여지도 커진다”며 “이를 피하려는 면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강한 규제의 영향도 있다. 한국식품산업협회의 송성완 식품안전부장은 “유통기한에 대한 규제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 강력하다”고 말했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식품 제조·가공 업체는 자체 실험을 통해 각 제품의 유통기한을 정하고, 이를 해당 관청에 신고해 승인을 받는다. 업체들이 낸 보고서·사유서는 지방의 식약청이 검토한다. 이 과정에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서는 승인을 받기 힘들다는 것.

 외국은 식품회사가 자율로 정한다. 미국의 경우 아이들이 먹는 분유처럼 민감한 제품이 아닌 다음에는 각 제조사가 알아서 기한을 설정하도록 돼 있다. 또 국내처럼 판매할 수 있는 기한인 '유통기한' 대신 '품질유지기한' '소비기한' 같은 다양한 표기를 자율적으로 선택해 쓰고 있다. 외국 식품의 유통기한을 국내 제품과 정확히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대체로 길게 설정되는 것이 보통이다.

유통기한 위반에 정부가 개입하는 나라는 드물다. 그러나 국내에선 제조사가 유통기한을 넘겨 판매하면 최대 3개월의 영업정지 혹은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도록 돼 있다. 중앙대 식품공학부의 하상도 교수는 “외국은 제조물 피해법 같은 것이 상대적으로 잘 발전돼 있기 때문에 정부가 사전에 관여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유통기한에 규제가 개입되면서 식품 관리가 엄격하게 되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일각에서는 음식 쓰레기를 늘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소비자원 식품미생물팀의 송규혜 팀장은 “한 해 식품 생산액의 2%인 6500억원어치가 안전한데도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엄격한 유통기한은 식품을 기부하는 문화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정무성 교수는 “조사에 따르면 식품업체 163곳 중 40% 이상이 '유통기한이 지날까 봐 식품 기탁이 꺼려진다'고 답했다”며 “소비 가능 기한을 좀 더 유연하게 표기한다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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