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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에 어색한 조선족> ①'젊은 층 갈수록 심각'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3.01.14일 09:23
가족초청 C-3 비자로 한국에 입국한 3세대 급증

  식당 등 서비스업서 의사소통 미흡해 불편 초래

  #1. 조선족 최관식(32·가명)씨는 한국말에 서툴다. 듣기는 어느 정도 되지만 말은 거의 못하는 편이다. 최씨는 어릴 때 집에서 중국어로 의사소통을 했다. 한족학교에 다녀 한국말을 접할 기회도 거의 없었다. 최씨는 최근까지 고향인 길림성 백산(白山)시에서 식당을 운영했으나 벌이가 시원치 않자 고민 끝에 10년 전부터 어머니가 정착해 사는 한국에 오기로 했다. 그는 올해 초 어머니의 초청으로 단기방문(C-3) 비자를 받아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한국에서 돈을 모아 조그만 옷가게를 차린 어머니처럼 열심히 일하겠다는 의욕에 넘쳤으나 최씨의 '코리안 드림'은 어머니와 함께 찾은 직업소개소에서 무참히 깨졌다. 한국말이 어눌한 최씨에게 적합한 일자리는 없었던 것.

  #2. 직장인 김모(34)씨는 연초 후배와 저녁을 먹으려고 종로의 한 고깃집을 찾았다. 자리를 잡자 20대 초반 여성 종업원이 메뉴판을 가져왔다. 삼겹살과 술을 시켰으나 종업원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김씨는 주위가 시끄러워 못 들었나 싶어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재차 주문을 했다. 종업원은 이번에도 묵묵부답인 채 멀뚱멀뚱 서 있었다. '한국말에 서툰 조선족이겠거니' 생각한 김씨는 메뉴판을 일일이 가리키면서 주문할 수 있었다. 식사를 끝내고 계산하면서 "종업원이 한국말을 잘 못하는 것 같다"고 하자 식당 주인은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된 조선족 학생"이라며 양해를 구했다.

길림성 집안시 조선족 학교에서 문을 연 주말 한글교실/자료사진

  한국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조선족이 늘고 있다.

  흔히 조선족 하면 '한국말 잘하는 동포'라는 게 통념이지만 첫 번째 사례에 소개된 최씨처럼 우리 주변에는 한국말에 서툰 조선족도 적지 않다.

  이런 경향은 상대적으로 젊은 '조선족 3세대' 사이에서 뚜렷하다. 한국에 먼저 정착한 조선족 1·2세대도 한국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3세대가 많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

  지난 10일 기자가 찾은 지하철 2호선 대림역 인근 거리. 이 일대는 60여개의 직업소개소가 들어선 서울의 대표적 조선족 밀집지역이다.

  한 편의점 앞의 속칭 '뽑기 기계'(크레인 게임기 : 동전을 넣고 인형 따위를 집어올리는 오락기) 앞에서 게임에 열중하던 50~60대 조선족 남성들은 "한국말이 서툰 젊은 (조선족) 세대를 어떻게 보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앞다퉈 "큰 문제다", "갈수록 심해진다"고 한마디씩 했다.

  연변조선족자치주 도문시가 고향인 조선족 김갑석(54)씨는 "요즘 애들은 한족 학교를 많이 다녀서 한국말을 잘 못한다"며 "한국말을 배우고자 하는 젊은이도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부모의 초청으로 단기방문(C-3) 비자를 받아 입국한 조선족 3세대가 급증하면서 한국말에 서툰 젊은 조선족이 최근 눈에 띄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 1~11월 C-3 비자로 입국한 사람은 모두 193만 2천634명으로 전년(2011년) 같은 기간(120만 6천662명)에 비해 60.2%(72만 5천972명)나 증가했다.

  이들은 정보처리 등 컴퓨터 분야와 미용, 조경, 요리 등 각종 국가공인 시험에 응시해 자격증을 취득하면 3년마다 무기한 반복갱신할 수 있는 재외동포(F-4) 비자를 받을 수 있다.

  한국정부가 승인한 조선족 대상 학원인 K미용학원의 조모(42) 원장은 "C-3 비자 입국자가 늘면서 한국말을 못하는 조선족이 예전보다 증가하기는 했다"며 "조선족이라는 특수성으로 다른 나라 사람보다 한국말 습득이 빨라 말을 배우며 교육을 받기도 하지만 초반에 적응하지 못해 그만두는 친구들도 더러 있다"고 설명했다.

  학원 교육에서 이탈한 조선족 3세대는 곧장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게 보통이다.

  사례 1의 최씨처럼 말이 서툴면 취업에 어려움을 겪지만 그렇다고 취업 길이 아예 막힌 것은 아니다.

  단순 작업이 이뤄지거나 급하게 일손이 필요한 고용주 입장에서는 '조선족 인력난' 탓에 한국말에 서투른 노동력조차 소중하기 때문이다.

  대림역 인근의 동북아직업소개소 김명빈(62) 사장은 "공장이나 식당 등에서는 사람을 보내달라고 아우성인데 조선족 가운데 적법한 취업가능 비자 소지자가 많지 않아 정작 보낼 사람이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김 사장은 태블릿PC에 저장된 구인 목록을 보여주면서 "공장과 식당에 조선족 인력을 보내지 못하는 곳만 하더라도 현재 각각 100곳 이상"이라고 말했다.

  건국대 인근의 D파출인력소 김모(48) 사장은 "한국인이 소위 3D 업종에 취업하지 않으려고 해 공장, 식당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은 거의 조선족으로 채워지는 실정"이라며 "요즘은 조선족 인력마저 구하기 어려워 정말 급한 경우 '불법체류자든, 한국말에 서툰 사람이든 일단 보내달라'고 사정하는 업주도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례 2의 김씨처럼 식당 등에서 한국말에 서툴지만 식탁을 치우고,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나르는 조선족 종업원을 만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음식점 업주들은 대체로 인력난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종로에서 보쌈 전문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48)씨는 "예약이 많을 때에는 파출 인력사무소에 연락해 사람을 더 쓰는데 인력난 탓인지 한국말을 잘 못하는 조선족이 오기도 한다"며 "일손이 급한 마당에 돌려보낼 수도 없고 인력사무소에서 보내는 대로 사람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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