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발레`는 1%의 소수만 즐기는 고급 문화라고 생각하잖아요. 노숙인들에게 처음 발레를 가르칠 때 예술보다는 건강을 되찾게 돕고 싶었어요. 자기 몸을 방치하고 살아가던 그들이 발레를 통해 숨겨진 근육 하나하나를 쓰면서 몸을 돌보기 시작하는 거죠."
지난 23일 세계문화예술교육주간(매년 5월 넷째주)을 맞아 특별한 강연이 열렸다. 주제는 `홈리스 발레 교육을 통한 예술과 사회의 소통`. 발표자로 나선 제임스 전 서울발레시어터 상임안무가(53)는 지난해 4월부터 노숙인 18명을 대상으로 발레를 가르치고 있다.
그는 최근 콜롬비아에서 열린 보고타국제페스티벌에 초청돼 사례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날 강연에는 사회적기업 `빅이슈코리아`의 노숙인 판매자 4명도 참석했다. 종로ㆍ강남ㆍ신촌 등에서 잡지를 파는 이들은 1년째 발레를 배우고 있는 전씨의 제자들이다.
노숙인들의 자활을 돕기 위해 1991년 영국에서 처음 만들어진 월간지 `빅이슈`는 2010년 7월 한국판을 창간했다. 노숙인 판매원이 3000원짜리 잡지 한 권을 팔면 이 중 1600원의 수익을 가질 수 있다.
노숙인 발레 교육의 아이디어는 전씨가 2010년 한 기업의 재능나눔 캠페인 행사에 참석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무용가인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던 중 거리의 노숙인들을 떠올렸다. 행사가 끝난 후 전씨는 노숙인 발레 교육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그는 "노숙인들의 순수한 웃음이 마음을 움직였다"고 했다.
`빅이슈코리아`와 연계해 노숙인 판매자들에게 발레 공연을 선보였다. 지난해 4월에는 신청자 10명을 받아 노숙인 발레 교육을 시작했다. 매주 일요일 세 시간씩 스트레칭과 마임을 하며 조금씩 발레를 익혔다.
늘 움츠린 채 시선을 바닥에 떨구던 노숙인들은 춤을 통해 조금씩 달라졌다. 허리를 꼿꼿이 펴고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기 시작했다. 자연히 잡지 판매에도 도움이 됐다. 처음엔 낯설어하던 발레단원들도 이들과 함께 춤을 추며 마음을 열었다.
전씨는 내친 김에 노숙인 제자들을 정식 공연에도 출연시켰다. 지난해 10월 `라이프 이즈(Life is)…` 공연에 4명, 12월 `호두까기인형`에 6명이 발레단원들과 함께 무대에 섰다. 오는 10월에는 소통을 주제로 노숙인들과 함께 새 작품 `Communique`를 선보일 계획이다.
"무용수는 거울에 비친 자신을 직시해야 해요. 쉽지 않겠지만 단점을 파악하고 이를 받아들여 끊임없이 자신을 고쳐 나가야죠. 노숙인 발레교육을 하면서 새삼 같은 교훈을 얻었습니다. 이 분들은 자기 현실을 보고 포기하는 대신 긍정적인 자세로 자활을 위해 노력하고 있거든요."
[이현정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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