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푹 숙인 채 범행 당시 담담히 재연
[CBS 고무성 기자] 부인을 토막살해한 뒤 인근 야산에 시신을 유기한 40대 공무원에 대한 현장검증이 13일 오전 파주시의 한 아파트에서 실시됐다.
이날 현장검증은 범행이 이뤄졌던 피해자 A(44.여) 씨의 집 안방과 화장실 등에서 1시간 넘게 비공개로 진행됐다.
파란색 야구모자를 푹 눌러쓰고 하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진모(46) 씨가 오전 9시 55분쯤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색 상하의를 입고 운동화를 신은 진 씨는 고개를 푹 숙인 채 포승줄에 묶여 아파트 1층 현관으로 들어갔다.
경찰 10여명이 폴리스라인을 만들자, 주민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비가 오는 가운데 어느새 주민 30여명이 모여 우산을 쓰고 현장검증을 끝까지 숨죽인 채 지켜봤다.
이 아파트에서 9년째 살고 있는 김모(55) 씨는 "일반 살인사건도 아니고 토막 살인사건이 났다고 해서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며 "이런 끔찍한 일이 동네에서 일어나 주민들이 동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의 자녀들을 걱정하는 주민도 있었다.
주민 박모(59.여) 씨는 "피해자의 자녀가 셋이라는데 졸지에 부모를 다 잃어서 마음이 아프다"며 안타까워했다.
현장검증이 시작된 지 1시간이 넘게 지나자 진 씨가 시신을 나눠 담았던 배낭을 메고 나타났다. 진 씨는 자신의 1t 트럭에 배낭을 넣으며 범행 당시를 비교적 담담히 재연했다.
트럭의 왼쪽 앞 범퍼는 순찰차의 추적을 피하면서 부딪친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경찰은 진 씨를 황급히 차량에 태운 뒤 다음 현장검증 장소인 야산과 매립지 등으로 향했다.
진 씨는 지난 7일 오후 8시쯤 파주시 자택에서 부인 A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뒤 5㎞ 떨어진 야산과 매립지에 버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수사가 마무리 되는 대로 김 씨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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