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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상첨화는 옻칠을 두고 하는 말입이다!”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22.04.28일 14:34
  옻칠공예에 빠진 최범도 옻칠장인을 만나



옻칠장인 최범도사장.

  “원래 무슨 일에나 관심이 많았고 그만큼 호기심도 강했습니다. 그래서 개혁개방 초기에 벌써 잘 나간다 하는 사람들을 따라 남방에 내려갔고 거기서 한 십년 대외무역과 관광사업에 손을 댔습니다. 그런데 1990년대초에 불시로 대퇴골괴사라는 몹쓸 병에 걸려 거동이 불편하게 되였고 부득불 자기 몸에 알맞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였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최범도는 올해 66세이지만 나이에 비해 비교적 활달하고 검은테 안경 너머로 반짝이는 눈길이 인상적인데다 얼굴에는 항상 가벼운 미소를 담고 있다. 그가 옻칠공예를 알게 된지는 벌써 20년도 넘어 되지만 그때에는 자기가 옻칠공예를 선택하고 오늘까지 이어지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 못했다고 한다.

  남방의 려행사에 근무하면서 명산대천을 누비던 시절 수많은 사찰을 다녀왔는데 그중 인상이 깊었던 것이 오랜 세월에도 좀 먹지 않고 썩지 않은 절간의 기둥과 으리으리한 대문이였단다. 아무리 질 좋은 목재라 하여도 몇백년이면 삭거나 벌레먹고 삐걱거릴텐데 하고 스님들한테 물었더니 스님들이 허허 웃으면서 옻칠을 하였기에 몇백년, 몇천년은 문제 없다고 하더란다. 스님들은 자기들이 사용하는 바루(불교의 승려들이 사용하는 식기) 도 옻칠을 한 식기라는 것을 자상하게 소개하여 주었다.



2019중국특색관광상품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했다.

  “그 바루가 참 재미있습니다. 그릇의 크기에 따라 큰 그릇안에 작은 그릇들이 차곡차곡 들어가는데 스님들은 그것을 보자기에 싸서 허리에 두르고 다닙니다. 아무 곳에 가나 그걸 꺼내 물을 먹거나 음식을 먹는데 씻는 법이 없이 보자기에 쓱쓱 닦으면 끝이지요. 바루에 세균이 번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랍니다.”

  젊었을 때의 호기심 많았던 최범도의 놀란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7천년의 력사를 가지고 있는 중화옻칠문화의 오묘함과 무궁함을 그는 그렇게 처음으로 접했던 것이다.

  아픈 몸을 끌고 연변에 돌아온 것은 1994년이였다. 중한수교가 이루어지고 한국에서 옻칠장인들이 목재가격이 저렴한 중국에 눈길을 돌리던 시절이였다. “그때만 하여도 연길에 손칼로 반제품을 생산하는 사람들이 한 20명 되였을가.” 아득한 옛날의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최범도의 눈길은 칠장에 가지런히 진렬된 칠기에 가 꽂힌 채 멈추어선다.



단풍잎 도안이 그려진 칠기제품.

  빠알간 단풍잎 도안이 그려진 칠그릇이 유표하다. 금빛이 물결치는 칠기 하나가 그의 손에 내려진다. “자그마한 이 그릇을 만들려면 옻칠을 올릴 태체(胎体)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나무로 만든 그릇이지요. 저희들은 그때 바로 한국장인들의 요구에 따라 선반에 나무를 돌리면서 손칼로 이 태체를 깎았습니다.”

  “처음에는 제사상에 놓는 제기(祭器)이고 가격도 내지에 비해 푼푼히 준다기에 그냥 해달라는 대로 만들어 주었지요. 한국에서는 제사상에 놓을 제기를 나무그릇으로 하고 한번만 쓰고 버리는가고 단순하게 생각했지요. 허허.” 그러다가 인터넷으로 검색하여서야 그것이 바루와 비슷한 물건임을 알게 되였고 옻칠을 올리면 가격도 장난이 아님을 알게 되였다.

(반제품을 생산하여서는 그냥 남 좋은 노릇만 하는 구나.) 거의 십여년을 반제품만 생산하던 최범도의 머리에 억울함이 굴뚝처럼 솟아났다. 목재시장도 규제가 들어오고 원자재 공급도 옛날처럼 넉넉하지 못할 때였다. 아무리 동북에 물푸레(华秋柳)나무가 많다고 해도 급증하는 수요에 비하면 물량이 엄청 부족하지 않은가? 거기에 정부에서 여러가지 규정으로 채벌량을 줄이고 있었다.

때늦었지만 그는 옻칠에 대해 자료를 뒤지며 찾아보기 시작하였다. 옻칠은 각종 산과 알칼리에도 부식되지 않으며 내염성, 내열성 및 방수, 방충, 방부, 절연의 효과가 뛰여난 내구성 물질이며 예로부터 가구, 칠기, 공예품 등에 널리 사용되며 거기에 연필꽂이, 필통, 컵은 물론 장갑이나 양말과 같은 일상용품에도 옻칠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였다.



  일부 칠기제품.

  “우리가 박물관에 가게 되면 몇백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반짝반짝 윤택이 나는 장롱을 보게 되는데 그게 바로 옻칠을 한 장롱입니다. 그런 장롱에 옷가지나 귀중한 물건, 종이돈, 씨앗이나 곡식을 넣어두면 절대 변하는 법이 없습니다.”

  그러나 옻칠공예로 방향을 바꾸기는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였다. 함께 시작했던 20여명 중에 오늘까지 견지한 사람이 인젠 그밖에 없을 정도로 힘들었던 것이다.

  “옻칠공예는 하루이틀에 다 배워내는 것이 아닙니다. 일정한 정도에 이를 수는 있으나 수천년을 내려오면서 다듬어진 기술적인 부분은 참으로 뼈를 깎는 노력과 인내력이 필요합니다.”

  칠즙을 가공해서 정제하는 기술은 한국에서 배우고 나무잎 도안을 내는 것은 절강에서 배우고 금분이나 금실을 박아넣는 기술은 강서에서 배울 정도로 배움의 길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부분적인 칠기제품.

  “옻칠공예에 재미를 붙이지 못하면 싫증을 느낀다고 합니다. 처음부터 손으로 하나하나 지루하게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례를 들어 칠을 올릴 때 기계로 분사하면 쉽지만 그러자면 거기에 고화제를 첨가해야 합니다. 고화제에는 화학성분이 들어있기에 인체에 해롭지요. 사포질(沙布)도 기계로 하면 빠르지만 손칼로 다듬은 태체의 모형이 조금씩 다르기에 옻칠이 벗겨지거나 옴폭하게 들어간 부분을 놓질 수가 있고 새로운 허물을 낼 수도 있습니다.”

  옻칠에는 그만큼 학문이 많았다. 밖에 건조시키면 일년이 지나도 잘 마르지 않는 옻칠은 반드시 일정한 수분하에서 건조시켜야 하며 옻칠을 올릴 때 사용하는 붓도 보드라운 산짐승털이나 인모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칠하고 사포질하고 건조시키고 또 칠하는 과정도 한두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7, 8번씩이나 반복해야 하나의 옻칠작품을 완성시키는데 그 기한이 짧아야 20여일이 걸린다고 한다.

  “전날에 사포질하고 칠을 올린 물건이 이튿날 성에꽃처럼 활짝 피여날 때면 하늘을 훨훨 나는 기분입니다. 아, 끝내 나만의 작품이 만들어지는구나 하는 심정이지요.”

  옻칠은 중국에서 예로부터 도료 및 약용으로 사용되였으며 훗날 한국과 일본에 전해졌는데 그 주성분은 칠산(漆酸)이다. 옻칠은 안정된 특성을 가진 화합물로 습기를 흡수하거나 방출하여 항상 일정한 수분을 유지한다. 때문에 나무로 만든 생활 용구나 도자기 금속기류 등에 옻칠을 하면 표면에 견고한 막을 형성할 뿐 아니라 광택이 나고 오래동안 사용하여도 변하지 않는다.



  일부 칠기제품

  “옻칠공예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섬세해야 하며 만드는 사람의 정성과 아이디가 녹아 들어가는 고차원적인 창작과정입니다.” 예로부터 옻칠을 올린 가정 기물은 고급물품으로 간주되였다고 한다. 하루가 다르게 수요와 생각이 바뀌는 요즘 세월에 고객들의 수요도 다양해졌단다. 밥그릇, 주걱, 수저, 커피잔, 술잔, 맥주컵, 쟁반과 같은 주방용품은 물론 밥상, 칼도마, 목침, 옷장, 쌀독에도 옻칠을 해달라는 주문이 들어오고 지어는 손목걸이, 귀걸이와 같은 장신구에도 옻칠을 해달라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그에게 가장 인상이 깊었던 일이라면 주변 사람들의 권고로 2019연변관광제품대회에 출품한 그의 작품이 은상을 획득한 것인데 그 작품이 주최측에 의해 2019중국특색관광제품대회에 추천되였고 다시 8천여개의 옻칠작품 가운데서 동상을 수상한 것이다.

  “수십년 혹은 평생 옻칠과 씨름한 옻칠대가들과 함께 수상의 영예를 지녔는데 저는 옻칠부문에서 유일한 길림성의 수상자였지요.” 그때를 생각하면 항상 가슴이 뿌듯해진다는 최범도는 자기한테 옻칠공예 기술을 사심없이 전수해준 국내외의 옻칠대가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했다.



칠기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옻칠장인 최범도사장.

  “연변은 천혜의 옻칠공예기지로 될 조건을 갖추었습니다. 이 곳에서 나는 물푸레나무는 남방에 없는 수종입니다. 나무가 단단하고 수분이 적은데다 웬간해서는 부러지지 않지요. 많은 옻칠장인들이 태체로 이 수종을 선택하는 것은 바로 나무가 색이 맑고 문양이 곱기 때문이지요. 원래 문양이 고운데다 옻칠로 여러가지 색갈을 내고 더 단단해지게 하니 이 아니 금상첨화인가요?”

  현재 주문량이나 생산규모에 대해 최범도는 “제자가 도문에서 나무를 깎고 내가 연길에서 수공으로 칠을 올리기에 대규모생산은 어려우나 연변의 수요에는 만족시킬 만 합니다.”고 하면서 앞으로는 자기만의 옻칠제품을 개발하고 고객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면서 연변의 특색과 중국조선족 특색이 있는 옻칠문화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타산을 밝혔다.

  출처:길림신문

  편집:김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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