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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못한다고… 6·25참전 후손 에티오피아 難民 '푸대접'

[기타] | 발행시간: 2013.08.20일 03:01
[한국에 기술연수 왔던 40여명 집단 난민 신청]

"영어·한국어로 신청서 써라" 법무부, 문법 오류 트집잡고 필기체로 썼다고 접수 안받아

에티오피아人 "우리 아버지들 한국의 자유 위해 싸웠다… 이번엔 한국이 우릴 도와주길"

"우리는 6·25전쟁 참전국 에티오피아의 참전용사 후손입니다. 난민 신청을 하고 싶습니다." 지난 7일 오전 10시쯤 서울 상도동의 난민지원단체인 '피난처'에 10~30대로 보이는 에티오피아인 수십 명이 불쑥 찾아왔다.

이들은 외교부 산하 무상 원조(ODA) 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초청으로 한국산업인력개발원에서 기술 연수를 받고 있는 에티오피아 참전용사의 자손들이었다. 작년 12월 한국에 와서 8월 초까지 자동차·전기 전자·용접 기술, 한국어를 배웠고, 수료식을 남겨 두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전체 연수생 60명 중 40여명이 난민 단체를 찾아온 것이었다.

이들 중 30여명은 에티오피아 정부에 반대하는 정당에 가입했고, 평화 시위에 참석하는 등 정치 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무슬림으로 종교 탄압을 받고 있다는 A(29)씨, 소수 종족으로 박해를 받고 있다는 M(여·26)씨, 경찰서 직원으로 인권 문제를 제기했다가 체포됐다는 P(32)씨,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발각돼 징역을 살았다는 K(21)씨도 있었다.

이 같은 '집단 난민 신청'은 국내에서 매우 드문 일이다. 이에 따라 피난처는 이날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난민실에 즉시 신청 문의를 했다. 접수 담당 공무원은 "난민 신청서(14쪽 분량)는 영어와 한국어로만 받고, 신청서 작성을 위한 통역은 없으니 알아서 작성해 제출하라"고 대답했다.

난민법 5조 3항에 따르면 난민 신청자가 글을 쓸 줄 모르거나 장애 등의 사유로 신청서를 쓸 수 없을 때에는 접수 공무원이 신청서를 작성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도 접수 공무원은 신청자들에게만 책임을 떠넘긴 것이다.

피난처 관계자는 "영어와 한국어를 할 줄 아는 난민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통역을 구할 돈이 없는 난민 신청자들은 아예 우리나라에서는 신청도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영어 문법이 틀렸다고 지적하거나, 필기체로 써서 알아볼 수 없으니 대문자로 일일이 써오지 않으면 접수를 받지 않겠다는 경우도 있었다.

피난처는 에티오피아 유학생 등을 수소문해 신청서 작업을 시작했다. 정부 협력 프로그램으로 온 연수생들이 피난처에서 난민 신청 절차를 밟는다는 것을 알게 된 코이카는 지난 12일 법무부에 이들이 사라졌다며 '소재불명 신고'를 했다. 그러나 난민 신청을 준비해온 39명은 14일 정식 교육 수료증을 받고 짐을 챙겨서 피난처 숙소로 왔다.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6·25전쟁에 참전한 나라다. 당시 에티오피아 정부는 지상군(황실 근위대) 6037명을 한국에 파견했는데, 이 중 122명이 숨지고 536명이 부상을 입었다. 참전용사와 그 후손들은 1974년부터 20년간 사회주의 정권하에서 심한 차별을 받아왔다. 참전용사 가족 6000여명이 모여 사는 판자촌 마을의 지명은 '코리아 사파르(Korea Sefer·코리아 마을)'다.

난민 신청을 준비하는 H(32)씨는 "전쟁에서 부상을 입고 돌아온 아버지는 집에서 매일 누워 있어야 했지만 나는 한국을 원망한 적이 없었다"며 "아버지는 한국의 자유를 위해 마땅히 싸웠다. 이번에는 한국이 도와주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이 영어와 한국어 중 하나로 난민 신청을 하면, 임시 체류 비자를 받게 된다. 법무부는 심사 과정에는 통역을 지원하고 있으며, 사실 관계를 파악해 종교적 또는 정치적 망명 사유가 인정되는지 심사를 거쳐 난민 지위 인정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통상 이 과정에는 1년~1년 6개월이 걸린다.

[한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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