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가 불황으로 신음해도 거뜬한 곳이 있다. 바로 유행에 맞는 의류를 신속하고 저렴하게 공급하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다.
SPA(제조 유통이 한꺼번에 이뤄지는 것) 브랜드인 H&M과 자라(Zara), 유니클로의 지난 5년간 매출 성장률은 각각 평균 11%, 17%, 26%에 달한다.
특히 이들 브랜드의 최근 3년간 국내 매출 성장률은 연평균 56%로 점차 외형을 키우고 있다.
불황에 소비자들이 비싼 옷 대신 저가 의류에 손을 뻗는 것이다. 그리고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은 ‘부자 순위’도 바꿔 놨다.
아만시오 오르테가 인디텍스 회장
패스트 패션 브랜드 자라를 비롯해 마시모 두띠, 폴앤베어, 버쉬카 등 의류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는 스페인 의류 기업 인디텍스의 아만시오 오르테가 회장이 6일(현지시각) 기준으로 세계 3위 부호인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을 제치고 세 번째 부자자리에 올랐다.
이날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76세의 오르테가 회장의 자산은 최근 인디텍스 주가가 급등하면서 16억 달러가 늘어난 466억 달러를 기록하며 버핏 회장(457억 달러)을 앞섰다. 지난 3월 5일부터 억만장자 지수에서 3위를 지키고 있었던 버핏을 4위로 밀어내고 3위를 차지한 것이다.
오르테가 회장의 자산이 늘어난 데는 자라의 성장이 뒷받침됐다. 중국 등 이머징 마켓에서 급성장하면서 12분기 연속 순익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불황에 누구라도 지갑을 닫지만, 저가 의류 분야에서만큼은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 덕분에 오르테가 회장은 올해에만 114억 달러, 지난 1년간 32%나 자산이 늘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 1위 자리는 742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멕시코의 통신재벌 카를로스 슬림이 변함없이지켰고, 2위 자리는 630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주가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