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니깐요."
"뻔한 말인데 왠지 우리가 염치없이 느껴지네요."
[OSEN=박현민 기자] 일개 계약직 신입사원이 차장을, 임원을, 그리고 사장을 바꿨다.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미생' 속 장그래(임시완 분)의 이야기다.
지난 28일 오후 방송된 '미생'(극본 정윤정, 연출 김원석, 원작 윤태호) 13회에서는 요르단 중고차 수출사업 재추진을 위해 원인터내셔널 전사 임원들을 대상으로 프리젠테이션(PT)를 진행, 성공적으로 마무리짓는 영업3팀의 모습이 그려졌다.
오차장(이성민)이 발표자로 나선 피티는 기존 회사의 틀을 깨뜨린 파격 그 자체였다. 개요에 앞서 그동안 벌어졌던 굵직한 수출 비리사건을 차례로 나열했으며 영업3팀 박과장(김희원)의 비리가 연루됐던 요르단 사업도 포함됐다. 모두 '쉬쉬'하며 서둘러 덮는데 주력했던 일들이다.
비리에 얽혔던 요르단 수출건의 사업성을 똑바로 바라보고 제안한 이도, 파격적인 피티를 제안한 것도 모두 장그래다. 바둑을 배우던 당시 '승부사가 되려면 격을 파해야 한다'는 스승의 가르침을 영업에 접목시킨 셈.
물구나무를 서가며 세계지도를 거꾸로 보며 격을 파했던 장그래는, 개요부터 시작하는 피티를 과감하게 내려놓고 회사의 치부인 비리 사업들을 나열하고 그걸 왜 다시 잡아야 하는 사업인가에 대해 인지시켰다. 비난은 사그라졌고, 부정적인 웅성거림은 "괜찮네"라는 긍정으로 바뀌었다. 사장(남경읍)도 흡족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장그래에게 '왜 이런 제안을 하게 됐느냐?'고 물었다.
이때 장그래의 입에서 나온 답변은 "'우리' 회사이기 때문입니다"였다. 사장도 임원도, 장그래의 입에서 나온 '우리'라는 단어에 잠시 머뭇하는가 싶더니 이내 크게 웃었다. 한 임원은 "뻔한 말인데 왠지 우리가 염치없이 느껴진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는 점점 자신의 살 길만 모색하고 '우리'라는 전체의 개념을 잊고 지냈던 고위직 임원들에게 과거 신입사원 시절의 소속감을 다시금 떠올리게 만들었다. 사장은 예정됐던 약속을 서둘러 취소하며 '우리' 회사에 머물렀다.
'우리'라는 단어는 앞서 장그래가 고졸 낙하선으로 입사 동기들은 물론 영업3팀에서도 철저하게 외면받았을 당시 오차장이 만취한 상태에서 내뱉어 장그래를 뭉클하게 만들었던 단어다. 결국 이 '우리'라는 단어는 또 다시 장그래의 입을 통해 나오면서 더 많은 사람들을 벅차오르게 만들었다.
O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