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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지지도 추락엔 날개가 없다?

[기타] | 발행시간: 2014.07.12일 14:51

박근혜 대통령이 6월 11일 청와대 연무관에서 열린 민주평통 해외자문위원들과의 통일대화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콘크리트처럼 단단했던 50%대 이상 지지율이 40%대 붕괴 직전까지

“우리 세대는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이 가장 많습니다. 잘 먹고 잘살려면 무엇보다 국가가 안정돼야 합니다. 하지만 요즘 국가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 후보보다 국가를 안정적으로 이끌 것이라고 생각해서 박근혜 후보를 찍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크게 실망했습니다.”(50대 후반 남자)

“박근혜 대통령이 우리 지역에 해준 것이 무엇이 있습니까.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 하는 것 아닙니까. 신공항 문제도 지난 대선 때 박 대통령이 부산을 방문해서 ‘부산시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묵묵부답입니다. 부산시민들도 이제는 새누리당이라고 해서 무조건 표를 주지 않습니다.”(부산 시민)

서울 51%가 직무수행에 “부정” 평가

박 대통령은 어떤 외부의 충격에도 견딜 수 있는 콘크리트처럼 단단한 지지율을 갖고 있는 유일한 현역 정치인이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웬만한 실정에도 끄떡하지 않고, 50% 이상의 지지율을 유지해 왔다. 국정원 등 정보기관의 정치·선거개입 사건, 국정원 간첩 증거조작 의혹, 기초연금 공약 파기, 기초선거 불공천 약속 번복 등 끊임없는 악재가 있었지만 지지율은 요지부동이었다.

박 대통령 지지율의 비밀은 핵심 충성층을 보유하고 있는 데 있다. 지지기반은 지역적으로는 영남이고, 연령대는 50대 이상 중·노년층이다. 산업화 시대의 향수를 갖고 있는 이들은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무한 지지자들이며, 박 대통령 부녀를 동일시하고 있다.

하지만 철옹성 같은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세월호 참사와 인사파동 이후 균열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2월 이후 최저치인 40%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현재 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간신히 40%대에 걸쳐 있지만, 일각에서는 마지노선이라고 할 수 있는 40% 붕괴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이 같은 신호는 민심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서울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의 정례조사(7월 8∼10일)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 답변은 39%로 나타났다. 반면 ‘부정’ 의견은 51%에 달했다. 지난주에는 긍정 평가가 37%까지 떨어졌다. 전국에서 온 사람들이 고루 분포해 살고 있는 서울 사람 10명 중 6명이 박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다른 여론조사기관 조사에서도 결과는 비슷했다. 리서치뷰가 인터넷신문 <뷰엔폴>과 7월 1∼2일 이틀간 휴대전화 가입자 1000명을 대상으로 박 대통령의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6.1%만 ‘잘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지방선거 전날인 6월 3일 리서치뷰의 조사 때 긍정평가가 46.9%였던 것에 비해 한 달 동안 10.8%포인트나 하락한 수치다.

리서치뷰의 안일원 대표는 “응답자들은 면접조사(한국갤럽) 방식이 아닌 휴대전화 자동응답 방식인 리서치뷰 조사에서 좀 더 자유롭게 본인의 의견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며 “리서치뷰와 다른 기관 조사 결과의 차이는 다소 있지만 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계속 빠지고 있는 추이는 같다”고 말했다.

PK지역 민심 싸늘, 부정 답변이 높아

지지율 추락의 가장 큰 원인은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인사 난맥상이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 이후 제시한 ‘국가개조’의 적임자로 안대희·문창극 총리 카드를 잇따라 빼들었으나 모두 실패했다. 결국 대통령은 더 이상의 총리 물색을 포기하고 세월호 참사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정홍원 총리에 대한 유임이라는 ‘극약처방’을 썼다. 정상적인 국가의 정상적인 최고통치자의 행위로 보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국민 앞에서 일어났던 것이다. 정치를 잘 모르는 국민들도 ‘무엇인가 나라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이어 발표한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등 내각 인사에서도 부적격자가 많다는 여론이 확산됐다. 소셜미디어컨설턴트인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사임한 총리가 유임된 것을 보고 박근혜 정부에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세계 15위권의 경제대국을 이끄는 정부가 이렇게 국민을 희화화해도 괜찮은가 생각했다”고 말했다.박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은 텃밭인 PK(부산·울산·경남) 지역과 핵심 지지층인 50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잘하고 있다’는 43%, ‘잘못하고 있다’는 46%로 부정적인 답변이 3%포인트 많았다. 그 전주 조사에서는 ‘부정’(51%)과 ‘긍정’(40%)의 차이가 더 심했다.

PK는 TK(대구·경북)와 함께 박 대통령을 떠받쳐온 양대 산맥이었다. PK 지역은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경남 거제), 황찬현 감사원장(경남 마산), 김진태 검찰총장(경남 사천) 등 박근혜 정부 권력의 요직을 독점하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이 지역 사람들의 박 대통령에 대한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특히 일부 부산 시민들은 박 대통령에 대해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한 부산 시민은 “한때 해양수도라 불린 부산이 지금은 경제침체로 활력을 잃고 인천에도 밀린 지 오래됐다”며 “국비 예산에서도 부산은 다른 지역에 비해 적게 배정되는 등 상대적 박탈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대선 때 공약이었던 가덕도 신공항 건설문제는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해양플랜트 산업을 발전시킬 목적으로 추진한 선박금융공사 설립도 취소됐으며, 부산으로 이전하겠다던 해양수산부는 이미 세종시에 둥지를 틀었다.

부산 시민의 민심 이반은 이미 6·4 지방선거 때부터 나타났다. 사실상 야권 단일후보였던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부산시장 선거에서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50.18%)에게 아깝게 패하긴 했지만 49.81%의 득표율을 기록해 새누리당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에게 몰표를 줬던 50대의 마음도 흔들리고 있다. 한국갤럽의 연령별 조사 결과를 보면 50대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시진핑 방한 효과’로 53%로 올라섰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계속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 전주 조사에서는 50대에서 긍정 평가가 처음으로 50%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다. 전주 50대에서 ‘긍정’은 48%, ‘부정’은 43%로 조사됐다.

대선 때 몰표 줬던 50대 마음도 흔들려

50대는 대선 당시 대거 투표에 참여함으로써 투표율을 75.8%까지 끌어올렸고, 60% 이상이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다. 2012년 12월 19일 대선 당일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50대에서 62.5%가 박 대통령을 찍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금은 대선 때 박 대통령을 선택했던 50대 중 10% 이상이 지지를 철회한 것이다.

현재 박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으로 국정운영에 애를 먹고 있다. 계속된 악재와 지지율 하락으로 국정을 이끌 수 있는 추동력이 현저하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앞에는 민·관 합동 국가혁신위 구성, ‘관피아’(관료+마피아)와 부패 척결, 국가안전처 신설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 등 현안이 쌓여 있지만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신세가 됐다. 정부의 손발 역할을 해야 할 각 부처의 국장·과장급도 수장이 없기 때문에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부처는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장관 후보자를 다시 찾아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전문가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성공 여부는 박 대통령 자신에게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박 대통령이 특정 정파의 대표가 아닌 국민의 대표로서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생각하고, 타협과 대화의 정치를 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 점에서 박 대통령이 7월 10일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 우윤근 정책위의장 등 여야 원내지도부와의 청와대 회동에서 적극적인 소통 의지를 보이며 국정운영 기조 변화에 대한 기대를 높인 것은 주목된다.

정치컨설팅 이윈컴의 김능구 대표는 “박 대통령의 임기는 아직도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앞으로 국민대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며 “이 같은 상징적인 조치로 차기 총리 지명 시에는 영남보다는 호남 출신에서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역대 대통령들과 달리 박 대통령은 지지율 30%대에서 레임덕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현재 지상파방송과 종편, 보수신문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떠받쳐주고 있으니까 지지율이 그나마 나오고 있는 것”이라며 “친정부적인 미디어 환경이 돌아선다면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더 빠질 가능성이 크고, 레임덕도 역대 다른 대통령들보다 빨리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독일의 메르켈 총리라고 한다. 기독교민주당 소속의 메르켈 총리는 난마처럼 얽힌 정국을 풀어가기 위해 기독교사회당과 전격적으로 연정을 선택했다. 박 대통령이 이 난국을 돌파해 나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독일식 연정까지는 아니더라도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로 인정하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리고 또 하나, 국민들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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