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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투기 UFC에서 활약하는 정찬성의 별명은 ‘코리안 좀비’. 그 별명 그대로 류현진(27·LA 다저스)에게 써도 좋다. ‘코리안 좀비’ 류현진이 ‘투수들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미국 덴버의 쿠어스필드에서 좀비처럼 살아났다.
류현진은 7일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와의 원정경기에서 6이닝 8안타 2실점으로 호투했다. ‘쿠어스필드’는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어서 기압이 낮고 타구가 멀리 날아가 투수에게 불리하다. 기압이 낮은만큼 공기 저항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투수들의 변화구 제구도 다른 구장과 달리 쉽지 않다.
류현진은 데뷔 후 첫 쿠어스필드 경기를 맞았다. 지난 시즌에는 쿠어스필드 등판 차례가 올 때마다 묘하게 부상 등이 생겨 로테이션이 바뀌는 바람에 기회가 없었다.
‘투수들의 무덤’에서 류현진은 더욱 신중해졌다. 주특기인 제구를 가다듬기 위해 경기 전 불펜 피칭도 평소보다 훨씬 많이 하면서 ‘0점 조정’을 했다. 외야로 나가는 타구를 줄이기 위해 제구를 낮게 낮게 가져갔다. 하지만 이날 주심의 스트라이크 존이 흔들리면서 이날 경기 초반 투구수가 급격하게 늘었다. 그래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5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아냈고, 6회 드루 스텁스에게 홈런을, 찰리 컬버슨에게 3루타를 맞으며 2점을 내줬다. 8안타 중 3안타를 6회에 맞았고, 3개가 모두 장타였다. 6회 2실점하는 바람에 아쉽게 2점대 방어율은 다음 경기로 미뤄야 했다. 류현진의 방어율은 3.08로 조금 낮아졌다.
다저스 타선이 2경기 연속 류현진을 도왔다. 디 고든이 4타수 3안타로 맹활약한 ‘1등 도우미’. 팀은 7-2로 이겼고, 류현진은 7승(2패)째를 거뒀다.
류현진은 올시즌 11번의 등판에서 7승2패를 거뒀다. 특히 부상에서 돌아온 이후 4번의 등판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면서 모조리 승리를 따냈다. 아팠던 만큼 신중한 투구를 이어갔고, 상대 선발 보다 뛰어난 피칭으로 승리를 쌓았다.
류현진은 지난 시즌 6월 한 달 동안 5번 등판해 방어율 2.70을 기록했지만 ‘불운’이 겹치면서 1승도 따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지난 시즌 14승(8패)에 머물면서 ‘15승 돌파’에 실패했다.
지난해 불운이 올시즌 ‘행운’으로 갚는 흐름이다. 류현진은 아직 반환점을 돌기 전에 7승째를 따냈다. 팀이 63경기를 치른 터여서 전체 일정의 38.9%를 소화했을 뿐이다.
MLB.com은 베이스볼프로스펙터스(BP)의 예측시스템을 통해 류현진이 남은 시즌 8승5패, 방어율 3.24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7승2패와 합하면 무난히 15승(7패)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BP의 시스템은 과거 비슷한 성적을 기록한 선수들과의 비교 계산을 통해 해당 선수의 성적을 예측한다.
반면 ESPN은 올시즌 성적을 바탕으로 해당 선수의 시즌 성적을 예측한다. 전체 팀 경기수의 38.9%가 소화된 가운데 류현진은 7승을 거두고 있고, ESPN은 류현진이 이 페이스대로 승을 쌓는다고 했을 때 18승5패를 기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모든 게 지금 처럼 잘 풀린다면, 류현진은 박찬호가 2000년 기록한 18승(10패)에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된다. 아시아 선수 한시즌 최다승은 왕젠민이 2006년과 2007년 뉴욕 양키스에서 기록한 19승이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