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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의무휴업… 뒤에서 우는 사람도 늘었다

[기타] | 발행시간: 2012.06.13일 22:04
경기도 남양주에서 시금치 농사를 짓는 이이붕(54)씨는 지난 8일 2만㎡(6000평)에 달하는 비닐하우스 10개동을 트랙터로 갈아엎었다. 이마트에 납품하는 이씨는 "대형마트 강제 휴무로 납품할 물량이 15% 이상 줄었다"며 "웃자란 시금치를 수확하면 인건비도 안 남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충남 금산에서 3300㎡(약 1000평) 규모로 깻잎 농사를 짓는 예봉운(46)씨는 요즘 깻잎 시세가 안 좋지만 안정적으로 납품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농수산물 판매 비중이 51%가 넘는다는 이유로 의무 휴업 대상에서 빠진 농협 하나로마트와 거래 중이다. "대형마트와 거래하는 농가들은 납품 물량이 줄어들어 꽤 타격을 입었어요. 주변에서 보면 나만 운이 좋은 편인 듯해요."

6월 둘째주 일요일이었던 지난 10일 전국 369개 대형마트의 71%에 해당하는 262개 점포가 문을 닫으면서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대형마트업계는 연말까지 2조2000억원 정도의 매출 감소를 우려하고 있고, 농민·중소 협력업체들은 납품 물량 감소로 울상이다. 대형마트 내 용역직원, 시간제 근로자들의 일자리도 줄었다. 대형마트 안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입점업자들도 피해를 호소한다. 반면 전통시장과 '휴일 독점 대형마트'가 된 농협 하나로마트, 그리고 하나로마트에 납품하는 업체들은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이마트는 9~10일 전국적으로 94개 점포가 쉬면서 전주 주말보다 매출이 31.7% 줄었다고 밝혔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런 추세라면 올해 연말까지 총 1조원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작년 총매출(13조8000억원)의 7% 이상이 사라지는 것이다. 홈플러스는 연말까지 8000억원, 롯데마트는 4400억원 정도의 매출 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협력 중소업체들도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롯데마트에 PB(유통업체 자체 브랜드)상품 어묵을 납품하는 늘푸른바다 측은 "연간 납품액이 3억원에서 2억원대 초반으로 줄어들 것 같다"고 했고, 이마트에 돼지고기를 가공·납품하는 도드람푸드도 "주말 나들이 수요가 몰리는 5월 성수기인데도 납품 물량이 20% 줄었다"고 말했다.

월 2회 의무 휴업·자정 이후 영업 제한에 따른 고용 감소 우려도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5월 말 기준으로 3개 대형마트의 총근무 인원은 3월 말보다 3000명 이상 줄어들었고, 주말 아르바이트와 협력업체 판촉 사원, 보안·주차요원 등도 줄이고 있다. 롯데마트는 6월 중 예정됐던 만 56~60세 대상 무기계약직 사원 채용을 연기했고, 홈플러스 역시 영업규제의 여파로 '실버사원' 채용을 보류했다.

전통시장 쪽은 일단 혜택을 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시장경영진흥원과 소상공인진흥원은 "대형마트와 SSM(기업형 수퍼마켓) 주변 중소 소매업체 904개, 전통시장 내 점포 417개 대상 조사에서 의무 휴업이 시행된 5월 넷째 일요일 평균 매출이 1주일 전보다 12.4%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마다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소비자들은 대형마트 의무 휴무의 취지를 이해하지만 실질적인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직장인 박중석(39)씨는 "전통시장과 골목 상권을 살린다는 취지는 좋지만, 주말에 쇼핑할 수밖에 없는 맞벌이 부부는 어차피 시장에 안 간다"고 말했다. 주부 이정숙(63·서울 둔촌동)씨는 "대형마트에 식품만 사러 가는 게 아닌데 문 닫았으면 그냥 하루 기다리지, 시장에는 안 간다"고 말했다.

유통 전문가들은 보완책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연세대 오세조 교수는 "대형유통점 규제는 한시(限時)적으로 정하고, 그동안 영세상인들을 체계화시키고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며 "유통업은 생물처럼 계속 진화하기 때문에 영세상인을 기존의 형태로 계속 보호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유통학자는 "소비자 편의, 상품 신뢰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규제가 영세상인 지원이라는 당초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소비자가 불편해지면 소비 자체가 줄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통합당은 휴무일을 현행 월 2회에서 4회로 늘리고, 영업시간 제한도 현행 자정 이후에서 오후 9시 이후로 강화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정했다. 새누리당도 중소도시 대형마트·SSM의 출점을 5년간 금지시키는 방안을 공약하는 등 정치권은 규제 강화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 대형마트 임원은 "이런 법안이 추진된다면 협력업체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chosun 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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