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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주노동시장 최하층에 자리잡은 탈북자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5.02.13일 08:17
탈북 노동자조차 껴안지 못하면서 다문화 캠페인만 요란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은 200만 명에 가깝다. 이 가운데 노동비자로 들어온 이주노동자만 30만 명에 달한다. 이들의 국적은 다양하다. 동네 분식집은 조선족이 차지했고, 생산성 낮은 중소공단 내 5인 미만 제조업체와 농촌의 농장마다 동남아시아에서 온 이주노동자가 차지하고 있다. 이들 틈에 섞여 조선족으로 위장해 소리 없이 일하는 노동자 집단이 있다. 이들은 업체 사장에게도 자신을 중국 국적을 가진 조선족이라고 둘러대지만 탈북자들이다.

국내 노동시장에서 이주노동자는 서열이 엄격하다. 서열대로 받는 월급도 차이가 난다. 일단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필리핀이나 인도 출신은 꽤 대접 받는다. 강남의 부잣집 보모로도 상당한 인기를 누린다. 히말라야 산맥을 오르내렸던 셀파족이 있는 네팔 이주노동자도 꽤 대접 받는다. 우리 말 소통이 가능한 조선족 여성노동자도 쉽게 일자리를 구한다.




▲ 국민일보 2015년 2월 10일 6면

국내 이주노동시장 제일 밑바닥에 탈북자가 있다. 이 땅에 정착한 탈북자는 2만 명이 넘는다. 내가 아는 한 탈북여성은 50대 중반인데 북한에서 장교로 일했던 인텔리였다. 그녀는 지금 직원 4명이 모두인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하루 12시간 토요일까지 일하며 150만 원 남짓을 번다. 처음엔 자본주의가 뭔지 모른 채 이곳에 정착하면서 하나원에서 받은 정착지원금으로 중고 그랜저 승용차를 사기도 했다. 월급 120만원을 받으면서 그랜저를 모는 게 자본주의 사회에선 불가능하다는 단순한 상식조차 없었다. 오직 산골 오지마을에서 자라면서 늘 부러웠던 큰 차를 갖는 게 좋았을 뿐이다.

신의주 건너편 중국 단둥엔 대한민국 사람과 조선족, 북한화교, 북한사람이 공존한다. 이들은 한국어를 공유하며 같이 무역도 하고 공장도 다니지만 서로 다른 국민으로 살아간다. 조선족은 중국에서 태어났지만 남북한에 조상의 뿌리를 둔 사람들이다. 조선족은 부모가 한국 사람이라도 중국에서 태어나 중국어에 익숙하고 한국어는 서툴다. 북한화교는 북한에서 태어났지만 지금은 중국으로 귀화한 중국 국민이다. 북한사람은 여전히 북한 국적을 갖고 있지만 도강증을 갖고 국경을 넘어 단둥으로 온 이주노동자다.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2012년 ‘중국과 조선 국경도시 단동에 대한 민족지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강주원 씨의 학위논문엔 2007년 여름 한국 사람이 단둥에서 운영하는 액세서리 공장의 월급을 언급하면서 한국 사람은 2,000달러, 중국 사람은 500달러, 북한 사람은 20달러 정도를 받는다고 했다. 이렇게 한국 사람과 조선족, 북한화교, 북한사람 순으로 위계질서가 엄격하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단둥 무역시장에서 남북한 사람은 직접 만나지 않고 주로 북한화교나 조선족을 중간에 끼워 교류해왔다. 단중의 조선족은 북한화교와 치열하게 경쟁하며 자본주의를 배운다. 단둥 시내 가게들은 중국과 북한, 한국 세 나라 국기를 걸어놓고 장사한다.

개성공단의 한국인 기업주들처럼 단둥에서 제조업 공장을 하는 한국 사람은 그래도 좀 양반이다. 단둥 시내 노른자위 땅엔 한국 자본이 들어와 ‘한국성’이란 이름의 아파트를 지었다. 단둥 시내와 신의주가 보이는 이곳엔 한국전쟁을 우리와 다르게 인식하는 ‘항미원조 기념관’이 자리해 있다. 북한화교로 단둥에서 큰 식당을 운영했던 사람은 2000년대 들어 아파트 건설에 뛰어들면서 부동산 투기에 미친 ‘강남 아줌마’들을 주 고객으로 지금도 영업 중이다.

단둥에 일하는 북한사람들은 시내 삼마로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단기간 공장에서 일한다. 그들은 원하는 돈을 모으면 물건을 사 북한으로 돌아간다. 이때 체류기간을 다소 넘겨도 적당한 뇌물로 해결할 수 있다. 이들은 탈북자가 아니라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가깝다. 몇몇은 돈을 좀 모아 단둥에서 아예 가게를 운영하기도 한다.

이들보다 한 발짝 더 나간 사람들이 탈북자로 중국을 떠돌거나 아예 한국에 들어와 정착한다. 통일부가 최근 탈북자 1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한 결과가 국민일보 10일자 지면에 <탈북민, 일은 더하고 월소득 76만원 적어>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국내에 정착한 탈북자들은 실업률은 보통사람보다 2배나 높고 소득은 월 76만원이 적은데 주당 노동시간은 3시간가량 더 많다. 물론 정규직 비율은 낮고, 비정규직 비율은 높다. 특히 일용직으로 일하는 비율은 보통사람보다 3배나 높았다.

몇 년째 정부가 다문화 캠페인을 이어오고, 집권 여당이 이주노동자를 국회의원으로 뽑기도 했지만, 온통 우리의 관심이 풍선 날리는 탈북자에게 쏠린 사이 탈북자들이 이주노동의 맨 아래층을 조용히 채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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