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광스님(본명 이정섭)이 채무 변제를 피하려 재산을 빼돌린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는 세계일보 기사가 지면으로 보도됐지만 온라인에서 삭제됐고, 그 배경에 지광 측의 항의와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세계일보는 지난달 16일 <“때밀이 아줌마 돈 떼먹어”/능인선원 원장 지광스님 피소>에서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가 지광에게 그가 투자했던 케레스타(서울 중구 소재) 12층 사우나 업주 및 세신노동자들의 보증금 3억8천만 원을 갚을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고, 올 3월 서울고등법원 민사5부도 지광의 항소를 기각하며 원심을 확정 판결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지광은 보증금을 갚지 않았고,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자신 명의의 수원시 팔달구 상가건물과 차량을 능인선원에 증여하고 강제경매가 시작된 뒤 경기도 화성·광주, 충남 천안 일대 땅 수만 평에 대해 허위로 근저당을 설정한 혐의로 피소됐다고 전했다. 지광이 채무를 피하려 사해행위(채권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를 했다는 얘기다.
특히 세계일보는 고소인의 주장에 힘을 싣는 근거도 상세히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지광이 지난해 6월 자신 명의의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건물을 지인에게 매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3월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민사3부로부터 사해행위 판결을 받은 사실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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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기사는 출고 뒤 능인선원의 항의로 온라인에서 삭제됐다. 이에 고소인들은 지면에 게재된 기사를 온라인에서 삭제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특히 이들은 △보증금 반환 판결이 나왔고 △사해행위를 의심할 만한 자료를 세계일보에 제공했고 △‘단독보도’를 바라는 기자의 요구를 들어준 상황에서 이 같은 기사 삭제를 납득할 수 없다고 전했다.
지광을 고소한 김혜경씨는 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법원도 사해행위라고 판단했고, 자료를 찾아 사해행위로 의심되는 것을 추가로 제보한 것인데 기사를 내린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기자는 ‘지광 측의 항의가 있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디어오늘 취재결과, 기사에 대한 지광 측의 항의가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능인선원은 기사에 잘못된 내용이 적시돼 있고,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이라 항의했다고 해명했다. 고소인 측이 제기한 사해행위에 대해서는 지광이 이미 선원에 헌납한 재산이고, 명의만 지광의 것이라고 반박했다.
능인선원 한선주 간사장(법명 한미타화)은 통화에서 “기사에 잘못된 사실이 있어 항의했다”고 밝혔다. 한 간사장이 기자에게 연결해 준 관계자는 “고소인들이 주장하는 부동산과 재산은 지광스님 것이 아니라 2000년대 초 스님이 전재산을 선원에 헌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능인선원도 피해자”라며 “스님이 공동운영자를 사기 혐의로 고소한 상황을 언론사에 설명했고, 세계일보에서 판단해 기사를 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강호원 세계일보 편집국장은 ‘지면 게재 뒤 온라인에서 삭제한 이유’를 묻자 “(지광 측에서) 항의를 한 것은 맞지만 소장의 내용이 일방적 주장이고, 핵심인물이 아닌 주변인물의 해명을 실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기사를 작성한 박현준 기자 또한 같은 해명을 했다.
한편 지광은 지난해 11월 1심 판결과 올 3월 고등법원 판결 사이에 자신 소유의 부동산과 차량을 매매하거나 근저당 설정했다. 지광은 사해행위를 인정한 3월 27일 재판에서 무변론했고 패소했다. 현재 한겨레, 불교닷컴 등 여러 언론이 이 문제를 심층 취재하고 있다.
- 미디어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