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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기타] | 발행시간: 2014.12.27일 14:37
담뱃값 인상 ‘연초결심’ 굳세질까… 한 갑 2500원 중 5원만 금연사업에 쓰여

결심했다. 새해엔 담배를 끊기로. 데자뷰처럼 연말연시마다 여러 번 같은 결심을 되풀이했던 기억이 지나간다. 결심은 익숙한데 성공은 익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물러서기 힘들다. 1월 1일이면 담뱃값이 2000원이나 오른다. 보루째 사두던 것도 옛말, 워낙 물량이 달려 한 갑 사는 것도 쉽지 않다. D-데이인 새해 첫날이 다가올수록 더 초조해진다. 괜히 담배가 더 느는 듯하다. 밉다. 처음 담배를 피우던 과거의 자신이, 그리고 금연에는 별 도움을 안 주는 정부가.

새해를 맞는 27년차 흡연자 정모씨(45·자영업)의 속내다. 이번에도 금연에 실패하면 ‘쪽팔리니까’ 익명을 당부한 정씨도 주변의 흔한 흡연자들처럼 금연에 숱하게 도전한 경력이 있다. 그리고 그때마다 실패했다. 금연의 계기는 다양했다. 새해 결심으로 금연을 시도한 적은 셀 수도 없을 정도이고, 담뱃값이 오를 때마다 ‘이젠 끊어야지’ 하던 기억도 여럿이다. 하지만 실패의 경험이 쌓일수록 포기도 쉬워졌다. 가장 최근인 4년 전 3주 정도 금연했던 일을 마지막으로 정씨는 잠정적으로 금연을 포기한 상태였다.

새해부터 달라지는 정부의 금연정책은 담뱃값 인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전국의 모든 음식점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게 된다. 술집이나 커피전문점도 마찬가지다. 흡연석이 사라지고 별도의 환기설비를 갖춘 흡연실이 없다면 전면적으로 실내 금연이 적용된다. 흡연자들이 설 곳은 좁아졌다. 자신의 가게 앞에서의 ‘길빵’(길거리 흡연의 속어)도 어느샌가 눈치가 보인다. 정씨는 건물을 빙 돌아 뒷골목까지 가서 피우고 온다. 옥외 흡연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반감도 높아진 탓이다. “고등학생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요. 아, 그때 안 배웠더라면….” 회한을 담은 연기가 정씨의 입에서 피어오른다.

금연시설 확대로 갈 곳 없는 흡연자

선생님의 눈을 피해 뒷골목에서 한 대씩 피우던 정씨가 본격적으로 ‘골초’가 된 건 군 입대 이후였다. 이등병 시절 ‘군솔’(군용 면세담배 솔)을 피우던 정씨는 전역신고 후 ‘군팔’(군용 88라이트)을 피우며 위병소를 나섰다. 복무기간 중 지급되는 담배는 바뀌었지만 연초 지급방침은 바뀐 적이 없었다. 말년에는 넉넉하게 챙긴 담배 몇 보루를 싸들고 나올 정도였다. 그랬던 정부가 이제는 정씨에게 금연을 요구한다.

“지난주에 보건소 금연클리닉에도 다녀왔어요. 정말 오랜만에 금연 결심하고 무슨 도움이라도 받을 요량으로. 공무원이 친절하게 상담은 해줬는데…, 뭐 사실 다 아는 뻔한 얘기들뿐이라서요.” 정부가 정씨의 금연을 위해 지급한 물건은 금연보조제인 니코틴 패치와 손 지압기가 전부다. 보건소 금연클리닉의 상담 일정도 일이 바쁠 때는 시간 내서 참석하기 힘들다. “돌아오는 길에 ‘담배 피우면서 낸 세금만 해도 꽤 될 텐데 고작 이걸 주냐’는 생각이 들어요. 효과 좋은 먹는 약이 있다길래 그거라도 주나 싶었는데, 그건 병원 가서 처방 받아 제 돈 내고 사먹어야 한다더라고.”

정씨가 말한 약은 바레니클린 성분의 먹는 금연보조제다. 약 성분이 니코틴과 결합하는 뇌 내 니코틴수용체에 달라붙어 니코틴과의 결합을 막아주기 때문에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비교적 높은 금연 성공률(33%)을 보인다. 금연상담을 받는 경우(11%)나 니코틴 패치(15%)보다 효과적이다. 전국 보건소의 금연클리닉에 신규 등록한 사람은 올해 9~11월까지 석 달간만 해도 12만4000여명에 달한다. 작년 같은 기간 등록자 수 8만5000여명에 비해 46% 증가했다. 금연 분위기는 조성된 상황이지만 정부 지원이 따라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아직까진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한 달 약값이 10만원이 넘어갈 정도로 비교적 고가인 약값 때문에 금연에 필요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소득이 낮은 계층에게는 담뱃값 인상으로 흡연이 건강문제를 넘어 경제적 문제가 됐다. 한 유통업체의 비정규직 직원인 고모씨(26)는 2015년 1월부터 담뱃값이 오른 뒤의 담배 지출을 계산해 봤다. 하루 한 갑을 피우는 고씨는 한 달 평균 7만5000원이던 담배 지출이 13만5000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140만~150만원을 받는 월급의 10분의 1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아무리 줄인다 해도 한 달에 10만원이면 밖에서 사먹는 외식비 한 달치보다 더 나가는 거죠.” 고씨 역시 끊고는 싶지만 담배를 끊으면 담배를 핑계로 겨우 낼 수 있었던 쉴 짬마저 없어질까봐 두렵다.

소득이 낮을수록 금연 실패율 높아

흡연은 ‘중독’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나마 없는 살림에 즐길 수 있는 ‘낙’이었다. 복지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소득이 가장 낮은 계층의 흡연율은 29.0%인 데 비해 가장 높은 소득층의 흡연율은 22.5%였다. 소득수준 하위 계층 남성의 흡연율 감소폭은 1998년 이래 14년간 21%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쳤지만, 상위·최상위 계층의 감소폭은 29.2%포인트, 23.7%포인트로 훨씬 높았다. 소득이 낮을수록 금연에 실패하는 비율도 높은 것이다.

현재 국내 성인 남성 흡연자의 평균 흡연량은 하루 16.1개비다. 2014년 말 기준으로 평균적인 흡연자가 부담하는 연간 담뱃세액 45만5341원은 재산세나 소득세와 비교하면 액수가 적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재산세로 따지면 기준시가 3억7500만원인 주택의 연간 세금, 소득세로 따지면 연봉 3500만원을 받는 직장인이 한 해 동안 내는 근로소득세와 맞먹는 수준이다. 새해부터 담뱃세가 인상되면 부담하는 금액도 연평균 97만5000원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적지 않은 세금부담을 감당하는 데 비해 금연 지원 등의 혜택으로 돌아오는 액수가 낮아 흡연자들의 불만이 늘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담배 한 갑 가격 2500원에 포함된 국민건강증진기금은 354원이었다. 그러나 2013년 기준 담배 판매로 거둬들인 국민건강증진기금 1조5680억원 중 금연과 흡연예방 지원사업에 들어간 예산의 비중은 1.4%에 불과하다. 2500원 가운데 약 5원만이 금연을 위해 쓰인 셈이다. 정부는 새해부터 늘어날 담배로 인한 추가 세수분 가운데 금연정책 예산 비중을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새해 건강증진기금 사업 중 금연 관련 사업에 쓰이는 금액 비중은 7.6%에 불과하다. 액수를 더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새해 담뱃값 인상으로 늘어날 약 3조2000억원에 달하는 건강증진기금 중 2000억원만 금연치료비용으로 편성해도 흡연자 100만명에게 금연보조제 보험급여를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담뱃값 인상과 금연구역 확대와 같은 강도높은 대책이 ‘채찍’이라면 그에 합당한 ‘당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흡연자 입장에서 금연을 강요받기보다는 보조받는다는 인식이 생기게끔 정책을 전환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흡연율을 낮추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는 의견이다. 보건의료연구원 이성규 박사는 “흡연자들을 위해 기금이 적절하게 사용되는지에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담뱃세 인상으로 발생한 세금을 흡연자의 건강 증진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세부적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금 필요해서 만만한 서민들 담뱃값 올리는 정부가 금연시키는 데 얼마나 돈 써줄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죠.” 정부에 대한 고씨의 불신은 컸다. “담배만이 아니라 이 나라는 모든 걸 개인이 알아서 해결하라고 하잖아요. 비싼 등록금도 알아서 구하고, 돈 벌어서 못 사는 집값도 알아서 벌어야 하고….” 고씨의 새해 소망 첫 번째는 담배 생각 안 나게 해주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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