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et] 경기도 파주에는 예술이 있는 마을이 있다.
‘헤이리 예술마을’의 공통언어는 ‘문화예술’. 예술인들끼리 모여 특화된 마을을 만들고 뜻을 같이 하자는 취지로 조성된 이곳에선 다양한 장르의 예술세계를 펼쳐가는 신진·중년 작가들의 속삭임에 귀 기울여 볼 수 있다.
▲ '스튜디오 화이트블락' 차명희 작가의 스튜디오. 주로 흑백을 구성돼 있는 그의 작품은 올해 말 아트센터 화이트블락 개인전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 마을에는 미술인, 음악가, 작가, 건축가 등 380여명의 예술인들이 회원으로 참여해 집과 작업실, 각종 문화예술 공간을 짓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지어진 16개의 갤러리와 21개의 미술관·박물관에는 현대미술을 비롯해 조형작품, 도자기, 가구, 악기 등의 전시물을 만날 수 있다. 작가들의 주요 연례행사인 '오픈스튜디오'는 관람객에게 폭 넓은 작품 감상법을 선사하기 위해 작업실을 개방하고 작가와 일반인들이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판 아트 페스티벌', '아트로드 77 아트페어' 등 축제 기간에는 청년작가부터 중년작가까지 참여하는 갤러리 연합전을 둘러보면서 재즈, 클래식 등 다양한 음악 공연도 즐길 수 있다. 꼭 예술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예술에 심취해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 헤이리 예술마을을 찾는 방문객들은 미술과 자연, 건축물 등이 어우러져 있는 공간에서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 가구, 입체물 등 다양한 '리빙 아트 오브제' 전시를 기획하는 리오갤러리.
헤이리 예술마을 초창기부터 함께해온 이미혜 리오갤러리 대표가 말하는 헤이리 예술마을은 ‘감각 있는 예술가를 발굴하는 곳’이다. 그는 "일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아트로드 77' 아트 페어는 청년 작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라며 "헤이리에서는 우리 스스로 작가 발굴을 지속적으로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가구를 비롯한 입체물 작품 전시를 하는 리오갤러리도 올해 아트로드 특별전이 준비돼 있고, 아웃도어부터 실내 소품까지 작가들을 섭외해서 전시를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헤이리 중심 갈대광장에 자리한 '아트센터 화이트블락'도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어, 한국미술의 신진·중견 작가들의 작품을 접할 수 있다. 6개의 전시실로 구성된 공간에 현대미술을 소개하고 있으며 아트센터에서 약 200m 거리에 있는 '스튜디오 화이트블락'에서는 입주작가에게 다양한 창작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1년 반 동안 작업 공간, 전시 기획 등을 지원하고 있다.
▲ 6개의 전시실로 구성된 '아트센터 화이트블락'에서는 대중성 있는 신진 작가들의 예술세계를 감상할 수 있다.
▲ '스튜디오 화이트블락'의 3기 입주작가 김선영씨의 작업 공간. 그는 주변의 풍경을 바라보며 버려진 사물이나 목적성을 잃은 대상을 방향성 잃은 자신과 동일시하며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한 고민을 그림을 통해 이어간다.
현재 5명의 입주작가가 활동을 펼치고 있는 레지던시에서 만난 김선영 스튜디오 화이트블락 입주작가는 "내가 헤이리를 선택했다기보다는 헤이리가 나를 선택했다"며 "이곳은 예술을 위한 촌락처럼 되어 있어 작업을 하다 산책하기 좋고, 미술관에서 문화예술 활동이 왕성하게 이뤄지고 있어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파주에서 보이는 북한과 헤이리 촌락, 이 두 장소의 대비가 상당히 심하다"며 "그 안에서 나의 정체성을 찾고 그런 감정들을 영감 삼아 작업을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입주작가 프로그램에 대해 최승온 아트센터 화이트블락 학예사는 "해외에서도 우리 레지던시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이런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천안에 16명이 입주 가능한 레지던시를 기획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공간은 숙소가 제공돼 작가들이 오로지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밝혔다.
이하나 코리아넷 기자
사진 전한 코리아넷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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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트센터 화이트블락 3층에서 내려다본 계단과 바깥 겨울 풍경. 커다란 화이트 큐브 형태의 건축물은 자연광을 부분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통유리로 마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