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에서 살 수 있던 사전피임약(먹는 피임약)이 의사의 처방전을 받아야 살 수 있는 전문의약품으로 바뀌는 대신 긴급(사후)피임약을 처방 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도록 재분류한다는 정부 방안이 발표되자 여성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여성들이 반발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임신을 자기가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사전피임약은 원치 않는 임신을 막기 위한 필수품이지만 이를 매번 병원에서 처방을 받아야 복용할 수 있다면 임신 결정권을 침해 받는 것이라고 여성계는 주장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SNS) 상에선 미혼여성이 산부인과에 가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며 이번 정부방침의 비현실성을 꼬집는 분위기도 느껴진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처방전이 있어야 사전피임약을 살 수 있다는 건 XX 전에 의사한테 "우리 XX 해도 돼요?"라고 허락 받는 기분일듯"이라고 냉소를 보였다.
여성들이 주로 활동하는 한 포털사이트 카페에서도 "몇십 년간 별 부작용 없다 해 놓곤 왜 갑자기 부작용 운운하면서 병원 가서 처방 받아라 하는지" 등의 반응이 주를 이뤘다.
사전피임약은 1960년대 이후 산아제한 정책과 맞물려 국내에 들어온 뒤 40여년동안 일반약으로 분류돼 왔다. 하지만 이번 정부 조치로 지금까지 약국에서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었던 마이보라·머시론 같은 사전 피임약은 올 하반기부터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약으로 바뀔 전망이다. 반면 노레보·퍼스트렐 등 사후 긴급피임약은 처방 없이 약국에서 바로 구입할 수 있는 일반약으로 바뀐다.
전문약으로 전환한 이유에 대해 식약청 관계자는 "다른 나라의 현황을 살펴보면 대부분 (사전 피임약을) 전문약으로 분류하고 있고 여러 나라에서 부작용이 보고돼 전문약으로 전환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고 설명했다.
약사회는 "사전 피임약의 경우 지난 50여년간 전 세계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됐고 최근에는 호르몬 함량이 크게 줄어 더욱 안전해졌다"며 "사전 피임약을 전문약으로 전환하면 진찰료 등이 추가돼 의료비 부담만 4∼5배 늘어난다"고 했다. 산부인과학회는 "피임 실패율(최대 42%)이 높은 사후 피임약이 일반약으로 풀리면 불법 낙태가 늘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 MK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