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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와 롬니가 넘어야 할 세 고개

[기타] | 발행시간: 2012.10.08일 13:27

ⓒAP Photo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9월17일 오하이오 주 실러파크에서 연설하고 있다(왼쪽). 위는 플로리다 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한 훌리오 카스트로.

미국 대선을 50일 앞두고 그동안 유권자에게 별 영향을 주지 않던 외교 문제가 급부상했다. 9ㆍ11 테러 11주년이던 지난 9월11일 리비아 제2의 도시 벵가지에서 주 리비아 미국 대사 등 미국 외교관 4명이 신원 미상의 무장 세력에 의해 피살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다.

피살된 스티븐스 대사는 미국 외교가에서 아랍권에 가장 정통한 베테랑 외교관이자 2007년 카다피 정권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국무부가 리비아에 보낸 최초의 미국 외교관이다. 미국 국무부 기록에 의하면 미국 대사가 테러 공격을 받고 사망한 것은 1979년 '아돌프 덥스' 아프가니스탄 특사 이후 33년 만의 일이다. 미국이 발칵 뒤집혔다.

게다가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모하메드를 모독하고 조롱하는 영화 <무슬림의 순진함(Innocence of Muslims)>을 유대계 미국인이 제작해 유포하면서 아랍 국가들의 반미 정서에 휘발유가 뿌려졌다. 순식간에 중동 지역의 미국인과 미국 재산이 위험에 처하게 됐다.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이른바 '아랍의 봄' 여파로 중동 지역 아랍 국가들의 권력이 차차 이슬람 세력의 손으로 넘어가자 안 그래도 오바마 행정부는 조마조마하던 참이었다. 불똥이 미국으로 튈 수 있어서다. 다행히 그동안은 중동이 잠잠해 오바마 진영이 다소 안도하며 선거운동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이번 사건이 터졌다. 미국 국민을 위해서는 강력한 대응을 보여줘야 하고, 국익을 위해서는 사태를 진정시켜야 하는 오바마 진영이 난관에 봉착했다.

그동안 오바마 행정부의 대외 전략에 불만을 갖고 있었던 롬니 측의 강경파는 물론이고 대외 전략을 선거판의 정쟁으로 언급하는 데에 질색을 하던 키신저까지 오바마의 무른 대외 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경제전쟁'으로 막을 내릴 것으로 예상했던 미국 대선의 전선이 외교 쪽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롬니 캠프, 전당대회 실책론 솔솔

9월 초만 해도 오바마 캠프에는 롬니 측의 공화당 전당대회를 무난하게 방어했고 오히려 전당대회 효과에서 앞섰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지지율도 상승했다. 오바마 캠프의 총지휘자인 짐 메시나가 캠페인 핵심들을 경합 주에 나누어 집결시켰으며 플로리다와 오하이오 주를 점령하면 '상황 끝'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10월 중에 세 차례 후보 토론회가 진행될 동안 경합 주의 풀뿌리 조직을 직접 운용하겠다는 오바마 재집권 전략의 마지막 단계를 시행하려는 찰나, 중동 사건이 터졌다. 중동 문제로 인해 지난 주말(9월14~15일)의 오바마 지지율이 미세하지만 하강세를 탔다. 짐 메시나는 플로리다ㆍ오하이오가 그대로 버텨줌에 따라 캠페인 전략에 수정이 없음을 풀뿌리 조직(오바마닷컴)에 알렸다.

ⓒAP Photo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9월19일 미국 마이애미 주에서 연설하고 있다(오른쪽). 위는 플로리다 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한 마르코 루비오.

이런 가운데 롬니 캠프에서는 수석 전략가 스튜어트 스티븐스가 공화당의 중진들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기 시작했다. 캠페인 본부가 지나치게 단독으로 운영된다는 비판이다. 그러면서 플로리다 전당대회의 실책에 대한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전당대회의 클라이맥스는 롬니의 후보 수락 연설이고 그 연설에서 선거판의 분명한 메시지가 나왔어야 했는데 당일 롬니의 연설이 영화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즉석 퍼포먼스에 덮이고 말았다는 것.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빈 의자 퍼포먼스'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무대에 오르기 직전 스티븐스와의 즉석 대화에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스티븐스는 2000년 조지 부시의 '칼 로브' 보다도, 2008년 오바마의 '데이비드 액설로드'보다도 더 강력하게 1인 주도 캠페인을 벌인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롬니의 선임 참모인 에드 길레스피는 롬니가 핵심 공약을 구체적으로 설득력 있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미디어의 비판을 받아들여 전략을 수정할 것이란 의도를 내비쳤다.

미국 외교관 4명이 피살된 사건은 전당대회 효과를 상실한 롬니 측에게 지지율 반전을 이룰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초조해하던 롬니가 성급하게 오바마의 중동정책을 비난하고 나서면서 오히려 역풍에 부딪혔다.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의 예를 갖추기도 전에 롬니가 이 이슈를 선거판에 들이대자 미국의 대다수 미디어가 롬니의 성급함을 비판했다. 심지어는 같은 당의 상원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넬도 비판에 가세했다. 중동문제로는 양측이 비기는 쪽으로 흐름이 만들어졌다.

미국 대선은 각 주별 투표 결과에 따라 그 주에 배분된 대통령 선거인단을 모두 차지하는 (승자독식) 방식이다. 전체 선거인단 538명 중에 과반인 270명을 확보한 후보가 백악관을 차지한다. 중립적인 정치전문 매체 RCP(Real Clean Politics)가 9월17일 발표한 지지율은 오바마가 3% 포인트 정도 롬니를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대의원 수로는 오바마가 더 큰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다. 오바마의 대의원 수는 확실 142명, 유력 30명, 우세 65명으로 총 237명. 롬니는 확실 76명, 유력 58명, 우세 57명으로 총 191명이라는 평이다. 경합을 이루는 10개 주 가운데에 당락을 가를 최대 접전지는 플로리다(29), 오하이오(18), 버지니아(13), 아이오와(6), 그리고 위스콘신(10)이다. 플로리다와 오하이오를 누가 이기는가에 따라서 결판이 난다. 플로리다는 전통적으로 공화당이 우세한 지역이지만 2008년에는 오바마를 택했다. 2000년에는 조지 부시와 앨 고어가 재검표와 대법원 판결까지 간 끝에 부시가 가까스로 이겼다. 대선 때마다 엎치락뒤치락하는 지역이다. 그래서 롬니가 전당대회를 플로리다에서 개최하면서 승기를 잡으려고 했지만 실패했고 현재는 오바마가 오차범위 안에서 약간 앞서고 있다.

플로리다는 남미계 유권자가 캐스팅보트 구실을 한다. 이를 의식한 롬니는 마르코 루비오(남미계의 플로리다 상원의원)를, 오바마는 멕시코 이민자의 아들인 훌리오 카스트로(텍사스 샌안토니오 시장)를 각각 전당대회 전면에 내세웠는데 효과는 오바마 측이 누렸다는 평이다. 롬니 캠프는 플로리다에 대해 '이겨야 하는 주'에서 '오바마의 승리를 막아야 하는 주'로 전략을 바꾸었고, 자금을 집중하고 있다. 플로리다의 케이블TV 업계는 밀려드는 광고 홍보물 때문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미국 대선전의 유권자 성향은 35% 정도가 민주당이고 25%가 공화당이다. 그리고 나머지 40%는 선거 때마다 지지할 후보를 정해서 투표하는 무소속이다. 2008년 대선 때는 무소속 유권자의 15%가 전당대회를 통해서, 20%가 후보 토론회를 보고서 지지할 후보를 정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지구촌 어느 곳에서 전쟁이 발발하거나 미국이 테러나 천재지변에 빠지지 않는 한 11월6일 투표를 앞두고 남은 변수는 10월 중에 세 번에 걸쳐서 실시하는 후보 토론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토론회의 가장 중요한 이슈는 물론 일자리와 경기 활성화 방안이다.

일부 유력 미디어와 경제 전문가들은 롬니가 유리하다고 강조한다. 리비아 주재 영사관 피습 사건과 중동 지역의 반미 시위, 미국에 대항하는 중국 문제 등 외교 부문에서 분명히 오바마 책임론이 고개를 들리라는 전망이다. 단, 뚜렷한 강점이 없는 한 새 후보보다 현직을 선택하곤 했던 미국 유권자의 성향을 감안하면 앞으로 세 차례 토론회에서 롬니가 특별한 뭔가를 내놓아야만 반전이 가능할 듯하다.

김동석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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