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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쳐서 슬픈 ‘베이비박스’

[기타] | 발행시간: 2013.08.20일 03:08

‘미혼모의 출생신고 의무화’ 입양특례법 시행 1년… 버려지는 아기 되레 급증

[동아일보]

“딩동 딩동…응애, 응애.”

17일 오전 5시 10분경. 벨소리와 함께 갓난아기의 울음소리가 서울 관악구 난곡동 주사랑공동체교회의 새벽을 깨웠다. 교회 입구에 설치된 전국에서 유일한 베이비박스의 문을 열면 자동으로 벨소리가 울린다. 누군가 또 아기를 몰래 놓고 사라진 것이다.

누가 아기를 놓고 갔는지, 아기의 이름은 무엇인지, 생년월일은 언제인지 아무것도 모른다. 워낙 우량아여서 돌은 지났을 거라고 추정할 뿐이다. 아직 기어 다니고 벽을 잡고 일어서려 낑낑대는 모습을 보니 7, 8개월은 됐을 것도 같다. 이 교회의 정영란 전도사는 “최근 1주일 새에 베이비박스로 들어온 아기가 6명”이라며 “2009년 박스를 설치한 뒤 280여 명의 아기를 받았는데 이 가운데 200명가량이 지난해 8월 이후 들어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입양특례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난 현재 서울 시내 각 아동양육시설(보육원)에서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안타까운 아기들의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입양특례법은 아기를 입양 보내기 전에 출생신고를 의무적으로 하도록 해서 입양 아동이 자랐을 때 본인의 뿌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친부모가 의무적으로 출생신고·가족관계등록을 하도록 하고 △입양에 대해 충분히 생각할 수 있도록 출생 후 7일이 지나야만 입양 동의 효력을 인정하며 △관할 시군구 입양신고제를 가정법원의 허가제로 바꿨다.

하지만 실제로는 출생신고 기록이 남는 것을 우려한 미혼모들이 입양 절차를 기피한 채 아기를 버리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 아기를 함부로 버리지 못하게 하고 훗날 입양아가 원할 경우 친부모를 찾을 수 있게 도와주자는 좋은 취지의 법이 오히려 버려진 아기들이 늘어나게 하는 부작용을 낳는 것이다. 베이비박스 등에 버려진 영아는 관악구청 등을 통해 서울시립어린이병원에서 건강검진을 거친다. 이어 장애아는 장애시설로, 비장애아는 서울시 아동복지센터에 임시 위탁한 뒤 일반 보육시설로 보내진다.

시 아동복지센터에 따르면 임시 위탁 영아가 2011년 12명에서 지난해 56명, 올해는 7월 말 현재 이미 119명으로 급증했다. 시 아동복지센터 관계자는 “베이비박스가 서울에 한 곳 있다 보니 전국 각지에서 서울로 올라와 아기를 버리는 바람에 서울 시내 보육시설은 이미 포화상태”라며 “관련 지원예산 22억 원은 벌써 바닥이 나 정부에 지원금을 요청했지만 정부에서는 시에서 알아서 해달라는 입장”이라고 토로했다.

버려진 아기들이 몰리는 일선 보육원에서는 일손이 부족해 매일 전쟁을 치르고 있다. 19일 찾은 서울 관악구 남현동 상록보육원. 아직 돌이 안 된 영아 11명을 보육사 2명이 힘겹게 돌보고 있다. 모두 지난해 10월 이후 들어온 아기다.

부성하 상록보육원 원장은 “예전에는 미혼모들이 직접 보육원을 찾아오거나 버리더라도 쪽지라도 남겼는데 최근에는 처벌을 두려워해 아이의 성과 이름, 생년월일 등 기초정보도 남기지 않아 나중에 친모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보육원의 아기 11명은 모두 원장의 성을 따서 ‘부 씨’가 됐다. 남자 아기 7명은 이름 첫 자가 ‘상’자 돌림, 여자 아기 4명은 이름 끝 자를 ‘윤’자 돌림으로 했다.

이에 따라 입양 아동의 권리를 보호하고 뿌리를 찾을 수 있게 하자는 취지를 살리면서도 동시에 영아 유기 급증 같은 부작용을 줄일 세심한 법적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입양에 관한 인식 전환과 함께 미성년자들이 책임 있는 행동을 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미성년자 미혼모에 대한 특례규정을 두어 입양숙려제 적용을 제외하는 내용의 개정안 등 법 보완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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