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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맨>, 왜 유재석을 살려 놓을까

[기타] | 발행시간: 2012.04.19일 12:20
- 오디션 프로그램, < 런닝맨 > 에게 길을 물어라

[엔터미디어=듀나의 TV낙서판] 영화 < 헝거게임 > 에서 청소년들이 벌이는 서바이벌 게임을 보면 왠지 모르게 낯이 익다는 생각이 든다. "저 애들이 지금 하는 것들을 분명 어디서 봤는데, 그게 뭐더라?" 답은 곧 나온다. "맞아. < 런닝맨 > 에서 봤잖아."

조금만 들여다보라. 아이들이 '헝거게임' 중 하는 행동들은 모두 < 런닝맨 > 에 나오는 것들이다. 단 한 명만 살아남는 서바이벌 게임? < 런닝맨 > 의 개인전이 그렇다. 생뚱맞은 러브라인? 지금은 깨졌지만 송지효와 게리의 월요커플이라는 게 있었다. 연합과 배신? 일상다반사다. 이러다보니 한국 관객들은 주인공이 심각한 상황에 빠져 있는 동안에도 몰입이 조금 어렵다. 이런 상황들은 < 런닝맨 > 에서 주로 코미디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헝거 게임'과 같은 지루한 프로그램을 어떻게 보나 싶다. 하루나 이틀 동안의 게임을 편집으로 1,2시간 정도 압축해 보여주는 < 런닝맨 > 과는 달리 < 헝거 게임 > 은 생방송이다. 애들이 잠자거나 먹고 싸는 것과 같은 일상적인 일을 하는 동안에도 카메라는 계속 돌아간다. 그러는 동안 게임 진행자들은 무얼 하며 시간을 때울까. 그들도 잠은 잘까?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진짜 생산적인 질문은 다음에 있다. 왜 거의 같은 포맷의 게임을 하는데도 '헝거 게임'과 < 런닝맨 > 은 이렇게 다를까. 다음과 같은 답변이 돌아올 것이다. "바보야. < 런닝맨 > 은 그냥 게임이고, '헝거게임'에서는 애들이 진짜로 죽잖아." 물론 그건 당연한 차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 사람이 직접 죽지 않을 뿐이지, 비슷한 강도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얼마든지 있다. 최근에 유행하는 오디션 프로그램들 대부분이 그렇다. 이런 프로그램들의 개별 에피소드에서 클라이맥스는 누가 살아남는가가 아니라 누가 떨어지느냐이다. 로마 검투사 경기처럼 매 회마다 누가 죽어야만 끝나는 프로그램인 거다.

다시 말해 여기서 차이점은 참가자들이 실제로 죽느냐 사느냐가 아니다. 그것과 크게 다를 게 없는 생존경쟁이 있다는 게 중요하다. 그렇다면 < 런닝맨 > 이 이런 식의 경쟁을 다루는 프로그램과 질적으로 다른 게 무엇인지 알아내는 게 중요하다.

< 런닝맨 > 의 차이점은 살아남는 단 한 명의 승자가 되는 것이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게임에서 이기는 것은 모든 참가자들의 목표이다. 이기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주어진 게임에서 승리하지 않더라도 승리하는 길은 얼마든지 있다. < 런닝맨 > 에서 게임은 기본적으로 시청자들의 재미를 주기 위한 것으로, 재미만 있다면 굳이 게임의 규칙을 있는 그대로 따르지 않아도 된다.

이광수의 캐릭터가 가장 노골적인 예이다. 그는 이 프로그램에서 지석진과 함께 최약체의 캐릭터를 갖고 있다. 일반적인 경쟁 구도라면 그는 자동적으로 떨려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약점을 캐릭터화시킬 기회를 가진다. 그는 최약체이기 때문에 존재이유가 있으며 심지어 자기만의 주제곡도 있다. < 런닝맨 > 시청자들에게 스팅의 < st.Agnes and The Burning Train > 은 이전처럼 진지하게만 들리지는 않는다.

< 런닝맨 > 에서는 일반적인 경쟁구도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종종 일어난다. 유재석은 아무리 불리한 위치에 있어도 초반에 탈락하는 일이 없다. 게임의 전개를 위해서는 그가 필요하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종국은 유리한 위치에 있으면서도 짝사랑하는 남자 흉내를 내며 한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약육강식의 논리는 어처구니없는 게임 규칙과 우연에 의해 파괴되며 제작진이 낸 스토리가 떨어지면 다들 각자의 파트를 찾느라 바쁘다. 종종 실패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은 아닐 때도 있다. 숨바꼭질을 하던 게리가 계속 숨은 상대편을 놓치고 지나쳤을 때, 그 상황은 그를 '직진 게리'라는 캐릭터를 부여했다. 실패했지만 그것으로 부각된 것이다.

게임의 승패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고 그런 것이 있다면 부각시켜야 한다는 것. 그것은 < 엑스맨 > 시절부터 이어진 SBS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전통이다. 이를 유재석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다. 아직도 김종국을 놀릴 때 종종 등장하는 < 엑스맨 > 시절 당시 김종국과 윤은혜의 러브라인은 사실 유재석의 작품이나 다름없다.

삶에서는 종종 예측 불가능한 일이 일어나고, 얼마 전까지 중요했던 지상 목표가 더 이상 의미가 있을 수도 있고, 종종 새로운 동기와 목표에 몸을 맡겨야 한다는 것. 그것은 < 엑스맨 > 이 한국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내려준 중요한 교훈이며 그 흐름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 런닝맨 > 은 직계후손이고, < 무한도전 > 이나 < 1박2일 > 의 즉흥성 역시 여기서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정작 < 엑스맨 > 자신은 쓸데없는 러브라인의 집착에 빠져 몰락해버렸지만.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할까. 그건 < 런닝맨 > 과 같은 프로그램들은 출연자들에게 기본 보장을 해주기 때문이다. 그들은 고정출연하는 연예인이다. 이기지 못한다고 탈락하거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수잔 콜린스가 '헝거게임'의 모델로 삼았던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는 그런 여유가 별로 없다. 시청자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드라마의 무엇을 즐기건, 일단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출연자가 자신의 역할을 인식하며 그에 맞추어 연기한다고 해도 그 역시 생존의 방식이기 때문에 쉽게 극단적이 된다. < 도전 슈퍼모델 > 시리즈에 꼭 하나 이상 등장하는 '악녀' 캐릭터들을 보면 된다.

'헝거게임'과 < 런닝맨 > 은 우리가 보는 두 개의 세계를 대표한다. '헝거게임'의 세계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만이 존재하며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 유일한 목표이다. < 런닝맨 > 의 세계는 경쟁 말고도 집중하거나 몰입할 수 있는 수많은 목표와 동기들이 존재하며 패배는 죽음이 아니라 놀이의 일부일 뿐이다.

당연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후자를 바랄 것이다. 이쪽의 세계가 더 재미있고 패자가 될 가능성도 적기 때문이며 결정적으로 더 다채롭기 때문이다. '헝거게임'에는 오로지 죽고 죽이기만 있다. 하지만 < 런닝맨 > 에는 로맨스와 판타지, 드라마가 있으며 결과보다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이들의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경쟁에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일들을 하면서 정작 세상을 바꾸어버리고 더 재미있게 만든 수많은 게으름뱅이, 딴짓쟁이, 허풍선이, 몽상가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모두 그런 딴 짓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 있어야 가능하다. 대부분 일반인 참가 리얼리티 프로그램에는 그런 사치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오디션 프로그램의 가차 없는 경쟁이 곧 현실 세계의 패배를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프로그램의 1등이 그 이후에도 늘 최종승자인 건 아니다. 오디션에 어울리지 않지만 가치가 있는 참가자들 역시 존재한다. 'K 팝스타'에서 박진영이 언급했듯, 비틀즈의 멤버들은 어떤 오디션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세상을 보는 관점, 세상의 일부일 수는 있어도 세상 전체는 아니다. 그리고 세상은 얼마든지 다른 방향으로 열릴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대충 심사위원의 개인 의견으로 이를 슬쩍 흘리는 대신 본격적으로 그 세상을 보여주는 프로그램 역시 필요하지 않을까? 지금까지 그 대안으로 < 런닝맨 > 을 밀지 않았냐고? 아니, < 런닝맨 > 은 대안이 되지 못한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연예인들의 놀이니까. 우리에겐 '헝거게임'과 < 런닝맨 > 사이에 있는 의미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시청자들이 과포화상태인 오디션 프로그램에 피로해질 미래를 대비해 지금부터 그 가능성을 탐구해보는 것은 어떨까.

칼럼니스트 듀나 djuna01@empas.com

[사진=SBS < 런닝맨 > , 영화 < 헝거게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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