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말랑말랑과학-129] 상상해보라. 뇌 속을 돌아다니며 암을 잡아 파괴하는 세포를!
영화 같은 일이 현실에서 일어났다. 물론(처음 발표되는 연구가 그렇듯), 실험쥐에게서 성공한 연구다. 과학자들은 쥐의 피부세포를 원시세포로 되돌린 뒤 이를 '종양추적세포'로 변화시켰다. 쥐에게 있던 뇌종양의 크기는 기존 크기의 2~5%로 줄었다.
'교모세포종(Glioblastomas)'은 교활한 암세포 덩어리다. 교모세포종은 암세포의 뿌리를 뇌에 퍼뜨려 외과적 수술로 제거하기 어렵게 만든다. 다른 암세포와 마찬가지로 교모세포종 역시 화학신호를 내뿜는다. 이는 줄기세포를 유인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이번 연구의 핵심이 있다. 과학자들은 암세포들이 유인하는 줄기세포에 이를 파괴하는 항암제를 넣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연구진은 쥐의 피부세포를 줄기세포로 바꾼 뒤 이를 신경줄기세포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후 배양접시에 암세포와 함께 올려놓자, 신경줄기세포가 암세포를 향해 헤엄쳐 가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세포는 22시간 만에 500마이크로미터의 길이를 이동했다. 연구 결과는 임상과 기초과학과 관련된 논문이 실리는 '사이언스 중개의학'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이렇게 만든 종양추적세포가 교모세포종을 치료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항암제를 장착한 뒤 쥐의 뇌에 주입했다. 그 결과 24~28일 뒤, 어떤 치료도 하지 않은 쥐와 비교했을 때 종양의 크기가 20분의 1~50분의 1로 작아진 것을 확인했다. 치료받은 쥐의 생존 기간은 두 배나 길었다.
과거에도 비슷한 연구는 있었다. 2013년 미국 희망의도시의학연구센터 연구진은 '사이언스 중개의학'에 신경줄기세포를 이용해 쥐의 뇌에 있는 암세포에 종양을 파괴하는 약물을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후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하지 못했다. 신경줄기세포를 얻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성체 피부세포를 줄기세포로 전환한 뒤, 이를 신경줄기세포로 분화시키는 기존의 방법을 따르지 않고 피부세포를 '생화학적 칵테일'로 처리해 신경줄기세포의 특성을 부여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연구가 인간에게 적용되기 어려웠던 부분을 극복해낸 셈이다.
하지만 이를 인간에게 바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거쳐야 할 단계가 많다. 인간에게 이를 적용하려면 종양추적세포가 수 ㎝를 이동해야 하는데 이번 실험과 비교하면 약 20배나 긴 길이에 해당한다. 현재 연구진은 쥐보다 큰 동물을 이용해 종양추적세포가 얼마나 멀리 이동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고 있다고 사이언스는 전했다.
연구를 이끈 숀 힝텐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교수는 "이를 인간에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교모세포종 환자의 피부세포를 채취하고 있다"며 "이 치료법을 인간에게 빠르게 적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호섭 과학기술부 기자]
출처: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