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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기업 없앤 일본… 의사결정 토끼처럼 빠르고 생산성 껑충

[기타] | 발행시간: 2017.03.09일 10:18
['잃어버린 20년' 넘어 부활한 日本] [3] 살아남는 법 배운 기업들

- 과거 '느림보 일본'은 잊어라

도요타·혼다 등 日 대표기업들 4차혁명 신속 진입에 세계 깜짝

"이젠 한국기업이 의사결정 늦다"

- 수익성도 덩달아 좋아져

日기업 수익지수 큰폭 상승… 2008년 '20'→2015년 '126'


올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소비자 가전 쇼)가 열렸다. 일본의 인공지능 자율주행차가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도요타와 혼다가 하루걸러 세계를 놀라게 했다.

도요타가 선보인 '콘셉트카 아이(愛i)'는 운전자의 표정과 몸짓, 소셜미디어 대화 내역을 통해 '주인 감정을 읽는 차'였다. 혼다의 '뉴브이(NeuV)'는 주인이 다른 일을 하는 동안 자기 혼자 무인 택시로 뛰거나 차에 충전된 전력을 팔아 '돈 벌어다 주는 차'가 되는 게 목표였다.

이종윤 한국외대 명예교수는 "일본이 달라졌다는 것은 4차 산업혁명 진행 속도가 보여준다"고 했다. "예전엔 우리 기업이 의사결정이 빨랐어요. 요즘은 일본이 더 빨라요. 앞서가는 속도가 어마어마해요." IT를 바탕으로 밥솥부터 자동차까지 모든 사물이 융합되고 연결되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이다.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차가 대표적인 분야다.

과거 일본 기업은 새로운 분야가 뜰 때 신속하게 화끈하게 뛰어들지 못하는 게 약점이었다. 장래가 불투명한 분야를 정리하는 결단력도 시원찮았다. 류재광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닛산이 외국인 경영자 카를로스 곤 회장을 스카우트한 것도 자기 손으론 구조 조정을 못해서였다"고 했다.

'잃어버린 20년'이 계속되는 동안 일본은 한 해 기업 1만3000~1만9000곳이 문을 닫았다. 이 과정이 역설적으로 일본 기업에 '망하지 않는 법'을 가르쳤다. 사공목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가 얼어붙어 20년간 물가가 안 오른 게 장기 불황인데, 그게 무슨 뜻인지 뒤집어 생각해보라"고 했다. 지금 문 열고 영업하는 곳은 동네 밥집이건 대기업이건 '20년 전 가격으로 팔아도 안 망하고 버티는 법'을 깨우친 강자들이란 얘기였다.

경쟁력 없는 좀비기업이 망해 일본 산업 경쟁력이 올라갔다는 분석도 있다. 후지모토 다카히로(藤本隆宏) 도쿄대 교수는 "좀비기업 정리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정부와 민간 모두 잠시 어려운 우량기업과 좀비기업을 구별하는 감식안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어떤 회사가 살아남더냐'는 질문에 야나기마치 이사오(柳町功) 게이오대 교수가 잘하는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과감하게 정리한 히타치, 남이 안 파는 우물을 깊이 판 스즈키 자동차를 꼽았다.

'문어발' 잘라낸 히타치, 고속철 강자로 - 히타치가 영국에 수출한 고속열차. 히타치는 장기 불황을 겪으면서 경쟁력 없는 분야를 과감하게 정리하고 신흥 시장 인프라 산업에 집중했다. /마이니치 신문

히타치는 한때 밥솥부터 반도체까지 온갖 업종에 다 끼어들다 2009년 일본 제조업 역사상 최대 기록인 7873억엔(약 8조원) 적자를 냈다. 히타치는 이후 한국에 밀리는 반도체·디스플레이·PC·TV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대신 신흥 시장의 인프라 사업에 주력해 V자형으로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스즈키 자동차도 다른 대기업이 신흥국 시장을 거들떠보지 않을 때부터 30년 넘게 인도 시장에 집중 투자했다. 지금은 시장점유율 40%를 웃도는 인도 1위 자동차 회사가 됐다.

살아남은 기업이 새 분야에 도전하는 대표적 사례로 전문가들은 도요타를 꼽았다. 도요타는 작년 1월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해 실리콘밸리에 연구소를 세우고,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프로그램 매니저를 지낸 길 프랫 박사를 스카우트했다. 도요타 본사 출신 50명과 외부에서 온 50명이 뒤섞인 조직이다. 올해 100명을 더 뽑는다. 대부분 연구를 미국 스탠퍼드대·미시간대와 협력해서 진행한다. 연구소와 별도로 매사추세츠공대(MIT) 졸업생들이 만든 무인차 스타트업 회사 '제이브리지로보틱스'도 인수했다.

나고야 본사에서 만난 자율주행차 담당인 고가네이 가쓰히코(小金井勝彦) 도요타 기술그룹 주간은 자신이 입사한 1993년과 지금 뭐가 제일 달라졌느냐는 질문에 "입사할 때만 해도 도요타 안에서 영어 쓸 일이 없었는데, 지금은 저만 해도 상사는 프랑스인, 부하는 인도네시아인"이라고 했다. 도요타 직원 사토 게이코(佐藤惠子)씨가 "몇 달짜리 프로젝트가 끝나면 '와, 끝났다!' 하는 회사도 있을 텐데 우리는 바로 그 순간부터 '더 빨리 할 수 없었나' '더 잘할 수 없었나' 복기에 들어간다"고 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일본을 다시 강하게 만들겠다"며 시중에 돈을 풀어 엔저를 유도할 때만 해도 전문가들 사이에는 "수출이 늘어난 건 엔저 덕을 본 것뿐 언제까지 가겠느냐"는 회의론이 팽배했다. 일본 기업 수익성이 올라가는 걸 보고 그 소리가 들어갔다. 민간조사회사 도쿄상공리서치 분석에 따르면, 일본 상장기업·비상장기업 수익은 리먼쇼크 직전인 2007년을 100으로 봤을 때 2008년 20까지 곤두박질쳤다가 아베 총리 집권 이후 본격적으로 회복되기 시작해 2015년 126까지 올라갔다.

[도쿄·나고야·서울=특별취재팀] [김수혜 도쿄 특파원 goodluck@chosun.com] [김충령 기자] [양지혜 기자] [최은경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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