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거되는 연쇄 살인 용의자 가오청융[써우후 웹사이트 캡처]
(흑룡강신문=하얼빈) 중국에서 28년간 장기미제로 남아있던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인이 붙잡혔다.
중국 간쑤(甘肅)성 공안당국은 1988년부터 2002년까지 14년간 바이인(白銀)시 일대에서 11명의 부녀자를 연쇄적으로 성폭행한 뒤 살해한 혐의로 가오청융(高承勇·52)씨를 검거했다고 연합뉴스가 중국 베이징청년보를 인용해 29일 보도했다.
가오청융은 지난 26일 가족들과 함께 운영하던 바이인시공업학교 매점에서 검거돼 조사를 받고 있다. 중국 공안당국은 심문을 통해 가오로부터 1988년 5월26일 23세 여성을 첫 희생자로 14년간 여성 11명을 살해한 사실을 자백받았다.
바이인시는 간쑤성 성도 란저우(蘭州)에서 북쪽으로 60㎞ 떨어진 도시다. 사건 당시 성폭행과 함께 흉기로 수십군데를 찌르거나 시신을 절단하는 등 잔혹한 범행수법으로 인해 당시 이 일대 주민들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피해자 중에는 8세 소녀도 포함돼 있었다.
그동안 간쑤성 공안당국은 2001년 8월부터 사건 현장에 남겨진 발자국, 지문, 정액샘플, DNA 샘플 등 증거를 모으고 전 경찰력을 동원해 수사를 벌였으나 별다른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가오청융이 용의선상에 오르게 된 것은 올해초였다. 당국이 바이인에 사는 남성 거주민들을 일일이 대조 검사를 해오던 도중 사건 현장의 증거와 비슷한 유전자를 발견한 것이다.
간쑤성 공안청은 DNA-Y 염색체 대조검사를 통해 가오융청을 사건 용의자로 잠정 한 뒤 지문 대조와 DNA 추가 검사를 거쳐 용의자로 확정했다.
그는 주로 혼자사는 젊은 여성을 타깃으로 삼아 집까지 쫓아가 성폭행한 뒤 살해하는 패턴을 보여왔다. 또 희생자들은 항상 빨간색 옷을 입고 있었다.
공안청은 가오청융으로부터 범행 사실을 자백받았다. 두 아들을 둔 유부남으로 첫 살인 이후 28년 대부분을 바이인에서 살아왔으나 후커우(戶口·호적)가 바이인에서 120㎞ 떨어진 란저우시 위중(楡中)현으로 등록돼 있었다.
바이인 현지에 후커우가 없는 외지인은 지문 대조검사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기 때문에 가오는 그동안 번번히 수사망을 빠져나갈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비행기 조종사를 꿈꾸다 시험에서 떨어진 뒤 방직공장 등을 전전하며 홀로 지내오다 3년여전 주거시설이 갖춰진 바이인공업학교 매점에서 가족들과 함께 기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1998년 가오에게 희생돼 토막 시신으로 남겨졌던 16세의 방직공장 여직원의 오빠 추이(崔)모씨는 "아버지가 그 충격으로 숨졌다"며 "그동안 한번도 울지 않으셨던 어머니가 범인검거 소식을 듣고 크게 우셨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