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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위기의 안철수]최장집 교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기타] | 발행시간: 2013.08.21일 11:23
ㆍ최장집 전 이사장 “정치적 확대해석 부담스럽다는 해석은 틀렸다”

“내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조금이라도 변할 것이라는 것을 기대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나오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5월 22일 안철수 의원이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를 ‘정책네트워크 내일(이하 내일)’ 이사장으로 영입했을 때 정치권은 안 의원이 “날개를 달았다”고 했다. 최 명예교수는 한국 정당정치의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진보진영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대표적인 원로학자였다. 안 의원이 주창한 ‘새 정치’의 구체적인 내용을 최 명예교수가 채워줄 걸로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다. 안 의원으로서는 유방이 장량을, 유비가 제갈공명을 얻은 격이었다. 하지만 최 이사장은 불과 3개월 만에 이사장직을 사임했다. 그 3개월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최 전 이사장은 한마디로 “역할이 없었다”고 했다. “‘내일’은 나의 의견, 주장, 아이디어가 관철되거나 수용되는 구조가 아니었다”고도 했다. 이사장으로서 ‘결정의 권한’은 부여하지 않으면서도 ‘결과의 책임’만 지게 하는 구조였다는 것이다. 8월 14일 최장집 전 이사장을 그의 개인 연구실에서 만났다. 최 전 이사장은 “안 의원에게도 얘기했지만 변화가 없었다”며 안 의원에 대한 실망감도 감추지 않았다.

지난 5월 22일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서울 마포구 창비카페에서 ‘정책 네트워크 내일’을 출범한다고 밝혔다. 연구소 이상직을 맡은 최장집 전 교수가 자리를 함께했다. | 김영민 기자


정치적인 역할에 대한 부담을 이사장직 사임 이유로 밝혔다.

“‘정치적 역할’이 부담됐다는 것은 자칫 오해될 수 있는 말이다. 일각에서는 지방강연 같은 게 부담돼서 내가 사임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당치 않은 이야기다. 나는 정치적 역할을 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거나 회피해 왔던 것이 아니다. 나는 내가 하고자 하는 정치적 역할이 있다면 기꺼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방강연뿐만 아니라 무슨 일이든 말이다. 문제는 그 ‘정치적 역할’의 목표가 뚜렷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지척 역할’이 부담됐다는 말은 목적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정치적 역할’을 해야 할 때 오는 부담을 말하는 것이다. 나의 의사, 내가 생각하는 가치, 이런 것에 부응하는 목적을 가지고 ‘정치적 역할’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때 나는 ‘정치적 역할’을 할 수가 없다는 뜻이다.”

학자로서 정치권에서 활동하는 게 힘든 점이 많았을 것이라는 해석이 틀렸다는 말인가.

“내가 학자로서만 역할을 하고 싶었는데, 정치적으로 확대해석되는 게 부담스럽다는 해석은 틀렸다. ‘내일’은 나의 의견, 주장, 아이디어가 관철되거나 수용되는 구조가 아니었다. 직함은 이사장이었지만, 연구소 내부에서 나의 의견이나 아이디어에 특별한 무게가 실리지 않았다. 예를 들어, 나는 경제관료와 대기업이 이해관계로 결탁된 구조에서 경제정책이 벌어지고 시행되는 것을 한국 사회의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내가 이런 문제를 제기하고 여기에 대한 개혁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해도 ‘내일’은 이것이 논의되고 채택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또 내가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안철수 의원이 그 방향으로 수용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사장은 연구소가 내린 결정에 책임을 지는 자리다. 연구소의 결정이 내 의사에 반해서 일어나면 내가 일을 하기가 어렵다. 단적인 예로 정당공천제 문제만 봐도 그렇다. 이는 내가 수용하지 않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회의를 통해서 결정이 되어 나가면 나는 내 의사와 반하는 일에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권한은 없으면서 책임만 지는 구조였다는 뜻인가.

“그렇다. 연구소에서 내가 책임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어떻게 보면 이른바 ‘명사’로서 이름만 올려놓은 거지, 그 안에서 그 이상의 역할을 못하게 된 것이다. 직함이 갖는 비중에 비해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없으면서, 내가 책임만 지는 이상한 결과가 만들어졌다. 내가 연구소에 들어간 데는 내가 힘을 보태 안 의원의 새로운 정치세력화가 잘 된다면 야권이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들어가서 보니 이러한 목적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연구소 내부의 구조적인 문제인가, 안철수 의원의 문제인가.

“복합적이다. 연구소 구조의 기능적인 문제이며 안철수 의원의 문제일 수도 있다. 한마디로 전체적인 문제다. 연구소 자체는 구조와 역량에 비해서 하는 일이 너무 방만하고 확대돼 있다. 그러다 보니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지역을 다니면서 강연도 했지만, ‘네트워크’라는 조직도 작동이 안 되는 것 같다.”

안 의원에게 이와 관련해 이야기를 한 적이 있나.

“이야기는 나눴지만, 변화는 없었다. 반복해서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쉽게 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오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오지 않는다면, 내가 그 안에서 싸우면서 일을 해야 한다. 하지만 싸우면서 일을 한다고 해도, 그 결과가 내가 희망하는 방향으로 실현될 수 있느냐에 대한 확신이 안 생겼다. 내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조금이라도 변할 것이라는 것을 기대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나오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사장으로 영입될 때, 안철수 의원의 ‘새 정치’에 내용이 채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채워줄 수 있는 역할이나 이런 게 구조적으로 안 됐다.”

이사장 의견이 연구소에서 중요한 무게를 갖지 못했다는 것은 안철수 의원이 여전히 이념성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는 것 아닌가.

“안 의원은 내가 말한 진보적 자유주의에 대해서는 수용했다. 하지만 여전히 무이념을 좋아하는 것은 분명하다. 안 의원 그룹은 주체적인 이념을 가지고, 확실한 가치를 추구하며, 그 목적의식을 중심으로 결집된 정치조직은 아니다. 구체적으로 (사람을) 거론할 수는 없지만, 이념성 부각을 여전히 부담스럽게 생각한다.”

최 전 이사장이 ‘내일’의 이사장으로 영입될 당시, 한 정치학자는 “정치인이 가져야 할 세 가지 덕목을 에토스·파토스·로고스로 본다면, 안철수 의원은 윤리적 태도인 ‘에토스’와 사회적 에너지인 ‘파토스’를 가지고 있지만, 정치적·정책적 내용인 로고스는 가지고 있지 않다. 최장집 교수의 영입을 ‘로고스’를 채우려는 이념적 선택인지, 아니면 그저 명망가를 끌어들이는 정략적 선택인지 지켜볼 일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최 전 이사장의 사임과 사임 이유는 안 의원의 선택이 후자에 가까웠음을 시사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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